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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속상한 일 겪으면 실제 ‘속’이 상한다

등록 2008-05-12 17:04

[몸과 마음] ①
마음 다치면 몸 아파…병 치료에 적용 늘어
질병은 드높은 영성의 세계 이끄는 ‘이정표’
몸과 마음의 관계에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됐습니다. 한의학은 애당초 몸과 마음을 분리하지 않습니다. 그런 전통 탓인지 우리말에는 몸과 마음을 함께 담은 표현이 있습니다.

속이 상한다는 표현이 그렇습니다. 이 표현은 몸과 마음이 함께 작용함을 그대로 나타냅니다. 우리가 속상하다고 할 때 이는 우리의 마음 상태를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몸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의사들은 속상함은 위나 장의 벽이 헐게 되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속상한 일을 겪으면 실제 ‘속이 상하는’ 것이지요. ‘혈압이 오른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말은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합니다.

‘피가 마른다’는 표현도 그렇습니다. 피가 마르는 것은 우리 몸에서 붉은 색의 피가 없어지는, 다시 말하면 적혈구가 없어지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닐까요? 적혈구가 없어지는 것, 바로 백혈병이지요. 우리말로 추정해볼 때 백혈병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피가 마를 정도'의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요.

몸의 변화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피가 끓는다’ ‘간이 부었다’ ‘핏대가 솟는다’ 등의 표현도 몸에 나타나는 현상을 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양의학에서도 관심…플라시보 효과도 같은 이치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해 서양의학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심신의학입니다. 영어로는 Mind-body medicine 또는 Psycosomatic medicine이라고 부릅니다. 이를 통해 질병 치료와 마음의 관계를 연구해 마음 변화를 치료에 적용하는 의사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플라시보 효과가 발견되면서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합니다. 플라시보 효과란 의사가 가짜 약을 처방했음에도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의사들은 플라시보 효과가 일어나는 원인을 의사에 대한 믿음에 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믿음이 병을 고친 것이 아닐까요?


요즈음 서양의학에서는 기도가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진 이들이 암을 고칠 확률이 높다는 등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몸 따로 마음 따로’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원효 스님의 ‘해골물’ 얘기를 들어 일체유심조라고 하면서도 그런 철학 아래 삶을 사는 이들은 드뭅니다. 그래서 마음이 아파 속이 상하고, 화가 나서 잠을 못 이루고, 생각이 많아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그런 분들이 많습니다. 마음과 몸의 관계는 사람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안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의사 선생님은 “몸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질병은 환자들을 드높은 영성의 세계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몸과 마음’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가장 가까이 있지만 가장 잘 알지 못하는 것 가운데 하나인 몸과 마음의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다른 전문가의 이야기, 체험, 국내외 연구 사례, 관련 책 등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이를 통해 많은 분들이 몸과 마음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조금 무모한 듯 보이는 탐구의 여정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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