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로 향을 만드는 능혜 스님.
[향기나는 사람들] 향 퍼뜨리는 능혜 스님/상
자신을 불태워 세상 정화하는 '보살 정신' 전해
인공향 탓 역한 냄새나는 절밥이 '향쟁이' 인연
자신을 불태워 세상 정화하는 '보살 정신' 전해
인공향 탓 역한 냄새나는 절밥이 '향쟁이' 인연
불가에서는 향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자신을 불태워 세상을 정화하는 향에서 보살의 정신을 보기 때문입니다. 묘향(妙香)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묘향은 기이한 향기라는 뜻으로 <중일아함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 향은 바람을 거슬러 냄새를 풍긴다고 합니다. 세상 논리에 거스르는 향기, 곧 부처님의 말씀을 뜻하기도 합니다.
향 만드는 회사 취운향당을 운영하는 능혜 스님은 세상에 '묘향'을 전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정직한 사업가가 성공하기 힘든 시류를 거슬러 바른 재료를 써서 정직하게 만든 향을 팝니다.
능혜 스님은 한약재만을 써서 향을 만듭니다. 취운향당에서 향재료로 쓰는 한약재는 감송, 유향, 현삼, 천궁 등 50여 가지나 됩니다. 경북 성주군 선남면에 자리한 취운향당 창고에는 갖가지 한약재가 그득하게 쌓여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스님은 "수행자가 욕심이나 집착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향에 쓰는 좋은 한약재에 대한 욕심은 놓아지지가 않는다"며 웃었습니다. 취운향당은 접착제도 화학제품이 아닌 유근피 가루를 씁니다.
능혜 스님이 만드는 향은 한 가지 재료로 만드는 침향, 전단, 광향 등 단방향 6가지와 보림, 취운, 다보, 자금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합향 6가지, 가루향 2가지 등 모두 14가지입니다. 한달에 팔리는 양만 1만갑이 훨씬 넘을 정도라니 인기가 좋은 편이지요. 스님은 "재벌가의 총수나 유명 정치인들 가운데도 그가 만든 향을 애용하는 이들이 많다"며 향을 아는 사람들은 취운향당의 향을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능혜 스님이 향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3년입니다. 하지만 향과의 인연은 훨씬 오래됐습니다. 경북 예천이 고향인 스님은 독실한 불교신자인 어머니를 따라 절에 자주 다녔다고 합니다. 예닐곱살 때쯤이었습니다. 그 해 가을 어머니는 추수한 곡식을 부처님께 먼저 공양하러 부용봉에 있는 연화사에 갔습니다. 어머니는 액땜이 된다며 불전에 올렸던 밥을 먹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밥에서 나는 역한 냄새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나쁜 향 연기가 스며든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 역한 냄새는 고교 시절 불교학생회 활동을 할 때 다니던 법당에서도, 출가한 뒤에 찾게 된 여러 절에서도 계속 맡아야 했습니다.
"부처님께 올리는 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예전에 우리가 흔히 쓴 초록색 향 가운데는 화학색소와 다른 인공첨가물이 들어가 있어서 연기를 분석해보면 포름알데히드나 톨루엔 등 해로운 물질이 나옵니다."
능혜 스님은 출가한 뒤에 좋은 향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때 절에서 쓰던 초록생 향이 몸에 좋지 않을 것이라 느꼈기 때문입니다. 늘 향을 피우는 스님이나 절을 찾는 불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게 향을 대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능혜 스님에게 향과 관련된 귀한 인연이 찾아옵니다. <계속>
취운향당 (054)933-6371~2. www.cwh.co.kr 경북 성주/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우리 조상들은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향을 피우고 차를 대접했다.
취운향당 (054)933-6371~2. www.cwh.co.kr 경북 성주/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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