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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짓눌린 10대 삶, 그들 목소리로 숨통 틔워

등록 2008-05-20 15:03수정 2008-05-20 15:17

청소년 전문 극단 ‘진동’과 극단 대표 박종우씨(윗줄 맨 오른쪽).
청소년 전문 극단 ‘진동’과 극단 대표 박종우씨(윗줄 맨 오른쪽).
[향기 나는 사람들] 박종우 청소년극단 ‘진동’ 대표 (상)
“피는 꽃마다 다 빛깔 다른데 탈출을 일탈로 억압”
서태지에 웃고 우는 아이들 만나 청소년극 눈떠
청소년 전문 극단 ‘진동’을 이끌고 있는 박종우(42) 대표는 성적 지상주의와 학벌 중시 사회 속에서 숨 막혀 하는 청소년들에게 숨통을 터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연극을 통해서입니다. 그 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8년이 됐습니다.

“연극은 성인극과 아동극으로 나뉩니다. 극단을 운영하려면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할 수 있는 연극이나 부모가 아이들과 손잡고 찾아오는 아동극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의 말처럼 청소년 연극은 시장이 거의 없습니다. 박 대표는 “틈새가 있다”고 웃지만 가난한 예술인의 대표격인 연극인으로서 돈과는 더욱 거리가 먼 길을 택했습니다. 그런 탓인지 그의 극단 사무실은 대학로, 동숭동 등 연극 하면 떠오르는 동네와 거리가 먼 서울 이문동의 주택가 골목 지하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학로 연극동네와 거리 먼 이문동 뒷골목 지하방에 극단

연극을 통해 청소년과 마음을 나누는 박종우씨.
연극을 통해 청소년과 마음을 나누는 박종우씨.
그가 청소년 연극에 눈을 뜨게 된 것은 1996년. 운동권 연극패들의 모임이었던 극단 ‘한강’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군에 다녀온 뒤 신입 단원들이 처음 무대에 올리는 연극을 만들 때였습니다. 연극 소재를 찾다 가수 서태지의 은퇴와 그를 안타까워하는 청소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아이들의 얘기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박 대표는 가수 서태지의 집 앞에 진을 치고 있는 학생들을 찾아갔습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왜 서태지에 열광을 하는지, 학교에서 서태지 팬이라는 이유로 어떤 '탄압'을 받았는지 시시콜콜하게 얘기해줬고 그는 그들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연극 작품 <교실 이데아>에 담았습니다.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서태지의 브로마이드를 빼앗아 찢어버리는 장면은 서태지 팬클럽 학생들의 체험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박 대표는 <교실 이데아>를 만들며 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기는 주변인, 제2의 탄생 등으로 묘사될 정도로 당사자들에게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했습니다. 피는 꽃마다 빛깔이 다르듯 아이마다 결이 다르지만 어른은 그런 개성을 무시합니다. 숨막혀 죽을 것만 같은 아이들이 탈출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행동을 일탈이라 부르며 억압합니다.

‘찌질이’ 이야기인 <지금 해라> 4년째 무대 올려


“청소년들이 공감하는 연극, 그들의 목소리가 담긴 연극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박 대표가 2001년 극단 ‘진동’을 만든 이유입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가슴에 진동을 주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창단 작품인 <비행하는 이카루스>는 비행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고, <렛츠 알바>에는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담았습니다. <견우와 직녀> <지금 해라> <목소리를 높여라> 등 지금까지 무대에 올린 일곱 작품이 모두 그렇습니다. 특히 '찌질이' 학생이 권투를 배우며 삶의 자신감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지금 해라>는 2005년 초연한 뒤 지금까지 공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패한 작품도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고등학생 이야기를 담은 <리틀맘>입니다. 소재가 너무 급진적이어서 그런지 초청하려는 학교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2천만 원 이상을 까먹었습니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자신의 연극을 보고 공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경영이라는 현실이 주는 어려움을 잊곤 합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연극에서 자신이나 친구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더 나은 현실로 가는 첫걸음이지요.”

그는 "아이들이 연극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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