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트위터 등 정보 웹지도에 표시 ‘시민 저널리즘 혁명’

등록 2011-10-23 20:35

시민들이 보내온 정보를 받아 구글 지도 위에 시각적으로 표시해 주는 ‘우샤히디’는 시민 참여와 기술의 결합으로 성장한 시민 저널리즘의 좋은 예다. 지도상의 빨간 점들은 리비아 내전이 한창이던 올 2월부터 4월까지 카다피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 지점, 부상자 진료소 등을 나타낸 것이다.  우샤히디 제공
시민들이 보내온 정보를 받아 구글 지도 위에 시각적으로 표시해 주는 ‘우샤히디’는 시민 참여와 기술의 결합으로 성장한 시민 저널리즘의 좋은 예다. 지도상의 빨간 점들은 리비아 내전이 한창이던 올 2월부터 4월까지 카다피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 지점, 부상자 진료소 등을 나타낸 것이다. 우샤히디 제공
시민참여형 ‘우샤히디’ 프로그램의 탄생
2008년 케냐 대선때 폭동사건 겪으며 만들어
강진·대형화재 때 위력 발휘…100개국 활용
IT 발전으로 위키트리·미디어몽구 등 줄이어
지난달 15일 인터넷 화상채팅으로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한 줄리아나 로티치 ‘우샤히디’(ushahidi.com) 대표. 그는 케냐 나이로비와 서울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 1만㎞가 무색하게 옆에 있는 듯 친근함을 표했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했다가 손윗사람과 악수할 때 두 손을 쓰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케냐에도 마찬가지 풍습이 있거든요. 이런 공통점을 발견하고 소통하고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시민 저널리즘의 기반이죠.”

스와힐리어로 ‘증언’을 뜻하는 ‘우샤히디’는 사람들로부터 트위트와 휴대폰 문자 등의 정보를 받아 웹상의 지도에 유형별로 구분해 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웹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우샤히디 누리집을 통해 이 프로그램을 받아, 사람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공개된 구글 지도에 표시하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트위트 등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뿐 아니라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로 오는 문자메시지(SMS)도 처리가 가능하다.

올 8월 허리케인 아이린이 미국을 강타했을 때 피해지역의 한 주민은 우샤히디를 통해 피해 정보를 공유하고자 지도를 만들고 평소 알던 지역 엔지오(NGO) 단체와 트위터 친구 등에게 정보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만든 지도는 온라인 페이지에서 모두에게 공유되고 사람들이 서로 위험지역을 피하거나 복구 지원을 요청하는 등의 용도로 활용됐다. 이달 초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대선 감시, 지난해 아이티 강진, 러시아 초대형 산불 등 각종 대형 사건에서도 우샤히디는 시민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창구 노릇을 톡톡히 했고 현재 100여개 나라에서 쓰이고 있다.

우샤히디는 2008년 초 케냐에서 생겨났다. 대선 결과를 싸고 양쪽 대선후보 지지자들 사이의 다툼이 유혈사태로 번지자 유력 블로거이자 변호사였던 오리 오콜로는 시민들의 정보 공유를 제안했고, 정보기술(IT) 전문가였던 로티치를 비롯해 캐나다, 가나 등 세계 각지의 개발자 10여명이 참여해 우샤히디를 만들어 냈다. 의견 교환은 주로 인터넷 화상대화로 이뤄졌다.

시민들이 직접 언론의 주체로 나서는 시민 저널리즘은 정보기술 발전으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낸 ‘인터넷 혁명과 뉴스의 진화’ 보고서는 “시민 저널리스트들의 활동으로 전통 뉴스 매체의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뉴스 보도의 절대량이 늘었다”고 뉴스 지형의 변화를 표현했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국내 시민참여형 인터넷매체 <위키트리>는 트위터상 하루 평균 기사 노출량에서 모든 언론사를 제치고 1위(지난 9월5일, 인터넷언론 <블로터닷넷> 조사)를 차지했다. 1인 미디어의 활약 역시 시민으로서 한 개인이 가진 미디어적 역량의 성장을 보여준다. 국내 1인 영상 블로거 ‘미디어 몽구’의 경우 블로그 누적 방문자수 2460만을 넘었다.

시민 저널리즘의 부상은 기존 매체에 대한 불만에서 촉발됐다. 로티치 대표는 “밖에서는 집들이 불타고 있는데 텔레비전에서는 한가롭게 영화나 틀어주고 있는” 모순에서 우샤히디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미국 보스턴 온라인뉴스협회 총회에서 열린 ‘아랍의 봄’ 토론회에서 주류 미디어들이 다루지 않는 날것의 현실을 블로거들의 네트워크인 <글로벌 보이스>에서 만날 수 있었음을 증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보이스>는 현재 500명의 블로거들이 자기 지역의 소식을 세계 30개 언어로 알리고 있다.

우샤히디의 대표 줄리아나 로티치(왼쪽)가 지난 8월 케냐 나이로비의 사무실에서 기획운영팀장 에릭 허스먼과 함께 컴퓨터에서 우샤히디 화면을 보고 있다.  우샤히디 제공
우샤히디의 대표 줄리아나 로티치(왼쪽)가 지난 8월 케냐 나이로비의 사무실에서 기획운영팀장 에릭 허스먼과 함께 컴퓨터에서 우샤히디 화면을 보고 있다. 우샤히디 제공
기성 언론들도 ‘시민 미디어 파워’를 깨닫고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 6월 2만4천건이 넘는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업무용 이메일이 공개되자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이메일 내용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문제가 되는 내용을 알려 달라”고 시민들의 협력을 구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해 2월 우샤히디를 활용해 워싱턴의 폭설피해 상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시민 저널리즘은 ‘아랍의 봄’과 같이 소셜 미디어에 힘입은 새로운 시민운동과 움직임을 같이한다. 세계 신문·출판 에디터들의 정보교환 매체인 <에디터스 웹로그>는 최근 월가 점령 시위대와 관련해 “주류 매체가 소식을 충분히 전하지 못하는 동안 사용자제작콘텐츠 매체 <시티즌사이드>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고 지적했다. <시티즌사이드>는 사진·동영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현재 100여개 나라 5만여명의 아마추어 시민 사진가들이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한진중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씨와 그와 연대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희망버스’ 운동에서도 시민운동과 미디어 활동의 상호 상승효과가 관찰된다.

활동가들은 시민 저널리즘의 핵심으로 ‘시민들의 동질감 공유’를 꼽는다. 이슬람 인권단체 아메리칸이슬람의회의 나세르 웨다디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이슬람혁명의 원인으로 너무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독재를 끝내야 한다는 공감대와 열망이 있었기에 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로티치 대표는 “우샤히디의 탄생, 아랍 혁명 등에서 확인되듯 사람들이 갖는 공통 생각이 서로 확인됐을 때 변화는 일어난다”며 “정보기술은 사람들이 뜻을 교환하는 벽을 낮춰주고 더 활발하게 생각을 모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요소인 정보의 교환과 유통에서 시민 저널리즘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지닐 수 있도록 정보를 정확하게 다루는 능력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스턴/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취재 자문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오수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분석팀장

정지훈 관동대 정보기술(IT) 융합연구소 교수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