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이야기〉
[책과 영화] 계간지 ‘살림이야기’ 창간
‘살림’의 삶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도 눈길 잘 먹고 잘 사는 게 모두의 관심사가 된 시대입니다. 배를 곯거나 입을 옷이 없어 헐벗은 이들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모두들 자신이 잘 사는 줄 압니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풍요한 사회임에도 ‘제대로’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아는 이들은 드뭅니다.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더 늘어가는 것 같고, 건강의 기본인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환경 위기가 낳은 생태적 재앙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그 일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여깁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고사하고 모두들 함께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땅, 사람과 생명이 만나 샘솟는 지혜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요? 그 답을 담은 계간지가 3월 창간됐습니다. <살림이야기>입니다. 이 계간지는 유기농산물도농직거래운동을 하는 사단법인 한살림이 펴냈습니다. 잡지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땅이 만나고, 사람과 생명이 만나 살림의 지혜가 샘솟는 이야기 마당’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한살림이 이 잡지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살림이야기>에는 조금 특별한 구석이 있습니다. 창간호는 1호가 아니라 00호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유창주 편집장은 “잡지 등록이 되지 않은 준비호라는 의미와 ‘1’에서 시작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고 말합니다. 영어 제호가 아니면 촌스러워 보이는 때라 ‘살림’과 ‘이야기’라는 순수 우리말을 쓴 제호는 낯설지만 신선합니다. 특히 이 잡지는 살림에 특별한 뜻을 두고 있는 듯 합니다. 잡지를 펴낸 단체인 한살림에도 살림이 있기 때문입니다. 편집진은 살림의 뜻을 창간호 첫글에 담았습니다.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뭇생명들이 파멸의 위기에 처한 생태 위기, 생명 위기 시대에 주부들의 살림이 지구적인 차원에서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살림’이 여성들이 집에서 하는 ‘살림살이’의 살림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잡지는 여성운동가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살림이란 거룩한 일을 주부나 여성들의 역할만으로 한정해서는 안된다”고 남성들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4만원어치 장바구니 음식에 45가지 식품첨가물 살림을 위한 운동을 이야기하지만 <살림이야기>는 그리 무겁지 않습니다. 4남매와 함께 전남 해남에서 사는 농부가족의 이야기는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곱씹어 보게 만듭니다. 도시인들의 소비를 생태적으로 분석한 ‘사다’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뒤 그 내용을 꼼꼼하게 분석한 현장리포트입니다. 14만3200원어치를 산 장바구니 안에 든 음식에는 무려 45가지의 식품첨가물이 들어있었고, 그 물건들이 장바구니에 담기기까지 이동한 거리는 무려 4만3천여㎞나 됐다고 한다는 분석은 우리가 어떤 것을 먹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과소비의 원인과 음식 저장소인 냉장고를 촘촘히 뜯어본 기획 또한 신선합니다. 텃밭농사꾼,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엔지오 활동가, 대안학교 선생님, 전업주부 남성 등 ‘살림’의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도 눈길을 끕니다. <살림이야기>는 농산물을 다루는 한살림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디자인과 서체가 세련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책의 지향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몇 달 동안 두고두고 읽어도 될 정도로 구석구석 뜻깊고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담은, 편집진의 정성만은 어느 잡지 못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5천원(정기구독료 1년 1만8천 원, 2년 3만4천 원, 3년 4만8천 원). (02)3498-3789. www.salimstory.net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살림’의 삶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도 눈길 잘 먹고 잘 사는 게 모두의 관심사가 된 시대입니다. 배를 곯거나 입을 옷이 없어 헐벗은 이들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모두들 자신이 잘 사는 줄 압니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풍요한 사회임에도 ‘제대로’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아는 이들은 드뭅니다.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더 늘어가는 것 같고, 건강의 기본인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환경 위기가 낳은 생태적 재앙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그 일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여깁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고사하고 모두들 함께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땅, 사람과 생명이 만나 샘솟는 지혜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요? 그 답을 담은 계간지가 3월 창간됐습니다. <살림이야기>입니다. 이 계간지는 유기농산물도농직거래운동을 하는 사단법인 한살림이 펴냈습니다. 잡지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땅이 만나고, 사람과 생명이 만나 살림의 지혜가 샘솟는 이야기 마당’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한살림이 이 잡지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살림이야기>에는 조금 특별한 구석이 있습니다. 창간호는 1호가 아니라 00호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유창주 편집장은 “잡지 등록이 되지 않은 준비호라는 의미와 ‘1’에서 시작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고 말합니다. 영어 제호가 아니면 촌스러워 보이는 때라 ‘살림’과 ‘이야기’라는 순수 우리말을 쓴 제호는 낯설지만 신선합니다. 특히 이 잡지는 살림에 특별한 뜻을 두고 있는 듯 합니다. 잡지를 펴낸 단체인 한살림에도 살림이 있기 때문입니다. 편집진은 살림의 뜻을 창간호 첫글에 담았습니다.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뭇생명들이 파멸의 위기에 처한 생태 위기, 생명 위기 시대에 주부들의 살림이 지구적인 차원에서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살림’이 여성들이 집에서 하는 ‘살림살이’의 살림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잡지는 여성운동가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살림이란 거룩한 일을 주부나 여성들의 역할만으로 한정해서는 안된다”고 남성들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4만원어치 장바구니 음식에 45가지 식품첨가물 살림을 위한 운동을 이야기하지만 <살림이야기>는 그리 무겁지 않습니다. 4남매와 함께 전남 해남에서 사는 농부가족의 이야기는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곱씹어 보게 만듭니다. 도시인들의 소비를 생태적으로 분석한 ‘사다’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뒤 그 내용을 꼼꼼하게 분석한 현장리포트입니다. 14만3200원어치를 산 장바구니 안에 든 음식에는 무려 45가지의 식품첨가물이 들어있었고, 그 물건들이 장바구니에 담기기까지 이동한 거리는 무려 4만3천여㎞나 됐다고 한다는 분석은 우리가 어떤 것을 먹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과소비의 원인과 음식 저장소인 냉장고를 촘촘히 뜯어본 기획 또한 신선합니다. 텃밭농사꾼,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엔지오 활동가, 대안학교 선생님, 전업주부 남성 등 ‘살림’의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도 눈길을 끕니다. <살림이야기>는 농산물을 다루는 한살림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디자인과 서체가 세련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책의 지향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몇 달 동안 두고두고 읽어도 될 정도로 구석구석 뜻깊고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담은, 편집진의 정성만은 어느 잡지 못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5천원(정기구독료 1년 1만8천 원, 2년 3만4천 원, 3년 4만8천 원). (02)3498-3789. www.salimstory.net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