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 만인보]
국토종단 민심기행
③ ‘취업 바늘구멍’ 앞에 선 강원대 학생들
국토종단 민심기행
③ ‘취업 바늘구멍’ 앞에 선 강원대 학생들
가을의 춘천에선 해보다 안개가 먼저 떴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국립대학인 강원대에도 안개가 자욱했다. 지난 9월17일 캠퍼스 곳곳에 내걸린 펼침막이 안개 속에 펄럭였다.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이○○ - 신한은행.’ 올해 신한은행 공채에 합격한 4명의 강원대생 이름이 내걸렸다. 다른 펼침막도 있다. ‘9급 공무원 합격자 명단 - 김○○, 박○○, 조○○….’ 하급 공무원이 된 강원대생 20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동기 10명 가운데 1명이 취업하고 1명은 그냥 졸업만 하고 8명은 졸업을 미루고 휴학했어요.” 졸업을 앞둔 이 대학 신문방송학과의 한 4학년 학생이 말해주었다.
강원대 경제학과 81학번으로 모교 교직원으로 일하는 이상근(50)씨는 이런 장면이 낯설다. “예전엔 사시·행시 정도는 합격해야 펼침막이 붙었거든요. 한국통신(KT)에 4급으로 채용돼도 펼침막이 붙지는 않았죠.”
지난 2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별도’에 가면 알 수 있다. 학생들은 별관 도서관을 ‘별도’라 부른다. 5층 건물 가운데 4·5층을 600여석 규모의 열람실로 만들었다.
“예전엔 사시·행시 합격해야
캠퍼스에 펼침막 붙었는데…”
요즘은 은행 합격에도 들썩 24시간 개방된 별도에는 졸업생들이 모여든다. 강원대는 2010년부터 ‘졸업생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졸업생이라도 예치금 5만원을 내면 학교 도서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회원증’이 있는 졸업생은 현재 600여명이다. 별도에 모인 강원대 졸업생들의 처지는 서로 비슷하다. <한겨레> 설문조사에 응한 26명의 졸업생 가운데 14명은 취업 경험이 전혀 없었다. 나머지 12명 가운데 10명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그만뒀다. 별도에서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박미숙(가명·31)씨는 2년 동안 기간제 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 “친구들끼리 취업했는지 묻는 게 아니라,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물어요. 그게 더 중요해요.” 그에게 정규직의 열망은 소중하다. 박씨는 사람대접 받으며 살고 싶다는 청춘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런 꿈을 품은 대졸 실업자들이 대통령 후보를 보는 잣대는 ‘공감’이다. “경쟁만 시켜 놓고 자기 실력을 펼칠 자리가 없는 구조를 우리 사회가 만들었다”고 말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박씨는 마음이 끌린다. “비정규직의 설움을 당한 게 제 무능함 탓이 아니라고,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해준 정치인이었어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홍종호(가명·28)씨의 잣대도 비슷하다. 홍씨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 “특전사를 다녀왔잖아요. 험하고 어려운 일을 스스로 감당한 사람이니까, 우리들 처지도 잘 이해하겠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취업 준비로 허덕이는 지방대생들은 대통령으로부터 이해받고 싶어했다. 춘천/진명선 허승 조애진 기자 torani@hani.co.kr ▷ 국토종단 민심기행 [2012 대선 만인보] 기획연재 [관련기사] ▷ “학원비 없어 자격증 못따…지방대생 문제 공감할 후보 없나요”
▷ [79학번-00학번 비교] 점점 좁아지는 서울 취업길…대기업 입사 엄두도 못내 <한겨레 인기기사>
■ 정규직 일자리 사라져간 20년, 강원대생들에 무슨 일이…
■ ‘안철수 사찰 발뺌’ 치안감의 희한한 해명
■ 넥센 히어로즈, 차기 사령탑에 염경엽
■ ‘전국 최고 땅값 상승’ 거제도서 고층아파트 경쟁
■ ‘도사’들이 조선건국 일등공신?
■ 연평 꽃게의 국적은 3개
■ [화보] 박근혜와 안철수가 만났다
캠퍼스에 펼침막 붙었는데…”
요즘은 은행 합격에도 들썩 24시간 개방된 별도에는 졸업생들이 모여든다. 강원대는 2010년부터 ‘졸업생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졸업생이라도 예치금 5만원을 내면 학교 도서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회원증’이 있는 졸업생은 현재 600여명이다. 별도에 모인 강원대 졸업생들의 처지는 서로 비슷하다. <한겨레> 설문조사에 응한 26명의 졸업생 가운데 14명은 취업 경험이 전혀 없었다. 나머지 12명 가운데 10명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그만뒀다. 별도에서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박미숙(가명·31)씨는 2년 동안 기간제 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 “친구들끼리 취업했는지 묻는 게 아니라,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물어요. 그게 더 중요해요.” 그에게 정규직의 열망은 소중하다. 박씨는 사람대접 받으며 살고 싶다는 청춘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런 꿈을 품은 대졸 실업자들이 대통령 후보를 보는 잣대는 ‘공감’이다. “경쟁만 시켜 놓고 자기 실력을 펼칠 자리가 없는 구조를 우리 사회가 만들었다”고 말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박씨는 마음이 끌린다. “비정규직의 설움을 당한 게 제 무능함 탓이 아니라고,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해준 정치인이었어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홍종호(가명·28)씨의 잣대도 비슷하다. 홍씨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 “특전사를 다녀왔잖아요. 험하고 어려운 일을 스스로 감당한 사람이니까, 우리들 처지도 잘 이해하겠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취업 준비로 허덕이는 지방대생들은 대통령으로부터 이해받고 싶어했다. 춘천/진명선 허승 조애진 기자 torani@hani.co.kr ▷ 국토종단 민심기행 [2012 대선 만인보] 기획연재 [관련기사] ▷ “학원비 없어 자격증 못따…지방대생 문제 공감할 후보 없나요”
▷ [79학번-00학번 비교] 점점 좁아지는 서울 취업길…대기업 입사 엄두도 못내 <한겨레 인기기사>
■ 정규직 일자리 사라져간 20년, 강원대생들에 무슨 일이…
■ ‘안철수 사찰 발뺌’ 치안감의 희한한 해명
■ 넥센 히어로즈, 차기 사령탑에 염경엽
■ ‘전국 최고 땅값 상승’ 거제도서 고층아파트 경쟁
■ ‘도사’들이 조선건국 일등공신?
■ 연평 꽃게의 국적은 3개
■ [화보] 박근혜와 안철수가 만났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