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은 남부시장 살리기의 첫 사업으로 ‘하늘정원 만들기’를 벌였다. 사진 공공작업소 심심 제공
토지공사·한겨레 공동기획
초록 삶터를 찾아서 ⑴ 전주 남부시장 하늘공원
초록 삶터를 찾아서 ⑴ 전주 남부시장 하늘공원
초록은 생명의 빛깔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초록빛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다. 초록빛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생명이 살 수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잿빛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국토를 덮어오고 있지만 초록빛을 되살리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겨레〉가 토지공사와 함께 초록삶터를 찾아 나섰다.
재래시장을 살리는 실험이 시작됐다. 공공예술집단 ‘공공작업소 심심’이 전주시 전동 남부시장에서 벌이고 있는 ‘재래시장 기능 변화를 통한 개발모델 구축사업’이다. 1905년 문을 연 남부시장은 ‘남문 밖에 서는 장’이라는 뜻의 ‘남밖장’으로 일컫던, 호남에서 손꼽힌 큰 장터로 90년대 중반까지도 호황을 누렸으나 지금은 다른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심’은 남부시장 살리기의 첫 사업으로 ‘하늘정원(사진) 만들기’를 벌였다. 한국토지공사 지원으로 만들어진 ‘하늘정원’은 ‘심심’이 문화공연, 교육, 휴식 등의 목적으로 상가건물 옥상에 만든 복합공간이다. 원목으로 만든 데크와 돌길이 있고, 정원 한 쪽에는 벽돌을 쌓아 만든 하늘색 예쁜 담이 아담한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
시장 옥상에 있지만 ‘하늘정원’은 시장과는 딴판인 공간이다. 담을 허물고 만든 데크에서 완산칠봉과 전주천을 바라보노라면 펜션 옥상이나 노천 카페에 와 있는 듯하다. 고개를 숙이고 왁자한 시장통을 내려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심심’이 ‘하늘정원’을 만든 이유는 ‘재래시장 기능변화’를 위해서다. 재래시장을 살리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어렵다. ‘발자국’ 수를 늘리면 된다. 하지만 어떻게? 정부는 2004년 ‘재래시장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전국 시장에 주차장, 진입로, 화장실 등 시설 개선을 지원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심심’은 기존의 시장을 쓸어버리고 대형 마트와 비슷한 상가를 짓는 전면 개발의 경우 상인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추진이 힘들 뿐 아니라 재개발하더라도 대형 마트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심심’은 남부시장을 문화와 교육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보기로 했다. 그 시작이 ‘하늘정원 만들기’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남부시장 번영회에서 도움을 줬지만 상인들 설득이 어려웠다. 예전에 장사터로 쓰던 옥상에 정원을 꾸미는 게 시장을 살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5~6월 두 달 동안 네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열었고 상인들을 만날 때마다 ‘하늘정원’의 의미를 알렸다. 작업은 한 달 가량 늦춰져 결국 공사는 비가 잦은 8월에야 시작될 수가 있었다. 9월7일 ‘하늘정원’이 문을 열었지만 상인들의 반응은 여전했다.
‘하늘정원’의 조망권을 통해 산과 전주천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인 ‘심심’은 그때부터 문화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모았다. 전주청소년 문화예술교육단이 결합했고,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판 프로젝트-네 꿈을 펼쳐라’와 ‘다락방’이 진행됐고, ‘장도 보고 굿도 보고 콩쥐팥쥐전’ 등 예술 공연도 펼쳐졌다. 상인들은 예술 공연보다 학생들이 북적대자 마음을 조금씩 열였다. 처음 시장통을 휘젓고 다니는 학생들에게 ‘뭐하는 짓이냐’며 호통치던 이들이 차츰 바뀌어갔다. 상인들은 학생들에게 지나온 삶을 얘기해줬고, 음반을 만든다고 하자 마이크에 대고 노래까지 불렀다. 학생들도 장을 보고 국밥을 먹으며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불결하다는 생각을 떨치고 재래시장이 가진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심심’은 올해부터 3년 동안 2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남부시장 리폼’ 사업이다. 공공미술의 관점에서 시장을 확 바꿀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하늘정원’을 좀더 규모 있는 문화공간으로 꾸며 시민은 물론 문화예술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전주남부시장 번영회 김태진 회장은 “하늘정원을 통해 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고 무엇보다 경기 침체로 마음이 얼어붙은 시장 상인들이 서로서로 위로하고 마음을 열게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전주/권복기 기자, 사진 공공작업소 심심 제공
‘하늘정원’의 조망권을 통해 산과 전주천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인 ‘심심’은 그때부터 문화와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모았다. 전주청소년 문화예술교육단이 결합했고,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판 프로젝트-네 꿈을 펼쳐라’와 ‘다락방’이 진행됐고, ‘장도 보고 굿도 보고 콩쥐팥쥐전’ 등 예술 공연도 펼쳐졌다. 상인들은 예술 공연보다 학생들이 북적대자 마음을 조금씩 열였다. 처음 시장통을 휘젓고 다니는 학생들에게 ‘뭐하는 짓이냐’며 호통치던 이들이 차츰 바뀌어갔다. 상인들은 학생들에게 지나온 삶을 얘기해줬고, 음반을 만든다고 하자 마이크에 대고 노래까지 불렀다. 학생들도 장을 보고 국밥을 먹으며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불결하다는 생각을 떨치고 재래시장이 가진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심심’은 올해부터 3년 동안 2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남부시장 리폼’ 사업이다. 공공미술의 관점에서 시장을 확 바꿀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하늘정원’을 좀더 규모 있는 문화공간으로 꾸며 시민은 물론 문화예술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전주남부시장 번영회 김태진 회장은 “하늘정원을 통해 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고 무엇보다 경기 침체로 마음이 얼어붙은 시장 상인들이 서로서로 위로하고 마음을 열게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전주/권복기 기자, 사진 공공작업소 심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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