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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욕심에 탈 난 인생 교정해 나눔 재활 ‘뼈의 달인’

등록 2008-07-22 11:42

김길현 동양척추교정원 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뼈에 이상이 생겨 몸이 불편한 이들의 척추를 교정해 주고 있다.
김길현 동양척추교정원 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뼈에 이상이 생겨 몸이 불편한 이들의 척추를 교정해 주고 있다.
[향기 나는 사람들] 김길현 동양척추교정원 원장
어려서부터 독학…개다리 부러뜨려 임상하기도
병원 인수했다 ‘쫄딱’…소외된 삶 위해 ‘손’ 내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배움터라고도 합니다. 삶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삶을 통해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이지요. 김길현(49) 동양척추교정원 원장은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내며 지나친 욕심은 화를 초래함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알았다"고 웃으며 말하지만 그에게는 "떠올리기조차 싫은 끔찍한 세월"이었습니다.

큰 병원 원장이나 의대 교수도 그의 손 거쳐

김 원장은 척추, 관절, 턱 등 어긋난 뼈가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돕는 데 탁월한 재주를 지녔습니다. 손·발목이 삔 것 정도는 그 자리에서 바로 잡습니다. 최근 그를 찾아온 한 검사는 골프를 치다가 엄지 뿌리 부분의 뼈에 이상이 생겨 여러 의료 기관을 다녔지만 낫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한 번에 뼈를 교정했습니다.

그의 교정술은 목이나 허리 디스크 증상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체육계는 물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정계, 언론계, 재계 인사들 가운데 그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의 '손을 거친' 이들 가운데는 큰 병원 원장이나 의대 교수도 있습니다. 한 유명 농구선수는 고등학교 때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는데 2주 정도 교정을 받고 나았다고 합니다.

16일 취재를 위해 사무실을 찾았을 때 6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교정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는 20대 때 등산을 갔다가 산에서 내려오면서 엉덩방아를 크게 찧었다고 합니다. "그때는 젊어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최근에는 꼬리뼈가 너무 아파서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할 지경이 됐습니다." 이 여성은 그렇게 해서 이곳에 오게 됐다고 합니다.

김 원장의 교정술은 독특합니다. 교정을 받는 사람은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의 손은 허리, 척추, 목뼈 등을 스치듯 가볍게 만집니다. 그는 "천천히 조금씩 바로잡아야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돼지 등골뼈 사다가 가방에 넣고 다니며 사람 척추 연구

놀랍게도 김 원장은 지압과 교정의 원리를 혼자 공부해 깨쳤습니다. 6살 때 여자 아이들로부터도 맞고 지낸다며 아버지 손에 이끌려 종합무술도장과 태권도장에 다니기 시작한 그는 사범들이 손발이 삐거나 어깨가 빠진 아이들을 고쳐주는 것을 어깨 너머로 배웠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도장 부사범으로 사범이 없을 때 대신 아이들을 가르쳤고 뼈가 다친 아이들도 곧잘 고쳐줬습니다. 중2 때는 팔목 뼈가 부러졌으나 돈이 없어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던 한 살배기 막내 동생을 위해 친구 아버지인 정형외과 의사를 찾아가 부러진 뼈를 어떻게 고치는지를 배웠습니다.

동생을 치료한 얘기가 알려지면서 가난한 동네 사람들이 그를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곧잘 고쳤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가난한 이웃들의 아픈 곳을 낫게 해주는 일은 큰 재미"였습니다. 실력을 쌓기 위해 본격적으로 '뼈'에 대한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기르던 개 다리를 부러뜨려 임상을 하다 할머니와 부모님으로부터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고교 때 집이 서울 시흥동에서 인천 십정동으로 옮겼는데 소문은 그곳까지 따라왔습니다. 하루에 10여 명씩 뼈를 다친 이웃들이 찾아왔습니다. 이웃들의 뼈를 바로 잡아주는 한편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고교 때는 돼지 등골뼈를 사다가 가방에 넣고 다니며 사람의 척추를 연구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의과대학에 다니던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관련 의학서적을 구해다 읽었습니다.

해사 합격했으나 좌절…대학 그만 두고 돈벌이 나서 ‘세상에 반항’  

김길현 동양척추교정원 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뼈에 이상이 생겨 몸이 불편한 이들의 척추를 교정해 주고 있다.
김길현 동양척추교정원 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뼈에 이상이 생겨 몸이 불편한 이들의 척추를 교정해 주고 있다.
그는 1년쯤 대학에 다니다 아예 대학을 그만두고 지압과 교정으로 돈벌이를 시작했습니다. 이웃들을 돕는 일이 재미있던 그가 교정을 통한 돈벌이에 나선 이유는 세상에 대한 반항심도 작용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장군이 되기 위해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했으나 신원조회에 걸렸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주먹패들과 많이 어울려 다녔는데 그 과정에서 폭력 전과가 생겼고, 또 집안에 사상이 문제가 된 사람이 있었어요."

학교를 그만두고 '뼈 만지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더욱 널리 알려졌습니다. 스무 살 때 체육계 인사의 소개로 태릉선수촌에서 잠깐 일을 하게 됐고 그때의 인연으로 87년부터 6년 동안 현대산업개발 농구팀 선수들의 '뼈'를 맡았습니다. 같은 해 광주의 아시아자동차 사이클팀은 그에게 의무과장이라는 중책을 맡겼습니다. 1992년 한 중앙일간지에는 현대산업개발 여자농구팀 선수들이 지압으로 부상에서 벗어나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의 이야기입니다.

광주에서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한나절이면 선수들을 다 봐줄 수 있었지요. 남는 시간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습니다. 솜씨가 좋다고 입소문이 나 하루에 그를 찾아오는 사람이 300명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했습니다. 4년여 동안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김 원장은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데도 많이 썼습니다. 어려서부터 가난한 이웃을 돌보며 몸에 밴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주말이면 양로원이나 복지시설에 다니며 가난한 이웃들의 아픈 뼈마디를 공짜로 바로잡아줬습니다.

수십 억 날리고 의료법 위반 혐의로 걸리기도

하지만 돈이 많이 벌리자 욕심이 생겼고 결국 사단이 났습니다. 94년 주위의 권유로 제법 규모가 큰 병원을 인수했다가 평생 모은 수십억 원의 재산을 모두 날린 것입니다. 병원장을 맡겼던 의사는 은행 빚만 잔뜩 남긴 채 공금을 빼돌려 달아났고 설상가상으로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척추 교정을 한 것이 문제가 되어 한 의료단체로부터 의료법 위반으로 세 차례나 고발됐습니다.

빚쟁이들이 몰려들었고, 한편으로 그는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지옥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병원을 포함, 건물, 땅, 농장 등 전 재산을 채권단에 넘겼습니다. 그 과정에 아내와 이혼을 했고, 친척과도 척을 졌습니다. 고발 사건은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집행유예로 매듭지어졌습니다. 지압과 교정이 의료행위가 아님을 인정받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그는 99년 광주시로부터 지압 관련 사업자등록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잃고 나니 살기가 싫어졌습니다. 삶을 포기하기로 하고 두 차례나 '일'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죽는 것도 쉽지 않더라구요. 무조건 광주를 떠나고 싶었어요." 2001년 몸만 갖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척추교정 사업'도 접었습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무료로 지압과 교정을 해줬습니다.

그가 삶의 의욕을 다시 찾게 된 계기는 보육원 아이들과 탈북청소년의 자립을 위해 운영되는 할렐루야 골프단을 알게 되면서였습니다. 그 골프단을 이끄는 백성기 목사의 요청으로 단원들의 몸을 돌보다 보니 재정 부족으로 허덕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그가 가진 것은 몸밖에 없었습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 다시 '손을 쓰기로' 했습니다. 지난 6월 사업자등록증을 받아 서울 여의도에 동양척추교정원을 열었습니다.

"욕심은 없어요. 하지만 죽기 전에 제 욕심 때문에 뒤엉킨 삶의 실타래를 조금은 풀고 싶어요. 소원해진 아이들과의 관계도 회복하고 싶고, 인연이 닿는다면 35년 동안 쌓은 노하우를 의료인들에게 가르쳐주고 싶기도 합니다." 문의 (02)785-5264.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김길현 원장이 알려주는 척추 건강을 위한 습관  

● 잠에서 깬 뒤 몸을 조금씩 움직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라.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는 것은 척추에 무리를 준다.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쪼그려 앉거나 화장실에 가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는 것도 척추에 부담을 주는 동작이다.

● 재채기를 할 때 상체를 옆으로 돌리지 말라. 재채기를 할 때 우리 몸은 아주 긴장하게 된다. 척추를 비튼 상태에서 긴장시키면 탈이 날 수가 있다. 재채기를 할 때 몸은 정면을 향하고 하라.

● 척추가 삐끗했을 경우 그 자리에 가만히 엎드려 쉬어라. 상태가 가벼운 경우 가만히 엎드려 있는 동작만으로 증상이 좋아진다.

● 하루에 1분 가량 거꾸로 매달려 있으면 척추 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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