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상도동 동작구 보건소에서 류마티즘 극복체조를 배우는 사람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몸과 마음]
미움과 분노로 염증 쌓여 류마티스 관절염
몇 십년 한 털어놓고 이웃돕기 나서자 ‘싹~’
미움과 분노로 염증 쌓여 류마티스 관절염
몇 십년 한 털어놓고 이웃돕기 나서자 ‘싹~’
한의사들은 류마티스 관절염을 마음과 관련이 많은 질환으로 꼽습니다. 이 병은 여성들에게 많습니다. 특히 이 병으로 고생하는 여성들 가운데는 시집살이를 심하게 했거나 남편으로부터 핍박을 많이 받은 분이 적지 않습니다.
살면서 겪는 핍박과 류마티스 관절염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제가 아는 어떤 한의사는 이렇게 분석합니다. 시어머니나 남편으로부터 핍박을 많이 받으면 그 분들에 대한 미운 마음이 생깁니다. 그 마음은 증오나 분노로까지 바뀝니다. 그런 미운 마음은 피를 탁하게 합니다. 증오나 분노는 뜨거운 에너지입니다. 결국 시어머니나 남편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마음이 피를 탁하게 하고 열이 나게 해서 피 안에 염증이 생기고 그 염증이 팔다리에 가서 쌓이면서 류마티스 관절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맑고 찬 물보다 탁하고 따뜻한 물이 쉽게 썩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남편 음주와 가난으로 고된 시집살이
그렇다면 마음을 어떻게 바꾸면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을 낫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가까이서 지켜본 한 분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30년 이상 고생한 분의 얘기입니다.
지금 칠순을 바라보는 그 할머니는 20대 때 시집와서 남편의 음주와 가난으로 힘든 시집살이를 했습니다. 남편은 늘 술을 달고 살았고 남편의 월급날은 빚쟁이들이 몰려와 빚잔치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어머니는 언제나 남편 편만 들었습니다.
시집온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그 분에게 신경통과 류마티스 관절염이 생겼습니다. 남편이 술을 먹고 들어온 날이면 몸이 더 아팠습니다. 손가락, 발가락 마디마디는 물론 온 몸의 관절이 너무 아파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30년 이상 약을 달고 살았지만 증세는 점점 악화되어 손발의 관절이 툭 불거져 나왔습니다. 시어머니는 물론 남편도 1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증세는 여전했습니다. 통증이 너무 심해 몇 해 전 결국 오른쪽 무릎에 인공관절을 집어 넣어야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곧 다른 쪽 무릎에도 인공관절을 넣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 그 분은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해방됐습니다. 몇 해 전부터 약도 끊었습니다. 그 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물론 수술과 약물치료가 도움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에게 일어난 변화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마음의 변화였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분은 남편 생각만 하면 속이 상했습니다. 분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몸이 심하게 아팠습니다. 자식들은 자꾸 아프다고 하는 어머니에게 짜증만 냈습니다.
미워하는 마음이 만드는 호르몬은 뱀의 독 같아
하지만 수술까지 하게 되자 자식들이 달라졌습니다. 그 분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지난 시절 자신이 힘들고 억울했던 사연을 털어 놓았습니다. 그러자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남편에 대한 미움도 사라졌습니다. 수술 뒤 이 분은 교회를 다니며 어려운 이웃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쪼개 어렵게 사는 친지와 이웃을 돕기 시작하면서 마음에 기쁨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살기 시작하자 어느 날 류마티스 관절염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뒤틀린 뼈마디는 그대로 있지만 더 이상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몸은 이처럼 우리 마음에 곧바로 반응을 합니다. 미워하는 마음은 몸 안에서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생성시킨다고 합니다. 이 호르몬은 뱀의 독만큼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남을 미워하면 우리 몸부터 다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를 핍박하는 이까지 사랑해야할 이유입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말이지요.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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