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순(61) 한국공정무역연합 대표
[향기 나는 사람들] 박창순 한국공정무역연합 대표
가난한 생산자에 정당한 값 치르는 착한 소비
아내도 직장 접고 통역 동행…딸은 마케팅팀장
가난한 생산자에 정당한 값 치르는 착한 소비
아내도 직장 접고 통역 동행…딸은 마케팅팀장
인생도 이모작을 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자신이 원하는 일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습니다. 정년퇴직을 한 뒤 새로운 길을 가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교육방송> 방송본부장을 지낸 박창순(61) 한국공정무역연합 대표는 공정무역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인생 이모작의 ‘작목’으로 선택했습니다.
공정무역은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이 만든 물건을 정당한 값을 주고 삼으로써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일입니다. 노동착취를 통해 생산한 물건 대신 비싸더라도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며 생산한 제품을 산다는 점에서 윤리적 소비운동이라고도 말합니다. 이름도 대안무역, 민중교역, 희망무역 등 다양하게 불립니다.
‘착한 제품’들 호응 커져…관련 공부모임도 열어
27일 서울 안국동 한국공정무역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장사를 하려니 힘들다”면서도 표정은 밝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원해서 하는 사람의 얼굴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박 대표에게 공정무역은 “알면 알수록 이렇게 좋은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일입니다. 일은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공정무역은 우리나라의 여러 엔지오에서 이미 5년 전에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박 대표의 한국공정무역연합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한 터라 거래 실적은 아직 보잘 것 없습니다. 거래 품목도 축구공과 초콜릿 두 가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공정무역의 성공가능성은 시장에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11월 파키스탄에서 수입한 축구공 120개는 지난 2월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 금세 동이 났다고 했습니다. 새로 2500개를 주문했고, 이달 안으로 국내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또 가나에서 들여 온 400만 원 어치의 초콜릿도 지난 2월 발렌타이데이를 계기로 벌인 ‘착한 초콜릿 운동’으로 쉬 팔았습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지요. 추가로 들여온 초콜릿 1천만 원어치는 ‘대목’이 지나자 찾는 이들이 거의 없어 창고에 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희망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백화점이 식품 매장에 공정무역 코너를 만들고 싶다며 연락을 해왔고, 커피전문점 ‘탐 앤 탐스’에서는 자사의 고급커피체인점에서 박 대표가 수입한 초콜릿을 팔아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해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박 대표는 “공정무역이 어떤 것인지 알려지기만 하면 제품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9월부터 다달이 공정무역 공부모임을 열고 있습니다. 이 모임에는 다달이 15명 안팎의 시민들이 참여합니다. 한국공정무역연합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한 이들의 수도 2천 명에 이릅니다. <교육방송> 그만 둔 뒤 방송위에서 ‘실탄’ 지원 받아 7개월 제작 박 대표가 공정무역을 알게 된 것은 2005년. <교육방송>의 환경프로그램 <하나뿐인 지구>를 오랫동안 제작하면서 환경, 생태주의, 생명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던 시민단체 ‘모심과 살림 연구소’에서 공정무역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축구공을 만들 때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아동을 데려다 헐값에 일을 시킨다는 사실에 분개하곤 했지만 그런 비참한 현실을 없애는 대안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합니다. 한평생 ‘방송쟁이’로 살아온 그답게 박 대표는 언젠가 공정무역을 주제로 한 방송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결심은 <교육방송>을 그만둔 뒤에 실현이 됩니다. 그는 2005년 방송위원회의 공익콘텐츠 제작지원 프로그램에 응모해 1억원을 지원받게 됩니다. ‘실탄’이 생긴 것이지요. 곧바로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공정무역을 준비하던 국내 엔지오 단체를 두루 취재했습니다. 이어 공정무역의 본거지인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취재에는 시민단체 사무총장으로 일하던 부인 육정희(56)씨도 통역과 섭외를 맡아 동행했습니다. 육씨는 공정무역을 ‘인생2막’의 주제로 삼자는 남편의 설득에 직장도 그만 뒀습니다. 영국에서 150번째 공정무역 마을로 지정된 캔터베리시, 네덜란드 쿨룸버그의 세계공정무역연합 아이팟(IFAT), 일본의 공정무역 단체 피플트리와 네팔바자로 등 선진국의 공정무역 단체들과 네팔, 인도, 필리핀 등 생산지 등을 다니며 7개월 동안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유럽은 물론 일본에서도 20년 넘게 공정무역을 통해 제3세계의 가난한 생산자를 돕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교역량 세계 11위의 국가답게 지구촌의 가난한 이웃의 자립을 돕는 공정무역에 눈을 떠야합니다.” 그가 제작한 2부작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거래’는 지난 2월 <문화방송>에 방영됐고 이에 앞선 지난 2006년 12월에는에서 연말특집 프로그램으로 전파를 탔습니다.
재정 압박에 아내 다시 직장 나가 ‘역할분담’
박 대표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공정무역에 담긴 훌륭한 가치와 세상을 바꾸는 힘에 푹 빠졌습니다. 그예 프로듀서로서의 삶을 접고 2006년 한국공정무역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바빠졌지요. 2007년 5월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공정무역연합(IFAT) 총회 참가, 2008년 2월 프랑스 유럽 공정무역박람회 참가, 같은 달 아시아페어트레이드포럼에 가입 등을 위해 세계를 이웃처럼 다녔습니다.
하지만 새로 시작한 일이라 어려움이 많습니다. 비영리민간단체를 운영하는 데 제일 큰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재정확보입니다. 아무런 소득 없이 1년 여 한국공정무역연합을 이끌다보니 불안해졌습니다. “이러다 공정무역 운동 자체를 그만 두게 될 것 같았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그와 부인 육씨는 ‘역할분담’을 선택했습니다. 육씨는 지난해 강원도청의 보건복지여성국장 개방직 공모에 지원해 지난해 7월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고, 월급 가운데 다달이 300만원을 한국공정무역연합에 후원금으로 내고 있습니다. 상근 직원을 많이 둘 형편이 못돼 딸 보람씨도 마케팅팀장을 맡아 일을 돕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박 대표는 공정무역 ‘전도사’를 두 번째 인생의 직업으로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공정무역으로 제3세계의 가난한 이웃들이 보다 행복해지고, 지구촌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이나 핀란드 등 유럽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정무역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공정무역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02)739-1201. www.fairtradekorea.net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그럼에도 희망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백화점이 식품 매장에 공정무역 코너를 만들고 싶다며 연락을 해왔고, 커피전문점 ‘탐 앤 탐스’에서는 자사의 고급커피체인점에서 박 대표가 수입한 초콜릿을 팔아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해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박 대표는 “공정무역이 어떤 것인지 알려지기만 하면 제품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9월부터 다달이 공정무역 공부모임을 열고 있습니다. 이 모임에는 다달이 15명 안팎의 시민들이 참여합니다. 한국공정무역연합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한 이들의 수도 2천 명에 이릅니다. <교육방송> 그만 둔 뒤 방송위에서 ‘실탄’ 지원 받아 7개월 제작 박 대표가 공정무역을 알게 된 것은 2005년. <교육방송>의 환경프로그램 <하나뿐인 지구>를 오랫동안 제작하면서 환경, 생태주의, 생명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던 시민단체 ‘모심과 살림 연구소’에서 공정무역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축구공을 만들 때 인건비 절감을 위해 아동을 데려다 헐값에 일을 시킨다는 사실에 분개하곤 했지만 그런 비참한 현실을 없애는 대안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합니다. 한평생 ‘방송쟁이’로 살아온 그답게 박 대표는 언젠가 공정무역을 주제로 한 방송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결심은 <교육방송>을 그만둔 뒤에 실현이 됩니다. 그는 2005년 방송위원회의 공익콘텐츠 제작지원 프로그램에 응모해 1억원을 지원받게 됩니다. ‘실탄’이 생긴 것이지요. 곧바로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공정무역을 준비하던 국내 엔지오 단체를 두루 취재했습니다. 이어 공정무역의 본거지인 유럽으로 떠났습니다. 취재에는 시민단체 사무총장으로 일하던 부인 육정희(56)씨도 통역과 섭외를 맡아 동행했습니다. 육씨는 공정무역을 ‘인생2막’의 주제로 삼자는 남편의 설득에 직장도 그만 뒀습니다. 영국에서 150번째 공정무역 마을로 지정된 캔터베리시, 네덜란드 쿨룸버그의 세계공정무역연합 아이팟(IFAT), 일본의 공정무역 단체 피플트리와 네팔바자로 등 선진국의 공정무역 단체들과 네팔, 인도, 필리핀 등 생산지 등을 다니며 7개월 동안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유럽은 물론 일본에서도 20년 넘게 공정무역을 통해 제3세계의 가난한 생산자를 돕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교역량 세계 11위의 국가답게 지구촌의 가난한 이웃의 자립을 돕는 공정무역에 눈을 떠야합니다.” 그가 제작한 2부작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거래’는 지난 2월 <문화방송>에 방영됐고 이에 앞선 지난 2006년 12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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