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목(52) 원장
[느림과 자유] ‘니시의학’ 인술 펼치는 김진목 의사
병원감염으로 식물인간된 환자에 양의 회의
자신도 간염·건선·아토피…단식 한번에 ‘싹~’
병원감염으로 식물인간된 환자에 양의 회의
자신도 간염·건선·아토피…단식 한번에 ‘싹~’
“단식과 식습관 개선 만으로도 여러 가지 만성 질환을 고칠 수가 있습니다.”
부산 효림병원 부설 파라다이스 해독·통증클리닉 김진목(52) 원장은 대체의학의 하나로 알려진 니시의학으로 환자를 치료합니다. 니시의학은 20세기초 일본의 니시 가츠조가 창안한 치료법이자 건강법입니다. 기본 개념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몸 안의 독소를 내보내고 몸이 가진 자연치유력을 높여 건강을 회복 또는 유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단식요법, 식이요법, 운동요법, 수면요법 등을 치료법으로 씁니다.
김 원장이 쓰는 니시요법은 서양의학에서 정통의학으로 인정하지 않는 치료법입니다. 의료인은 자신의 의술에 대한 믿음이 강합니다. 그런 믿음은 환자를 고치는 데 큰 힘이 되지만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정통 서양의학이 아닌 다른 치료법에 눈을 돌리는 의사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정통 서양의학 아니면 이상한 사람 취급
김 원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양의학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특히 수술을 통해 응급환자를 살려냈을 때의 기쁨과 보람은 이루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신이라도 된 듯이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경력이 쌓여가면서 서양의학에 대한 회의도 생겨났습니다. 서양의학은 응급의학, 급성질환, 외과의학에는 탁월했습니다. 하지만 서양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질병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자신이 바로 그 증거였습니다.
김 원장은 레지던트 1년차 때 만성간염 환자를 수술하다 봉합바늘에 찔려 비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이 됐습니다. 간염보균자가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늘 조심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가 철썩같이 믿었던 서양의학은 해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간염보균자가 됐을 무렵 건선증상도 나타나 그를 괴롭혔고 중년에 접어들면서 아토피 증상도 생겼지만 치료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환자 가족과 병원 양쪽으로부터 비난 받는 현실 못 견뎌
그러던 그에게 불합리한 의료현실을 절감하게 해주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어느날 그가 일하던 병원에 머리를 다쳐 뇌경막하출혈을 일으킨 18살 남학생이 실려왔습니다. 뇌경막하출혈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 대해 똑같은 방법으로 수술을 해도 결과가 다르게 나와 의사를 당황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까다로운 질환이라 의사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환자였지만 그는 큰 병원으로 옮길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 같아 메스를 들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습니다. 그 학생은 중환자실에서 병원 감염으로 폐렴에 걸렸고 결국 식물인간이 됐습니다. 가족들은 그를 원망했고 병원 경영진도 ‘민감한’ 환자를 받은 그를 질책했습니다.
그 사건을 겪은 뒤 더욱 자괴감이 커졌습니다. 의사로서 어떻게 하는 게 옳은 행동인가? 죽어가는 환자를 외면해야 하는가? 성실하게 진료를 하고도 환자 가족과 병원으로부터 비난받는 현실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병원 감염으로 환자가 숨지는 불확실한 현대의학에 기대어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이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사표 내고 중국 떠돌다 건강 악화…우연히 본 책 한권에 새 눈
그는 결국 2002년 초 다니던 병원에 사표를 던졌습니다. 질병 치료에 좀더 도움이 되는 새로운 의술을 찾고 싶었습니다. 자연의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중국으로 갔습니다. 중국을 동서남북으로 헤집고 다녔습니다. 신기해 보이는 의술도 만났지만 믿음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음식을 함부로 먹고 피곤해서 그런지 도리어 건강만 급속도로 나빠졌습니다. 아토피 증상이 심해졌고 신부정맥염으로 허벅지에는 커다란 종창이 생겼습니다. 체온은 39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었습니다. 10일 동안 입원을 했습니다.
“나쁜 식습관과 운동 부족, 속상함 등으로 건강이 크게 나빠졌나봐요. 체중도 늘어 177㎝의 키에 몸무게가 85㎏으로 3중턱이 잡힐 정도였습니다.”
건강이 나빠지자 그의 마음도 어두워졌습니다. 그 때 우연히 읽게 된 한 권의 책이 의사로서 그의 삶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 줍니다. <기적의 니시건강법>(태웅 펴냄)입니다. 저자는 일본 도쿄에서 니시의학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할아버지 의사 와타나베 쇼였습니다. 만성질환도 곧잘 고친다는 니시요법의 ‘힘’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 해 12월 일본으로 날아가 와타나베 의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와타나베 원장의 지도로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3일 감식, 3일 단식, 3일 회복식.
“놀랍게도 그렇게 저를 괴롭히던 아토피와 건선이 나았습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간염항체도 생겼더라구요.”
오랫동안 고생했던 질병에서 해방된 것은 물론이고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은 것이 너무나 기뻤습니다. 일본에서 돌아와 곧바로 2003년 2월 부산 해운대에서 한일클리닉이라는 니시의학 병원을 열었습니다.
“환자의 80% 이상이 암환자였는데 90% 이상이 보름 정도면 예후가 좋아졌습니다. 문제는 환자들이 몸이 좋아지면 다시 예전의 식습관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암환자 ”90% 이상이 보름 정도면 예후 좋아져”
멀리 서울에서까지 환자들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병원 운영은 쉽지 않았습니다. 니시요법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부담이 컸습니다. 흑자를 내는 달도 있었지만 환자가 적은 달에는 5천만원 가량 적자가 나기도 했습니다. 내원환자가 들쭉날쭉하자 병원 운영도 뒤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병원의 실험은 3년 만에 5억원의 적자를 내고 막을 내렸습니다. 그 자신은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낙천적인 성격이라 병을 얻지 않은 것”과 그의 의술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이들이 조금씩 생겨나 여러 군데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지금 일하는 효림병원도 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서양의학과 대체의학이 벽과 경계를 허물고 환자를 중심으로 손을 맞잡는 꿈을 꿉니다. 언젠가는 통합의학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그런 병원을 만드는 꿈 말입니다. (051)742-7677
부산/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김진목 원장이 지난달 19일 효림병원 부설 해독·통증클리닉에서 신입 직원에게 모세관 운동 기계를 쓰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