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명계좌 해명 곳곳 허점…시민단체 “꼬리 자르기”
김용철 변호사 “개인돈이라면 재무팀 과장이 찾아왔겠나”
김용철 변호사 “개인돈이라면 재무팀 과장이 찾아왔겠나”
김용철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변호사)이 폭로한 ‘삼성 비자금’ 의혹을 두고 삼성은 “재무팀 임원의 개인적인 차명거래”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김 변호사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상식에 어긋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30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삼성 쪽 주장에 대해, “해마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면 삼성 직원이 (차명계좌를 갖고 있는) 퇴직 임원한테 찾아가 세금을 내주도록 부탁한다. 나한테도 올해 전략기획실 재무팀 소속 과장 한 사람이 찾아와 세금 대납을 부탁했다. 개인적인 일이라면 재무팀 직원이 직접 찾아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이런 일은 삼성그룹 재무팀의 ㅈ 상무가 총괄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삼성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김 변호사를 재무팀 소속 과장이 찾아간 경위를 알아봤더니 계좌를 맡긴 임원이 ‘믿을 만한 부하 직원한테 개인적으로 부탁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대기업의 재무담당 임원은 “개인적인 거래인데다 드러나면 처벌받는 불법 행위를, 그것도 재무를 하는 사람이 자기 부하한테 시켰다는 얘기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계좌의 내역을 봐도, 하루에만 17억원이란 거액이 국공채 매수자금으로 들고 나는 등 ‘개인적인 재테크’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이 ‘돈 주인’을 보호하려고 미리 짜맞춘 시나리오에 따라 이번 일을 꿰어맞추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이 문제가 처음 불거진 지난 19일 <한겨레>에 “차명계좌를 폭로해 봐야 우리 직원들이 한 일이라고 하면 별수 없지 않으냐”고 말한 바 있다. 실제 김 변호사의 폭로 이후 삼성의 해명과 대응은 이 임원이 예고한 수순을 밟고 있다. 계좌 주인에 대한 삼성의 해명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바뀌고 있다. 처음에는 임원 서너 사람의 이름을 댔으나, 마지막에는 그룹 안의 동료 임원이 제3자의 자금을 관리해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삼성 주변에서는 차명계좌의 주인으로 나설 ‘희생양’을 놓고 아직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은 데 따른 혼선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김진방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공개된 자료와 정황을 보았을 때 삼성의 해명을 믿기 어렵다”며 “과거처럼 개인만 처벌받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검찰이 나서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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