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진중공업(현 에이치제이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마지막 해고 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지난해 2월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들머리에서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옛 한진중공업(현 에이치제이(HJ)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마지막 해고 노동자’ 김진숙(62)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6년 만에 복직한다.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23일 “에이치제이중공업과 해고자 신분인 김 지도위원의 즉각적인 명예복직과 함께 퇴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600일 넘는 장기투쟁의 결과다. 다시는 이런 해고와 장기투쟁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신뢰와 화합의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열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에 노사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1981년 한진중 전신인 대한조선공사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1986년 2월 타협주의 성향의 노조집행부를 비판하는 홍보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부산시경찰국 대공분실에 연행돼 고문을 받았다. 회사 쪽은 이 기간 무단결근했다며 김 지도위원을 해고했다. 김 지도위원이 부당해고로 소송했지만 법원은 회사 쪽 손을 들어줬다.
김 지도위원은 2011년 1~11월 사이 309일 동안 한진중공업 구조조정에 맞서 영도조선소 안 85호 크레인(높이 35m)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시민단체 등이 김 지도위원을 응원하며 희망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현장을 찾아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고, 이후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고노동자로 남았다.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는 2009년과 2020년 사 쪽에 김 지도위원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복직을 권고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2020년 그의 복직을 촉구하는 특별결의안을 발표했다. 이에 노사 협상이 이어졌지만, 위로금 지급규모를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은 결렬됐다. 그사이 김 지도위원은 2020년 12월31일 만 60살 정년을 맞아 복직시한을 넘겼다.
이후에도 노동단체 등은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지난해 한진중에서 사명을 바꾼 에이치제이중공업은 해묵은 갈등을 털고 함께 재도약에 집중하자는 뜻에서 이날 노조와 김 지도위원의 명예복직과 퇴직에 합의했다.
김 지도위원은 “평생의 숙원이었고 한이었다. 기쁘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 암 수술과 치료를 받는다고 제대로 복직투쟁에 나서지 못했는데, 함께 해준 동지들 덕분에 복직할 수 있게 돼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의 명예복직과 퇴직 행사는 25일 영도조선소에서 열린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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