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이학선(66)씨가 지난달 26일 오전 ㅎ고물상 사무실에서 윤석건 사장에게서 폐지값을 받고 있다. 이씨는 이날 폐지 145㎏을 싣고 와 1만3500원을 받아갔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13 기획 격차사회를 넘어
밀려난 삶의 공간 ① 고물상
현장서 만난 빈곤노인들 고민과 전문가 진단
밀려난 삶의 공간 ① 고물상
현장서 만난 빈곤노인들 고민과 전문가 진단
적절한 식품·주거·의료 제공 필요
빈곤가구 실태파악 선행돼야 고령층 압도적 지지 새정부
‘진짜 복지’로 응답해야 손수레로 1t 트럭보다 많은 폐지를 실어나르는 ‘1t 리어카’ 정영배(56)씨.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정씨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운동 공로자에게는 보상을 해주는데 왜 자신처럼 평생 열심히 일하다 다치고 병든 이들은 충분히 돌봐주지 않느냐고 물었다. 전문가의 답을 들어봤다. 골목 운전에 영 실력이 붙지 않아 운전대 잡기를 꺼리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잦은 출장으로 종종 자동차를 끌고 연구소로 출근한다. 간혹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폐지 줍는 할머니’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무척 많아졌다. 도로 한쪽을 점령하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으며 장애가 있어 보이는 허리를 간신히 지탱하며 걷는다. 엉성하게 이어 만든 손수레를 끌고 폐지를 나른다. 간혹 할머니들 사이에 싸움도 난다. 서로 네 것이니 내 것이니 하면서 말이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 자꾸 목이 멘다. 최근 정부 통계를 보면, 한국의 전체 가구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유사한 16.5%인 반면, 65살 이상 노인가구의 빈곤율은 67.3%나 된다. 오이시디 평균의 4배가 넘는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젊은 시절 게을렀기 때문인가? 1960~80년대 연평균 경제성장률 10%를 넘나드는 성장을 일구어낸 세력이 이 노인들 아닌가? 그런데 다른 나라 노인들보다 더 많이 일했던 이들은 더 가난하다. 그래서 이렇게 오늘도 칼바람을 헤치고 폐지를 줍는다.
게다가 이들이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지, 또한 안전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내놓은 산업재해 통계를 살펴보면 연령이 높을수록 산업재해를 많이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1년 9만3292건의 전체 산재 건수 가운데 18~29살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9.6%인 반면, 50대는 무려 26.4%를 차지했다. 이조차도 실제 현실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산업재해의 실제 발생 규모는 공식 통계의 12배에 이른다는 정부 보고서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노인들은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8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박 후보가 자신의 당선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논공행상을 한다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사람들이다. 이들 노인이 진정 원하는 건 무엇일까? 이 끔찍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길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의 조건을 바꾸는 것이다. 늙은 것도 서러운데 위험하게 일도 해야 하고 때론 굶어야 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노인 자살률 역시 우리나라가 오이시디 1위다) 상황을 없애야만 한다. 그러자면 제대로 된 ‘진짜’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특히 가장 시급한 처지에 있는 빈곤 노인층에 대한 대책부터 필요하다.
우선, 빈곤 가구 실태에 대한 명확한 파악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들에게 적절한 주거공간과 식료품 제공, 그리고 의료수급자 지정이 필요하다. 빈곤층 노인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비용들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노령연금의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확대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 최소한의 생존비는 지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증세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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