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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고] 오죽하면 양육 포기할까…당선인님, 국가가 책임져야죠

등록 2013-01-20 20:33

[2013 기획 격차사회를 넘어]
밀려난 삶의 공간 ④ 아동 일시보호소
부모 품 떠나는건 아이들에게 끔찍
가족생계 위해 밤낮없이 일하지만
돈을 벌자니 아이 돌볼 시간이 없어
노동환경 등 개선해 양육 보장해야

지역아동센터에 오면 자동으로 먹을 것부터 찾던 한 아이는 1년 전 아동복지시설에서 부모 품으로 돌아갔다. 부모와 헤어졌던 상처는 취학을 앞둔 아이에게 심한 야뇨증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세로 남았다. 동네의 다른 아이는 스스로 다시 복지시설로 돌아갔다. 부모의 가출로 가정이 깨어진 뒤 시설에서 내내 자란 아이다. 초등학교 입학 뒤 가까스로 자리를 잡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원했으나, 막상 가족이 너무 가난한 탓이었는지 적응을 어려워하다 가출해 스스로 시설행을 택한 것이다.

전쟁이나 대재앙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아직도 적지 않은 수의 아이들이 부모 품을 떠나 있다.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생각은 대체로 틀리지 않다. 홀로 감당해 보려고 용을 쓰던 보호자들의 마지막 선택이 아이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어느 나이의 아이들에게나 모두 끔찍한 경험이다. 시설에 가기 전에도 힘들고, 가서는 충격을 받고, 돌아오기도 어렵지만 돌아와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경제적 궁핍과 아이를 돌봐줄 적절한 사람이나 제도의 부족함이 겹칠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

취약 가정에서는 생계 때문에 보호자들이 날을 새우며 일하거나 여기저기 일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경우 양육 문제가 더욱 힘들어진다. 아이를 키우려면 돈을 벌지 않을 수 없고, 돈을 벌자니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이중의 딜레마 속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양육은 돈과 품이 드는 일인데, 노동 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우리 사회에서는 저소득·저학력 계층일수록 양육에 바람직한 일자리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런 상황은 보호자에게도 힘들뿐더러 아이들이 견디기에도 너무 가혹하다. 결국 차라리 어디에다 아이들을 맡겨두는 편이 더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주거와 생계·양육비를 국가가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시설에서의 양육 역시 꼭 필요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최소화돼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가진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노동여건을 비롯한 각종 사회환경이 아동을 양육하기에 좋은 방향으로 재조직화돼야 한다. 육아휴직 등 일련의 좋은 제도가 없지는 않지만, 그런 제도가 양육 포기를 고민할 정도의 취약계층에게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특히 부모의 취업단계부터 체계적인 양육지원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보호자가 너무 늦은 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일자리를 사회가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다양한 시간대에 다양한 시설과 인력을 이용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부모가 어떤 일자리에 있든 아이를 낳고 기를 때 육아휴직 등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그렇게 부모가 사회의 도움을 받으며 평화롭게 자녀를 양육하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 스스로 부모가 되어 아이를 기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 같은 대통령이라면 더 이상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도록 최소한 이렇게 해야 한다.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

■ ‘2013 기획 격차사회를 넘어’ 기획연재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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