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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빚상환 합의’ 효력 인정…버티던 삼성 ‘위기’

등록 2008-01-31 21:12수정 2008-01-31 23:04

삼성자동차 채권 환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진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채권단 쪽 김인만 변호사가 밝은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삼성자동차 채권 환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진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채권단 쪽 김인만 변호사가 밝은 표정으로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삼성차 채권단 승소
“비자금 폭풍에 기름 사고에, 이젠 수조원대 빚까지….”

삼성그룹이 잇따라 터지는 대형 악재에 숨 돌릴 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소송’이라는 ‘삼성자동차 부채’ 소송 1심 판결이 난 31일, 삼성그룹 주변에는 무거운 실망감이 흘렀다. 1심 재판부는 최대 쟁점인 ‘합의서’의 효력을 인정하며 사실상 채권단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도 내부적으로 채권단에 ‘완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그룹 고위 임원은 “실망스런 결과”라고 말했다.

재벌총수 경영 잘 법적책임 물었지만
계열사가 2조여원 분담 ‘이회장 면죄부’
‘생명’ 주식 되살 땐 무더기 소송 나올듯
비자금, 태안 이어 업친데 덮친 삼성

삼성자동차 채권단 소송 판결문 요지
삼성자동차 채권단 소송 판결문 요지
이번 판결의 핵심은 1999년 삼성과 채권단이 맺은 ‘합의서’의 효력을 포괄적으로 인정한 점이다. 재판부는 ‘강압에 의한 합의서는 원천 무효’라는 삼성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수조원대의 공적자금 부담을 안긴 삼성차 부실에 대해, 이건희 회장과 삼성 계열사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법률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재벌 총수의 잘못된 경영 판단과 부실 경영이 빚은 손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었다는 점”을 이번 판결의 의미로 평가했다.

이날 판결로 28개 삼성 계열사들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최소 2조3천억원을 채권단에 물어내야 한다. 삼성이 삼성차 채권단과 맺은 ‘합의서’에는 계열사별 자산 비중에 따라 분담하게 돼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에게는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이 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을 팔아도 채권단의 손실이 보전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 손실의 원금과 지연 이자는 모두 계열사가 떠맡아야 한다. 이 회장 개인적으로는 삼성차 부실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측면이 있는 것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팀장은 “당시 합의서는 그룹 구조조정본부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의 책임을 면하고자 계열사의 팔을 비틀어 지급보증을 하게 만든 것”이라며 “원금 부족분과 지연 이자는 당연히 이 회장이 추가로 개인 재산을 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계열사들이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재판부는 원금과 이자 지급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고, 이번 소송은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지루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주가(장외가격 74만~75만원 추정)를 고려하면 이 회장 출연 주식만 팔아도 원금은 보전할 수 있다. 현재로선 계열사들이 자산 비중에 따라 삼성생명 주식을 되사고 지연 이자를 무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 경우 주요 상장계열사들이 소액주주와 시민단체들로부터 무더기 소송 사태를 각오해야 한다. 이들 계열사 등기이사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추궁도 뒤따를 전망이다.

물론 삼성생명 주식을 상장해서 높은 시세를 유지하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삼성생명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등 제조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순환출자형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고, 이는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구도도 헝클어지게 만든다. 삼성그룹이 삼성생명 상장을 서두르지 않는 것도, 제조와 금융을 모두 지배하는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상장을 추진할 묘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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