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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구도 길 동반하며 길찾기 돕는 ‘길 위의 삶’

등록 2008-04-29 18:35수정 2008-04-29 19:14

달마와 풀라.
달마와 풀라.
[향기 나는 사람들] 달마와 풀라
삶의 의문 스스로 풀도록 이런저런 방법 체험하게
명상 춤·각성 인텐시브·몸에게 말걸기 등 ‘안내판’
소울메이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영적 성장에 도움을 주는, 그런 구도의 길을 함께 가는 동반자라는 말이겠지요. 달마와 풀라가 그런 사람들입니다. 두 사람은 부부 사이지만 부부 이상인 관계입니다.

달마와 풀라는 ‘길 위의 사람들’입니다. 서울 이태원의 집에서 지내는 날은 일주일에 길면 사흘, 다른 날은 전국을 돌아다닙니다. 풀라는 “길 위에서 주로 산다”고 말합니다.

두 사람이 길 위의 삶을 마다하지 않은 이유는 다른 이들의 길 찾기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행복해지는 길, 자유로워지는 길, 두려움이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 삶의 참된 의미를 찾는 길 등….

워크숍 통해 불안감 치유하고 올바른 관계 맺기

달마와 풀라가 하는 일은 길을 알려주는 게 아닙니다.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삶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이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워크숍을 통해 이런저런 방법을 체험하게 해줍니다. 구르지예프 무브먼트, 가족세우기, 각성 인텐시브, 몸에게 말 걸기 등의 프로그램이 두 사람이 제시하는 길안내 표지판입니다.

풀라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구르지예프 무브먼트는 러시아 출신의 영적 지도자인 구르지예프가 이슬람 신비주의자 수피의 수행춤을 바탕으로 만든, 일종의 명상춤입니다. 시크릿댄스, 즉 신성무라고도 불립니다. 사람을 거듭나게 한다는 점에서 ‘변형의 춤’이라고도 하지요. 구르지예프는 사람을 아홉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애니어그램을 서양 사회에 소개한 이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구르지예프 무브먼트는 120가지의 춤과 그에 따른 음악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비대칭적인 몸놀림을 다른 이들과 조율하면서 나름의 각성을 경험합니다. 또 독일의 절반 가까운 가정이 경험해 본 심리치유 도구인 가족세우기, 껍데기에 불과한 육체 안에 깃든 참 존재를 탐구하는 각성인텐시브 등의 프로그램 등도 참가자들에게 비슷한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두 사람은 워크숍을 통해 평생 처음으로 행복감을 느꼈다는 사람, 어린 시절 가슴 속에 새겨졌던 불안감을 치유했다는 사람,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과의 올바른 관계 맺기를 시작하게 됐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길 위의 삶’이 주는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달마와 풀라에게 삶의 힘든 짐을 지고 그들의 워크숍에 참가한 이들은 낯선 타인이 아닙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과거의 자신’을 보기 때문입니다.

물리학 전공 독일인 서른 즈음에 ‘마음의 잔치’ 빠져 인도로

달마는 나이 서른까지 힌리히 짐머만이라는 평범한 독일인이었습니다. 함부르크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연구소에서 일하며 박사과정을 밟던 그는 어느 날 마음속에 큰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는 행복한가.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그때까지 제가 원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부모나 사회의 기대에 맞춰 살았지요. 내 삶은 행복이나 기쁨이 없는 기계처럼 죽은 삶이었어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그 당시 제게 삶과 죽음처럼 중요한 문제였어요."

달마는 종교 관련 책을 읽고 명상센터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의 법문을 듣고 일본 승려가 만든 젠센터에도 다녔습니다. “가슴을 울리는 느낌은 없었다”고 합니다.

인연은 친구의 소개로 찾아간, 인도 출신 영성가 오쇼 라즈니쉬를 따르는 이들이 운영하는 명상센터였습니다. 채식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그곳에서 그는 명상에 앞서 살면서 쌓인 감정의 더께들을 털어내는 다양한 요법을 경험했습니다. “몸 뿐 아니라 내면에 쌓인 무게감도 줄어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말마다 여러 워크숍에 참여했고, 2년 동안 매일 아침 저녁 시간날 때마다 오쇼 라즈니쉬가 만든 ‘다이나믹 명상’을 실천했습니다. 세상이, 삶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내 삶에서 올바른 길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길이 여정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그 여정을 계속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알고 싶었지요.”

특히 놀라운 경험은 명상 센터에서 운영하는 식당 청소를 할 때였습니다. 명상센터에서 일하는 이들이 도와달라는 말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바닥에 엎드려 기름때를 긁어내면서 회의가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지?’하는 의문은 금세 놀라움으로 바뀌었습니다. 밤새 놀이처럼 재미있게 청소를 했다고 합니다. “일을 놀이처럼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어떤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게 중요한지를 그때 알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삶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일도 놀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점점 공동체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갔습니다. 몇 해 뒤에는 휴가로도 부족해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 오레곤주에 있는 라즈니쉬가 이끌던 공동체로 갔습니다. 공동체에 기부금을 내기 위해 얻은 은행 빚을 갚기 위해 하루에 18시간씩 택시 운전을 하면서도 마음은 기뻤다고 합니다.

1987년 오쇼 라즈니쉬가 인도 푸나에 자리 잡은 뒤에는 그도 그곳으로 가서 공동체에 합류했습니다. 라즈니쉬는 그에게 ‘진정한 본성’이라는 뜻의 ‘아누락 다르마’라는 이름을 줬습니다. 한국인들이 그를 달마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가난 탓 분노와 원망에 시달리다 우연히 찾아온 길 따라…

달마의 동반자인 풀라의 삶에는 가난이 화두였습니다. 그는 단칸방에서 일곱 식구가 함께 지내고, 학교에서 돌아올 때 가건물인 집이 철거되지 않았는지 걱정해야 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런 삶은 그에게 무능한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원망을 키워줬습니다. 중학교 때 손에 든 성경도, 단편 소설 부문에 등단할 정도의 글재주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한 사람의 죽음에 무심한 세상이 미워 학교마저 그만둔 채 뛰어든 연극도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풀라는 “삶은 점진적인 절망”이라고 여겼습니다. 19살 때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책 <차 한잔의 사랑>을 읽고 저자인 오쇼 라즈니쉬를 만나고 싶다는 꿈이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라즈니쉬가 이미 “몸을 벗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에게 또 다른 절망을 줬습니다.

새로운 길을 향한 여정은 우연하게 찾아왔습니다. 동국대에 인도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였습니다. 학교에서 만난 대학원 조교가 티벳의 밀교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인도 여행을 떠나는 팀이 있는데 함께 가라며 거의 강권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인도를 가려 했으나 번번이 기회가 닿지 않았던 터였습니다. 그때는 아무런 준비도 없었는데 인도를 가게 됐습니다. 1995년 12월 풀라는 인도로 여행을 떠나 45일 동안 푸나의 라즈니쉬 공동체에서 지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아예 짐을 싸서 인도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인 자유를 찾지 않으면 인도의 길 위에서 죽겠다”고 일기에 썼던 다짐대로 푸나에서 그는 삶이 자신에게 던진 숙제를 많이 풀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사실은 그의 불행했던 삶에 대한 가없는 연민에서 나온 것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는 ‘내적 침묵을 더불어 나누는 사람’이라는 뜻의 디안 프라풀라라는 이름으로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소울메이트’인 달마도 만났습니다.

2004년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얻은 경험을 나누기 위해 3개월 동안 한국을 찾았고 전국을 다니며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 모두 좋아했습니다. 한국에 와서 그들을 인도해달라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듬해에 두 사람은 아예 삶의 근거지를 인도에서 한국으로 옮겼습니다. ‘길 위의 삶’의 시작이었습니다. 올해로 한국 생활을 시작한 지 3년째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행복한 삶, 자유로운 삶 등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워크숍에 대한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가 두 사람의 주말은 9월말까지 일정이 빼곡히 잡혀 있습니다. 생활에 대해 물었습니다. 물가가 비싼 한국, 그것도 서울에서의 삶이 어렵지 않냐는 것이지요. 두 사람은 월세방에서 살고 있거든요. 달마는 “한 달에 버는 돈이 백만원이 넘으니 백만장자”라며 활짝 웃었습니다.

cafe.daum.net/dharmameditation, dprafula@hotmail.net

글/권복기 기자bokkie@hani.co.kr

사진/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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