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②
죽에도 속쓰린 목사님, 믿고 마구 먹으니 ‘싹~’
약이라며 설탕물 준 환자 35%가 증상 없어져
죽에도 속쓰린 목사님, 믿고 마구 먹으니 ‘싹~’
약이라며 설탕물 준 환자 35%가 증상 없어져
몸과 마음의 관계를 알려주는 사례는 많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플라시보 효과를 예로 들어볼까요. 여러분들은 의사가 처방한 가짜약이 얼마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약 대신 설탕물을 먹거나 포도당 주사를 맞았을 때 말입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가짜 약을 먹은 환자 가운데 35%가 증상이 나아진다고 합니다.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많습니다. 오늘은 만성 위장병으로 고생하던 한 목사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그 목사님은 죽을 먹어도 속이 쓰릴 정도로 위가 좋지 않았습니다. 위벽이 너무 얇아져서 위장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의사의 얘기를 듣고 늘 노심초사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사님은 성경책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 (마가복음 11장 24절)
받을 줄로 알고 믿으라. 그리하면 그대로 된다는 말에서 반성이 됐습니다. 위장병이 낫도록 기도했지만 목사인 자신의 믿음이 약해 그대로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난 이미 다 나았어. 다음날 아침에 죽 대신에 밥을 먹었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배가 아파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먹은 것은 설사로 다 빠져 나갔습니다. 잠깐 의심이 들었지만 그 목사님은 점심 때 또 '보통 사람의 밥상'을 차려 먹었습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배가 아프고 설사를 했습니다. 저녁때에는 뷔페에서 약속이 있었습니다. 다시금 믿음을 다졌습니다. 그곳에서 다섯 접시를 먹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그 목사님은 위장병에서 벗어났습니다. 어떻게 해서 병이 나았을까요. 믿음만으로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의료계에서는 아주 드물게 병이 저절로 낫는 경우를 Spontaneous Remission이라고 합니다.
그런 경험은 제게도 있습니다. 20대 후반 저도 위장병으로 무척 고생을 했습니다. 조금만 매운 음식을 먹어도 속이 쓰리고 신트림이 나왔습니다. 김치는 씻어 먹었습니다. 늘 속이 더부룩했습니다. 병원에 가서 내시경을 했더니 신경성 위염이라고 하더군요. 약을 지어 먹었지만 차도는 없었습니다.
그리던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한의사의 말이 치료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 한의사가 말하기를 신경성 위염은 신경 쓰지 않으면 낫는다는 것입니다. 맞아. 신경을 쓰지 않으면 되잖아. 그때부터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었습니다. 청양고추처럼 아주 매운 음식을 먹은 날은 속이 쓰리기도 했습니다. 빈속에 마늘을 먹었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자 신기하게도 증세가 사라졌습니다. 도대체 내 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떤 관계가 있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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