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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백발의 그녀, 만삭의 그녀를 얼싸안다

등록 2011-11-10 18:13수정 2011-11-14 10:47

김진숙이 김여진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사진 박종식 기자
김진숙이 김여진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사진 박종식 기자
트위터로 우정 생중계…1차 희망버스 “보여요” “당신이랑 있으니 진짜 좋다!”
진숙 내려오자 여진 “꿈만 같다”…드디어 만난 그들 얼싸안고 눈물내고 닦아주고
 마치 오래 떨어져 있던 오래된 연인처럼 두 사람은 ‘와락’ 껴안았다.

 10일 오후 부산 영도사업소 85호 크레인 아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배우 김여진씨가 뜨겁게 만났다. 김진숙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바람인 김여진씨는 기어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눈물의 감정과는 다른 것이었다. 김씨는 이날 오후 5시40분께 트위터에 “꿈만 같다 히히”라며 감격의 일단을 드러냈다.

 309일 동안 35m 고공의 크레인에 스스로 감옥을 만들어, 정리해고된 한진중 조합원이 복직될 때까지 스스로 내려가기를 거부한 김진숙 위원의 무사귀환을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중 한사람이 김여진씨다. 김씨는 김 위원이 생환할 수 있게 하게 만든 공헌자 중 한명이다.

 트위터를 통해서 김 위원을 처음 알게 됐다는 김씨는 김 위원의 처지를 애닯아하고 그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는 트위터 글을 거의 매일 생산하며 14만명에 이르는 팔로어에게 전달했다.

 그의 글은 무수하게 리트윗되면서 김진숙과 한진중 사태의 존재를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잘 자요 당신~” 같은 감성적인 멘션은 그 어떤 논리적인 주장보다도 대중들 마음속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김 지도위원과 한진중 사태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결정적인 사건은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버스’의 1차 부산행(6월11~12일)이었지만, 여기에 핵폭탄급 위력을 더한 것은 김씨의 행보였다. 6월12일 새벽 1시 부산 한진중 영도사업소 정문 앞에서 경찰에 에워싸여 발을 동동거리다 새벽 1시께 희망버스 인파에 힘입어 조선소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오전 11시40분까지 둘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교감을 주고받았다.

 “보여요”(여진) “다들 멋지다!!!”(진숙) “정문 쪽 길 건너편에 있어요...둘이서 얘기나 했음 좋겠어요!”(여진) “당신이랑 있으니까 좋다. 진짜 좋다!”(진숙)


 10시40분께 경찰차에 실린 김씨의 연행소식도 김 위원에게 즉각 전달됐다. “어디신가요?” “호송차 안^^”

 김씨의 연행소식이 담긴 트위터는 무수한 리트윗을 낳으며 ‘희망버스’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6월15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김여진씨. 사진 제공 @myung2gi
6월15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김여진씨. 사진 제공 @myung2gi
  사흘 뒤 김씨는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 앞에서 눈물의 호소를 했다.

 “조남호(한진중공업) 회장님, 나는 정말 당신 앞에 아흔아홉번, 아니 구백구십번, 구천구백번이라도 무릎을 끓을 수 있습니다. 부탁합니다. 제발 그 사람 다치지 않게 내려올 수 있도록 대화해주십시요.”

 그러면서 그는 “트위터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그는 제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도 뛰어난 유머감각을 갖고 있고, 매력적인 분”이라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김 위원의 인간적 면모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그분에게 어떤 일이 생긴다면 저 역시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날 솔직하게 그만 내려오시라고 조르고 싶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고 “그러나 그분은 죽어간 세 사람의 동지와 지금 해고를 당하고 있는 동료들 때문에 아흔아홉번 쓰러지더라도 무릎을 꿇을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김 위원의 각오를 대변했다.

 고공 농성 300일째인 지난 1일 밤 김씨는 김 위원 때문에 울었다.

김여진 김진숙 300일 하니TV 썸네일
김여진 김진숙 300일 하니TV 썸네일
 희망버스 기획단이 서울 갈월동 한진중 본사 앞길에 마련한 희망버스 라디오 부스에서 김씨는 김 위원의 “잘…지냅니다”라는 짧은 말 한마디에 참고 있던 울음을 뱉어냈다. 김 위원은 “내려오면 뭘 가장 하고 싶으세요”라는 김씨의 질문에 “긴장을 풀고, 오래도록 늦잠을 자고 싶다”고 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궈 목욕하고 싶고, 뜨뜻한 찜질방에서 몸을 지지고 싶고, 매운 중국 요리도 먹고 싶다고 했다. 자취하면서 너무 질리게 먹었던 라면도 요즘 부쩍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의 바람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아 김씨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 같다. 김 위원은 크레인에서 내려오자 마자 경찰 호위 아래 부산동아대 병원으로 후송됐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85호 크레인을 내려온 김진숙이 김여진을 비롯한 찾아와준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박종식 기자
85호 크레인을 내려온 김진숙이 김여진을 비롯한 찾아와준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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