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서울 안국동 아름다운 가게 안국점에서 재활용품 전시회를 여는 연정태씨가 12일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옛 부안초등학교 터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공방 운동장에서 버려진 자전거, 흔들목마를 재구성해 만든 자전거 트레일러에 아들 오랑이를 태워 달리고 있다.
[향기 나는 사람들] 재활용품 전시회 여는 연정태씨
고물이나 폐품, 마술처럼 새 ‘쓰임’으로 ‘부활’
폭력적 소비에서 버려지는 것 없는 세상으로
고물이나 폐품, 마술처럼 새 ‘쓰임’으로 ‘부활’
폭력적 소비에서 버려지는 것 없는 세상으로
'사람이나 그릇은 있으면 언젠가는 쓰게 되어 있다'. 아름다운가게 간사인 연정태(48)씨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아름다운가게는 기증받은 물품을 팔아 모은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을 하는 '재활용 나눔가게'입니다.
연씨는 버려지는 것들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그가 18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안국동 아름다운가게 안국점 중앙홀에서 여는 전시회는 자신의 그런 꿈을 세상 속에서 펼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시회는 이름부터 남다릅니다. '물건의 재구성'. 전시회에서는 그가 주위에서 흔히 보는 폐품을 조합해 만든 생활용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립니다. '재구성된' 물건들입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창작품들 수두룩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물로 만든 자전거 트레일러'입니다. 자전거, 수동 골프 카트, 흔들 목마 등 망가져 버려진 물건들을 결합해 만들었습니다. 어른이 자전거를 타면서 트레일러처럼 딸린 목마에 아이를 태우고 다닐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안전벨트까지 달려 있습니다. 그의 아들 오랑(4)이는 한 번 타면 잘 내리지 않으려 하는 놀이기구이기도 합니다.
'버려진 의자로 만든 협탁'은 의자를 뒤집어 등받이를 탁자의 다리로, 앉는 부분을 상판으로 만든 탁자입니다. 누구나 한 번 보기만 하면 쉽게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기가 쉽습니다. '깨진 항아리로 만든 수납장'은 깨진 곳을 잘라낸 뒤 항아리 안쪽 곡면에 맞게 나무를 잘라 넣어 끼워 선반으로 쓰도록 만들었습니다.
'폐기된 합판으로 만든 조립식 책장', '엘피지가스통으로 만든 바비큐그릴', '자투리파이프로 만든 신발건조대', '플라스틱의자로 만든 아기 그네' 등 전시품들 모두 버려진 물건들을 짜맞춘 이 세상에 하나뿐인 창작품들입니다.
하지만 연씨는 전시되는 생활용품들이 재활용작품으로 불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작품이라는 말은 일반인보다 예술가에게 어울리는 말이어서 보통 사람들이 재활용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만든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자신에 대해 붙인 재활용예술가, 환경예술가, 재활용작업가 등의 호칭도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그는 작품이라는 말이 재활용과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재활용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품과 시간이 듭니다. 그 또한 에너지일진대,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 재활용이라는 말에 담긴 정신과는 어쩐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연씨는 그런 생각에 따라 이번 전시회를 일반인들이 재활용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꾸미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입니다. 또 이름만 보면 '재구성'에 쓰인 재료를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물건의 재구성' 과정을 담은 사진과 설명글도 패널로 만들어 함께 전시하고, 관람객들이 집에 돌아가 직접 만들어볼 수 있도록 작품 제작과정을 담은 130쪽짜리 카탈로그도 준비했습니다. 카탈로그는 아름다운가게에 1만원 이상 기부한 이들에게 공짜로 나눠준다고 합니다. "전시회에 오신 분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한 번이라도 재활용품을 만들어봤으면 좋겠어요. 직접 만들어보면 물건의 본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거든요. 물건에 대한 안목도 생기게 됩니다." 오토바이도 만들어 타는 등 적성에도 딱 맞아
'버려지는 것이 없는 세상'이라는 연씨의 꿈은 젊어서부터 벼려졌습니다. 그는 20대 때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그의 눈에 현대 사회는 사람조차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는 곳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3년 동안 자동화기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자동화기기는 대량생산의 주역이었습니다. 자동화기기를 만들기 위해 자동화 생산공장을 자주 찾았습니다. 제품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물건이 차고 넘쳤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생산된 물건을 쉽게 쓰고 쉽게 버렸습니다.
30대 때 그는 디자인광고회사를 운영했습니다. 대량생산으로 쏟아지는 물건이 잘 팔리도록 치장하고 알리는 일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좋아 보이지 않은 물건이라도 그럴듯하게 포장해야 했습니다. 그럴 때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나이 마흔을 넘기며 무언가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습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던 후배로부터 "폐품을 활용해 형이 원하는 물건을 마음껏 만들어 보라"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인 이유입니다.
재활용품을 만드는 일은 적성에도 맞았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만드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버려진 자전거를 '재구성'해 번듯한 자전거를 만들었고, 직장에 다니면서도 취미생활로 오토바이를 만들어 탔습니다. 그는 재능을 나누는 일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광고회사에서 일할 때에는 자투리 종이로 프리랜서로 일하는 가난한 후배들의 명함을 만들어줬고, 돈이 넉넉지 않은 후배가 카페를 낸다고 하면 재활용품을 이용해 멋들어지게 인테리어를 해줬습니다.
소외된 이들 자립 꿈꾸는 사회적 기업 도움 되길 바라
"버려진 물건을 보면 매트릭스 영화처럼 물건의 부분들이 다양한 형태로 결합하여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게 눈앞에 떠올라요. 저절로 그렇게 됩니다."
연씨는 '물건의 재구성'과 함께 판매되는 상품 개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옛 부안초등학교 터에 있는 아름다운공방에는 그가 지금까지 개발한 수십 종의 상품이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아름다운가게의 수익사업은 물론 소외된 이들이 자립을 꿈꾸는 사회적 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재활용작업자로 일하면서 그는 "폭력적일 정도로 엄청난 소비"가 이뤄지는 현대 사회에서 재활용이라는 말조차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음을 간파했습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사람들이 물건을 함부로 대해서는 인류 문명의 지속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철, 플라스틱, 병 등은 버려도 재활용되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죄책감이 들지 않지요. 하지만 이들을 재활용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듭니다. 있는 그대로 사용한다거나 버리지 않는다거나 튼튼하게 만들어 오래 쓰는 것이 진짜 재활용입니다."
양평/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폐기된 신호등으로 만든 전등(왼쪽)과 깨진 항아리로 만든 수납장. <전원생활 제공>
하지만 연씨는 전시되는 생활용품들이 재활용작품으로 불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작품이라는 말은 일반인보다 예술가에게 어울리는 말이어서 보통 사람들이 재활용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만든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자신에 대해 붙인 재활용예술가, 환경예술가, 재활용작업가 등의 호칭도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그는 작품이라는 말이 재활용과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재활용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품과 시간이 듭니다. 그 또한 에너지일진대,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 재활용이라는 말에 담긴 정신과는 어쩐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연씨는 그런 생각에 따라 이번 전시회를 일반인들이 재활용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꾸미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입니다. 또 이름만 보면 '재구성'에 쓰인 재료를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물건의 재구성' 과정을 담은 사진과 설명글도 패널로 만들어 함께 전시하고, 관람객들이 집에 돌아가 직접 만들어볼 수 있도록 작품 제작과정을 담은 130쪽짜리 카탈로그도 준비했습니다. 카탈로그는 아름다운가게에 1만원 이상 기부한 이들에게 공짜로 나눠준다고 합니다. "전시회에 오신 분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한 번이라도 재활용품을 만들어봤으면 좋겠어요. 직접 만들어보면 물건의 본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거든요. 물건에 대한 안목도 생기게 됩니다." 오토바이도 만들어 타는 등 적성에도 딱 맞아
재활용 작업을 하고 있는 연정태씨.
배식판으로 만든 스탠드(왼쪽, <전원생활 제공>)와 자투리 목재를 붙여 만든 문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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