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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연의 해결사는 자연, 섣불리 손 대면 탈

등록 2008-07-08 13:55수정 2008-07-08 14:37

임태교 원장이 지난 1일 부여곤충나라를 찾은 학생들에게 암수 사슴벌레의 특징과 습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태교 원장이 지난 1일 부여곤충나라를 찾은 학생들에게 암수 사슴벌레의 특징과 습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향기 나는 사람들] 임태교 부여곤충나라 원장
살충제 팔던 농약상에서 생태주의자로 ‘전향’
곤충·동식물과 사람 ‘공존’ 체험 학습관 열어
살충제 장수에서 곤충 마니아와 생태주의자로. 부여곤충나라 임태교(47) 원장은 2000년까지 살충제를 팔던 농약상이었지만 지금은 곤충 생태체험 학습관을 운영하며 곤충, 나아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임 원장이 운영하는 부여곤충나라는 곤충과 동식물을 관찰하고 체험해보는 체험학습 시설입니다. 그는 자신의 생태주의 철학에 따라 이곳을 꾸몄습니다. 관람객들은 유리상자가 아니라 나무속이나 거름 더미처럼 자연스런 환경 속에서 사는 곤충과 벌레를 만지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런 환경을 꾸미자 곤충나라의 '인구'는 다양해졌습니다. 교육용으로 기르는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나비 등의 곤충은 물론 수백 종의 곤충과 벌레들이 몰려들었고, 그를 먹이로 하는 개구리나 두꺼비는 물론 사슴과 고라니까지 먹이를 구해 찾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모기가 들끓는 이유와 별로 없는 이유

임 원장은 부여곤충나라를 운영하면서 농사를 지을 때 알 수 없었던 자연계의 섭리를 깨달았습니다. 장구벌레와 개구리의 관계가 그랬습니다. 그는 개구리가 알에서 올챙이를 거쳐 개구리가 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20여개 플라스틱 수조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개구리알을 떠다 넣었지만 조금 지나자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수조에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가 생기자 개구리가 스스로 찾아와 알을 낳았던 것입니다. 장구벌레는 올챙이의 먹이였습니다.

"여름에 이곳을 찾은 분들이 저수지가 가까운 산골임에도 모기가 생각보다 적다고 얘기를 합니다. 이처럼 자연은 스스로 정화하는 힘이 있어요. 하지만 사람은 기다리지를 못합니다. 개구리가 오기도 전에 장구벌레를 죽이는 약을 칩니다. 장구벌레는 다 죽지 않습니다. 개구리만 다 죽어요. 여름이면 모기가 들끓게 되는 겁니다."

생태체험관을 운영하면서 그는 기다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물속 곤충 관찰을 위해 연못을 만들고 연꽃을 심어 기를 때였습니다. 어느 날 연못에 가보니 잎마다 진딧물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살충제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살충제를 치면 진딧물 뿐 아니라 자신이 기르는 곤충이나 벌레들도 피해를 입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며칠쯤 지났을까, 무당벌레가 날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대부분 잡아먹었습니다.

고라니도 연꽃 재배에 위협이 됐습니다. 봄이면 고라니가 산에서 내려와 연잎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습니다. 연꽃이 하나도 남아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그는 꾹 참고 기다렸습니다. 마음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고라니가 새끼를 뱄을 때 영양보충을 위해 연잎을 먹으니 그 시기가 지나면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연꽃은 봄이면 고라니의 '영양식'이 되지만 여름이 다가오면 연못을 뒤덮은 채 아름다운 꽃을 피웠습니다.

수서곤충 체험을 위해 만든 연못(위)과 임 원장이 비닐하우스에 쓰던 쇠파이프를 재활용해서 만든 구조물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풀벌레관.
수서곤충 체험을 위해 만든 연못(위)과 임 원장이 비닐하우스에 쓰던 쇠파이프를 재활용해서 만든 구조물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풀벌레관.


‘곤충 농사’ 지으며 유기농업에 대해서도 눈 떠

임 원장은 '곤충 농사'를 지으며 유기농업에 대해서도 눈을 떴습니다.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위해 곡식, 채소, 약초 등 50여 종의 밭작물을 기르면서 곤충과 벌레 때문에 약을 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작물은 잘 자랐습니다. 진딧물은 무당벌레가, 다른 해충은 거미나 여러 산새가 잡아먹었습니다. 자연은 그렇게 스스로 균형을 잡아갔습니다. 심지어 농약을 자주 쳐야 하는 인삼도 약 한 번 치지 않았지만 병충해 없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식물을 기르다보면 해충이 먼저 생기고 다음에 해충을 먹는 익충이 생겨요. 살충제를 쓰는 대신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됩니다. 물론 처음 한 두 해는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이 알아서 해결해줍니다."

젊어서부터 농업으로 생계를 꾸려온 그에게 곤충은 귀찮은 존재였습니다. 해충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살충제를 쓰는 데 아낌이 없었습니다. 그는 농사를 잘 지었습니다. 특히 1996년부터 방울토마토 재배에 뛰어들어 한 해에 순수익만 4~5천만원을 냈다고 합니다. 450㎡의 땅에서 다른 농부가 15㎏짜리 150상자를 수확할 때 그는 400 상자 이상을 생산했습니다.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든지 시작하면 몰두하는" 그는 연구를 거듭해 물, 온도, 습도와 농약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았습니다. 주위에서 비결을 배우고자 몰려들었습니다. 하루 평균 7~8명이 그를 찾아와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비닐하우스 앞에 차를 대 놓으면 자신이 있을 줄 알고 사람들이 찾아올까봐 차를 숨겨 놓고 몰래 농사를 지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농부들은 그에게 아예 농약사를 차려 방울토마토 농사를 컨설팅하라고 권했습니다. 그예 1996년 부여군 세둔면에 농약사를 차렸습니다.

처음에는 벌이가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99년 방울토마토 값이 폭락하면서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대다수 농부들이 약값을 갚지 못했습니다. "인건비도 못 건진 것을 뻔히 아는데 돈을 달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듬해에 찾아온 이들에게 또 다시 외상으로 약을 팔았지만 그 해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5억원 가량 손해를 봤습니다.

장수풍뎅이, 나비관의 풀잎에 앉아 있는 호랑나비, 장수풍뎅이 애벌레(왼쪽부터).
장수풍뎅이, 나비관의 풀잎에 앉아 있는 호랑나비, 장수풍뎅이 애벌레(왼쪽부터).

“죽여본 사람이 살리는 일도 잘 해”…15일 첫 체험축제

그런 그를 보고 안타까워하던 한 농민이 표고버섯을 키우고 버린 폐목에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가 많이 살더라며 곤충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다 실패한 농민들을 보면서 농촌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농산물만으로는 자립이 힘든 것은 분명했습니다. 도시인, 특히 도시 아이들이 찾아오게 만들면 어른들도 함께 올 것이었습니다. 곤충을 길러 팔고, 체험학습장을 만들면 될 것 같았습니다. 2001년 뜻이 맞는 농민 2명과 한국곤충이라는 영농법인을 만들어 곤충을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부여곤충나라의 모태였습니다.

"곤충이 없으면 사람도 살 수가 없습니다. 살충제를 팔다 곤충을 기른다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많이 죽여본 사람이 살리는 일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임태교 원장은 곤충을 기르면서 깨달은 자연생태계의 가치를 도시 사람들 특히 자라는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는 농촌의 미래가 도시와의 소통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인들이 찾지 않으면 농촌은 사그라들 것이었습니다. 곤충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든 주요한 이유입니다.

15일부터 시작되는 '제1회 부여곤충나라 체험축제'는 임 원장의 꿈이 담긴 행사입니다. 참가자들은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나비, 물속 곤충, 땅속 곤충 등 곤충은 물론 식물 관찰, 동물 먹이주기 체험 등을 할 수 있습니다.

곤충 체험축제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생태계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
곤충 체험축제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생태계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

특히 자연물을 소재로 한 곤충만들기는 부여곤충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입니다. 참가자들은 작두콩, 강낭콩, 갈대, 밤쭉정이, 수세미씨, 호두, 강아지풀대 등 자연에서 난 소재로 만든 벌, 개미, 잠자리, 무당벌레 등 곤충 모형을 만들어 갖고 갈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시래기주먹밥 만들기, 종이접기, 천연 비누만들기, 천연염색 등 10가지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무더위를 식혀주는 물놀이장도 있습니다. 참가비 만원이면 모든 체험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041)836-7231~3 www.kbugs.co.kr

부여/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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