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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생인권조례 제정 방해하더니…‘뒤끝 작렬’ 교과부

등록 2012-12-03 09:36

논쟁·대립으로 점철된 시행과정
교육법까지 개정해 발목잡기
교권 강조하며 반목 부추겨
“진보-보수 정치대결로 몰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시행되는 과정은 조례에 대한 오해와 오독으로 점철돼 있다. 체벌이나 두발·복장 자유 등 지엽적인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면서 조례 제정의 취지나 목적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실종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비판적인 ‘진보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면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논의는 진보-보수의 갈등과 대립으로 비화하기 일쑤였다.

체벌 논란이 대표적이다. 2010년 2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체벌 금지를 명문화한 학생인권조례를 확정한 데 이어 같은해 10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체벌 전면 금지 지침’을 시행하자, 교육과학기술부가 발목을 잡았다. 교과부는 서울시교육청이 공포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까지 내면서 강하게 반발했고, 지난 3월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교육감의 학교규칙 인가권까지 폐지해 버렸다.

이 과정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의는 ‘체벌 찬반’ 수준으로 축소됐고, 진보교육감과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갈등만 언론을 통해 유포됐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과부와 보수 언론 등이 학생 인권의 논점을 체벌에만 두면서 학생인권조례의 교육적 의미가 사장됐다”고 지적했다.

보수 교원단체와 보수 언론 등의 발목잡기로 초안이 수정되는 일도 있었다.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학생인권조례 초안에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명시했지만, 최종안에서 삭제됐다. 초안을 준비한 연구자들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원론적 수준에서 학생인권조례에 포함시켰을 뿐”이라고 설명했음에도 “학교가 정치판이 된다”는 보수 여론에 떠밀린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학생인권조례 초안에 ‘성별, 성적 지향, 종교, 나이, 언어, 신체조건, 출신 국가 등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했다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보수 언론 및 보수 종교계의 비판을 받고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두발·복장 등의 자유는 물론 다양한 표현의 자유까지 보장하는 학생인권조례의 바탕에는 학생과 학부모를 성적 지상주의로 통제해온 ‘보수적 교육철학’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 ‘교사-교감·교장-교육청-교과부’로 이어지는 기득권 세력이 학생인권조례에 강하게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모적·지엽적 논란 속에 학생인권조례의 본질이 왜곡된 데는 진보 교육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강명숙 배재대 교수(교육학)는 지적한다. “학생인권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교사를 주체로 세워 논의 과정에 밀접하게 결합시켰어야 했는데 이 대목에서 소홀했다. 결국 학생인권과 교권이 대립하는 구도를 낳아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문경민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교육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집회·시위의 자유나 동성애 논란을 염두에 뒀어야 한다. 해당 부분을 교육계의 합의가 가능한 수준에서 조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는 “이제부터라도 학생인권조례를 이념 갈등이 아닌, 민주주의와 시민교육의 관점에서 교육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해내는 정책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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