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
김용철 변호사 인터뷰
기자회견 이틀 전인 27일 저녁에 만난 김용철 변호사는 초췌한 모습이었으나, 그동안 삼성과의 인연을 맺으며 겪었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낸다는 홀가분함도 엿보였다. 삼성의 구조적인 비리를 털어내려면 내 한몸을 바칠 수 있다는 결연함도 묻어 있었다.
그가 삼성의 비리를 폭로하기로 작정한 계기는 지난 9월, 법무법인 서정으로부터 받은 사직권고였다. 서정 쪽은 “삼성 이학수 부회장을 만나 삼성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근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그는 재벌이 로펌의 인사문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하는 분노가 치밀어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한풀이로 양심선언?
다섯달 고민끝에 내린 결정 ‘삼성에 다니며 고액 연봉을 받고 대우를 잘 받았다는데 왜 양심선언을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당한 대우를 받았고, 내 재산을 공개하라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순기능이 많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고, 이런 역기능이 임계점에 달했지만 자정능력은 없다. 바꾸려면 삼성 밖에서 민심이나 여론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 쪽은 ‘돈을 요구하려고 기자회견을 했다’고 의심한다. 이에 대해 그는 “돈 때문이라면 굳이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 ‘삼성에 대한 한풀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울분도 있었지만, 단지 한풀이는 아니다. 다섯 달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주선한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그에게 먼저 양심 고백을 요구했다. “신부님에게 양심 고백을 하면서 스스로 결함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비록 결함 많은 사람이라도 그 말이 옳다면 받아들여져야 한다.”
김 변호사는 법조인으로 제대로 살려고 했지만 삼성 때문에 어그러졌다며, 그 악연을 털어놓았다. 그가 밝히는 악연은 1997년 입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원 교육을 마치자 구조조정본부의 ㅇ아무개 전무가 ‘삼성중공업의 유령 노조 사건’을 맡으라고 했다. 당시 대법원에서 노조 설립 신고만 한 채 활동하지 않았던 삼성중공업 노조를 ‘유령노조’라고 판결해 파기환송한 사건이다. 패색이 짙자, ㅇ 전무는 상대 변호사를 회유하라고 했다. 나는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삼성에 다니면서 양심의 갈등 때문에 2~3일씩 출근하지 않은 채 방황한 게 여러 차례였다고 했다.
그가 삼성을 떠난 이유를 놓고 그와 삼성 쪽의 말은 엇갈리지만, 그 계기가 2003년 대선자금 수사라는 데는 양쪽 말이 일치한다. 삼성 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대선자금 수사 때 법무팀장으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대선자금 수사는 낡은 관행을 털어버릴 역사적인 수사라고 생각해 검찰에 협조하자고 했다. 삼성 고위층도 말로는 동의했다”며 “그래서 검찰에 (삼성이) 첫번째 수사 대상만 안 되게 해주면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와 검찰의 ‘조율’은 삼성에 시간을 벌어준 꼴이 되었다. 검찰이 다른 기업을 수사하는 사이 삼성의 주요 임원진은 국외로 출국하는 등 잠적했다.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과의 조율에 대해) 김 변호사 말이 대체로 맞다”고 확인했다.
대선자금 수사때 고위층과 충돌
‘검찰 스파이’ 몰려 법무팀서 배제 김 변호사는 “검찰 동료나 후배들에게 거짓말을 한 사기꾼이 되고 말았다. 삼성 고위층에게 ‘왜 약속을 어겼느냐’고 따졌더니 ‘삼성은 돈 준 것을 먼저 불지 않는 빛나는 전통이 있다’고 했다. 그 일로 고위층과 얼굴을 붉히며 많이 싸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때부터 회사 안에서 ‘검찰 스파이’로 분류돼 법무팀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근을 안 하기도 하고 사표를 내려고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말렸다. 대선자금 수사가 끝나가자 삼성은 그를 대신해 이종왕 변호사를 영입했다. 그리고 그에게 계열사 부사장 자리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회사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의 승진이라고 했지만, 그는 사표를 택했다. 삼성을 떠난 뒤 그는 ‘경고’도 받았다. “구조조정본부의 ㄴ 간부가 ‘삼성을 떠나서 나쁜 이야기를 하면 불행해진다’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은밀한 부분을 알고 있는 구조본 출신이 제 발로 걸어 나간 것 자체를 삼성은 배신으로 본 것 같다”며 “퇴사 뒤 특히 기자와의 접촉에 삼성은 늘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말했다. “삼성 나쁜 얘기땐 불행해진다”
퇴사뒤 구조조정본부서 경고 김 변호사는 “난 투사도 뭣도 아니다.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은 삼성의 긍정적인 변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혼자 나선다고 삼성이 변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종교인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수많은 메시지가 남아 있다. 반은 회유, 반은 협박인 메시지다. 김 변호사는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까지 ‘미친 짓을 왜 하느냐’며 전화했다. 그럴수록 나는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로 여겼다”고 말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삼성 직원이 돈주며 “이자소득세 대신 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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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달 고민끝에 내린 결정 ‘삼성에 다니며 고액 연봉을 받고 대우를 잘 받았다는데 왜 양심선언을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당한 대우를 받았고, 내 재산을 공개하라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순기능이 많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고, 이런 역기능이 임계점에 달했지만 자정능력은 없다. 바꾸려면 삼성 밖에서 민심이나 여론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 쪽은 ‘돈을 요구하려고 기자회견을 했다’고 의심한다. 이에 대해 그는 “돈 때문이라면 굳이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 ‘삼성에 대한 한풀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울분도 있었지만, 단지 한풀이는 아니다. 다섯 달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주선한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그에게 먼저 양심 고백을 요구했다. “신부님에게 양심 고백을 하면서 스스로 결함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비록 결함 많은 사람이라도 그 말이 옳다면 받아들여져야 한다.”
김 변호사는 법조인으로 제대로 살려고 했지만 삼성 때문에 어그러졌다며, 그 악연을 털어놓았다. 그가 밝히는 악연은 1997년 입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원 교육을 마치자 구조조정본부의 ㅇ아무개 전무가 ‘삼성중공업의 유령 노조 사건’을 맡으라고 했다. 당시 대법원에서 노조 설립 신고만 한 채 활동하지 않았던 삼성중공업 노조를 ‘유령노조’라고 판결해 파기환송한 사건이다. 패색이 짙자, ㅇ 전무는 상대 변호사를 회유하라고 했다. 나는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삼성에 다니면서 양심의 갈등 때문에 2~3일씩 출근하지 않은 채 방황한 게 여러 차례였다고 했다.
김용철 변호사
‘검찰 스파이’ 몰려 법무팀서 배제 김 변호사는 “검찰 동료나 후배들에게 거짓말을 한 사기꾼이 되고 말았다. 삼성 고위층에게 ‘왜 약속을 어겼느냐’고 따졌더니 ‘삼성은 돈 준 것을 먼저 불지 않는 빛나는 전통이 있다’고 했다. 그 일로 고위층과 얼굴을 붉히며 많이 싸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때부터 회사 안에서 ‘검찰 스파이’로 분류돼 법무팀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근을 안 하기도 하고 사표를 내려고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말렸다. 대선자금 수사가 끝나가자 삼성은 그를 대신해 이종왕 변호사를 영입했다. 그리고 그에게 계열사 부사장 자리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회사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의 승진이라고 했지만, 그는 사표를 택했다. 삼성을 떠난 뒤 그는 ‘경고’도 받았다. “구조조정본부의 ㄴ 간부가 ‘삼성을 떠나서 나쁜 이야기를 하면 불행해진다’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은밀한 부분을 알고 있는 구조본 출신이 제 발로 걸어 나간 것 자체를 삼성은 배신으로 본 것 같다”며 “퇴사 뒤 특히 기자와의 접촉에 삼성은 늘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말했다. “삼성 나쁜 얘기땐 불행해진다”
퇴사뒤 구조조정본부서 경고 김 변호사는 “난 투사도 뭣도 아니다.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은 삼성의 긍정적인 변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혼자 나선다고 삼성이 변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종교인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수많은 메시지가 남아 있다. 반은 회유, 반은 협박인 메시지다. 김 변호사는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까지 ‘미친 짓을 왜 하느냐’며 전화했다. 그럴수록 나는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로 여겼다”고 말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삼성 직원이 돈주며 “이자소득세 대신 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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