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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전통 언론사와 제휴·대중 참여로 심층보도 ‘심호흡’

등록 2011-10-24 20:28

비영리 탐사전문 매체 ‘프로퍼블리카’
광고·독자 감소로 ‘장편 저널리즘’ 위기 상황
전문성 요구 확대·데이터 처리 기술 발달 ‘숨통’
가디언 등과 공동취재·SNS 활용으로 ‘윈윈’
조슈아 벤턴(사진) 미국 하버드대 니먼저널리즘연구소 소장은 일간지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일하다 현재는 “심층보도를 비롯한 더 나은 저널리즘”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보스턴에서 열린 온라인뉴스협회 총회에서 ‘심층, 장편 저널리즘’의 강연자로 나선 그를 만나 디지털 환경에서 심층보도의 현재에 대해 물었다. 벤턴 소장은 “권력자의 비리를 폭로하고 사회 부정을 감시하는 것이 민주 사회에서 언론의 핵심 역할이라면, 전문성을 가진 기자가 오랜 시간과 자원을 투여해 만들어내는 심층보도는 그 꽃”이라며 “이는 어떤 개인 블로거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조슈아 벤턴 미국 하버드대 니먼저널리즘연구소 소장
조슈아 벤턴 미국 하버드대 니먼저널리즘연구소 소장
그는 2007년까지 미 텍사스주 유력 일간 <댈러스 모닝 뉴스>에서 탐사보도 전문기자, 해외 특파원 등을 지냈다. 2004년 텍사스의 공립고교 등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졌던 시험 부정에 대한 특종 보도는 큰 파장을 불렀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가장 문제가 컸던 학교의 문을 닫고 텍사스주 교육국장을 해임했다.

그러나 벤턴 소장은 2008년 신문사 구조조정으로 기자 생활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의 부상과 그에 따른 매체 환경의 변화는 신문사들의 경영상태를 악화시켰다. 판매부수 40만부의 <댈러스 모닝 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탐사보도 전문기자에게 지금은 분명한 위기 상황입니다. 광고 수입과 독자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문사는 심층보도를 유지하기에 힘이 부치죠. 기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두려움에 떨고 있어요.” 미국 언론전문지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의 지난해 가을호는 ‘햄스터 쳇바퀴’라는 글에서 “(미국의) 대부분 언론사의 기자들은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인해 햄스터가 쳇바퀴를 돌듯 충분한 탐사취재로부터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비영리 탐사전문 매체들의 부상도 언론사 경영상의 이유로 위축되고 있는 심층 보도를 살리기 위한 노력과 맥을 같이한다. 2007년 미국 뉴욕에서 출범한 온라인 언론사 <프로퍼블리카>가 대표적 사례다. 이 매체는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24일 이 매체의 뉴욕 사무실에서 만난 마이크 웹 <프로퍼블리카> 대외담당 국장은 “우리는 언론 기사에서 심층성이 약화되면 민주주의의 작동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프로퍼블리카>는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비영리 매체로서 성역 없는 보도가 이 매체의 탄생 이유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전통 언론사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 기자 34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비영리 탐사보도 언론사 <프로퍼블리카> 편집국의 모습. 아래 사진은 지난달 23일 보스턴에서 개막한 온라인뉴스협회 총회에서 ‘심층 저널리즘’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 모습.  뉴욕·보스턴/권오성 기자
지난달 24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비영리 탐사보도 언론사 <프로퍼블리카> 편집국의 모습. 아래 사진은 지난달 23일 보스턴에서 개막한 온라인뉴스협회 총회에서 ‘심층 저널리즘’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 모습. 뉴욕·보스턴/권오성 기자
이런 비영리 조직은 전통 언론사들이 적은 비용에 품질 높은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워싱턴 포스트> 등 15개의 전통 매체들은 <프로퍼블리카>와 함께 공동 취재를 해서 함께 기사를 싣는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태풍 때 뉴올리언스 병원에서 발생한 안락사 사건에 대한 보도는 <뉴욕 타임스>와 <프로퍼블리카>의 대표적인 협업 사례다. 제럴드 마조라티 <뉴욕 타임스> 부국장은 “만약 이 보도를 우리가 혼자 진행했다면 40만달러의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며 성공적인 협업을 통해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음을 시사했다. <프로퍼블리카>로서는 자신들의 취재물을 좀더 널리 알릴 수 있고, 전통 언론사들은 보다 적은 자원을 들여 심층 보도물을 내놓을 수 있는 ‘윈윈 관계’인 셈이다.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지난해 미디어 지형의 변화를 가늠해 내놓은 ‘멋진 신세계’라는 보고서에서 실라 코로넬 미국 컬럼비아 언론대학원 교수는 “자원의 고갈을 겪고 있는 기존 뉴스 조직들은 경쟁보다는 협업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상업 언론과 비영리 매체, 전문기자와 대중 사이의 협업에 탐사 뉴스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벤턴 소장도 심층보도의 현재 상황을 비관만 하지 않았다. 그는 “위기와 기회는 같이 찾아온다”며 “(디지털 시대에) 언론사는 수익모델을 잃어버렸지만 대신 기자들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을 쉽게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요컨대 “(전통 언론의) 탐사보도 기자는 위기를 맞았을지 모르지만 대신 다른 기자들은 자신의 영역을 탐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프로퍼블리카의 소셜 미디어 담당 어맨다 미셸 팀장은 “정부의 경기부양 지출에 대한 심층보도를 진행하면서 소셜 미디어 등을 이용해 얻은 정보로 미 전역 500곳 이상의 지역에서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었다”며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대중 참여형 탐사 취재가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4월 런던에서 설립된 온라인 매체 <탐사보도국>(TBIJ)이 위키리크스와 함께 ‘이라크 전쟁 관련 미국 정보문서’ 보도 등으로 앰네스티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탐사보도국> 역시 아이티(IT) 기술로 재력을 쌓은 데이비드 포터와 기자 출신인 일레인 포터 부부가 만든 ‘포터 재단’이 200만파운드(약 36억원)의 후원금을 내 설립된 비영리 조직으로 영국 민영방송 <채널4> 등과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보이스오브샌디에이고>와 <캘리포니아 워치>, 미네소타주의 <민포스트>, 텍사스주의 <텍사스 트리뷴> 등도 2005~2009년에 걸쳐 탐사보도의 위축에 대한 경계에서 생겨난 비영리 뉴스 조직들이다. 이들은 모두 웹 기반으로 20명 내외 소수의 기자들이 비당파적 입장에서 탐사 보도물을 생산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끝> 뉴욕/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취재 자문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오수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분석팀장

정지훈 관동대 정보기술(IT) 융합연구소 교수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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