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연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관련 설명회’에서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오른쪽 사진 맨 오른쪽)이 그림판을 들어 보이며 보도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같은 시각 청사 밖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정부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왼쪽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 내용 공개않고 ‘안전’만 강변
국제수역사무국 광우병 위험 충분히 알리도록 명시
동물성사료 금지 ‘공표’아닌 ‘즉각이행’관철 못 시켜
미 광우병 발생때 속수무책…WTO 수입국 권리 포기
국제수역사무국 광우병 위험 충분히 알리도록 명시
동물성사료 금지 ‘공표’아닌 ‘즉각이행’관철 못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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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허용하는 한-미 쇠고기 협상을 타결하면서 참여정부 때 세운 협상의 중요한 전제조건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부는 광우병의 위험성을 자국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도록 국제법에 명시한 규정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미국과 벌인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기본적인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일 “지난 18일 타결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서, 미국이 동물성 사료 금지 강화 조처를 공포만 하더라도 연령 제한 없이 뼈가 포함된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조항은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판정할 때 권고한 조건과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미국이 동물성 사료 금지 강화 조처를 당장 이행하라는 것으로, 우리도 이를 미국과 벌인 협상의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미뤄 왔는데 이번에 협상단이 허물어 버렸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참여한 이 관계자는 “이 밖에도 국제기준에 맞는 몇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미국이 충족하지 못해 한-미 쇠고기 협상이 진척되지 않았다”며 “이번에 타결된 수입위생 조건은 참여정부의 협상안과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 시점에 맞춰 협상을 타결하고자 국제법적으로 인정된 절차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통상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완전 개방 이전에 광우병 위험 정보에 대해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고, 위험을 관리해 나갈 방법을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 내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이는 국제수역사무국 규정에 명시돼 있는 ‘위험성 정보 소통 규정’을 정부가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동식물의 안전에 대한 연구의 국제기준으로는 100% 안전하다거나 100% 위험하다는 주장을 펼 수 없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 안전하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즉각 수입 중단 조처를 하지 않고, 미국 쪽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수입 중단 여부를 결정하도록 합의했다. 이는 국민 건강을 위협할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설사 없더라도 잠정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세계무역기구(WTO) 위생 검역 협정 5조7항의 수입국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이날 “농식품부에 한-미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개정 합의문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자구 수정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민변은 입법예고까지 한 개정안 합의문의 비공개는 위법하다고 판단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은 “국회 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 민변에 먼저 합의문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7일 청문회때 국회에 합의문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개정 합의는 국제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따라 이뤄졌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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