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신고리·신월성 원전에 국제규격 없는 재료 고집
“열전달값 추정 설계” 지적에 “문제해결 기술있다” 반박
“열전달값 추정 설계” 지적에 “문제해결 기술있다” 반박
한국수력원자력㈜이 정확한 ‘열전달값’을 모르는 금속을 원자력발전소 복수기(냉각기) 튜브 재질로 쓰는 바람에, 현재 건설중인 신고리·신월성 원전 복수기가 부정확한 수치를 바탕으로 설계·제작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전문가들은 한수원이 원전 복수기 재질로 특정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이런 무리한 설계를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27일 한수원과 한전기술, 두산중공업 등 업체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신고리 원전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의 복수기는 정밀한 ‘전열 면적’ 계산도 하지 않은채 설계·제작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열 면적’은 원자로 증기의 열을 식히기 위해 필요한 복수기 튜브 면적으로, 이를 바탕으로 원전 복수기의 크기와 튜브 수, 바닷물의 유입량 등을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한겨레>가 입수한 신고리 원전 복수기의 ‘열폐기 계통 최적화 분석 보고서’를 보면, 한전기술은 티타늄 70%와 슈퍼스테인리스스틸(SR50A) 30%로 이뤄진 이 복수기를 설계하면서 재질을 슈퍼스테인리스스틸(SR50A)까지 티타늄으로 보고 전열 면적을 계산했다. 이는 SR50A의 ‘열전달값’이, 복수기·열교환기의 공인된 설계 규격인 ‘미국열교환기협회(HEI) 코드’에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원전 복수기 설계 전문가는 “신고리·신월성 원전에 복수기 튜브 제품으로 선정된 SR50A의 경우, 열전달값을 알 수 없어 정밀한 설계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문제로 인해 (원전 복수기 제작 업체인) 두산중공업은 SR50A와 유사한 재질로, HEI에 올라있는 미국 제품 AL6XN의 열전달값을 사용한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복수기를 설계할 경우 열전달값을 넉넉하게 잡아야 해 복수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1990년대 두산중공업(당시 한국중공업)의 원전 복수기 제작 실무자였던 한 인사는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는 한수원이 SR50A의 적용을 고집하면서 생겼다”며 “당시 관련 회의 때마다 두산 쪽은 ‘SR50A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한수원(당시 한전) 쪽은 ‘위에서 추진된 일이니 SR50A를 쓰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회의에 들어오지도 말라’고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훈택 한수원 사업기술처 기전부장은 “제작사인 두산중공업은 이 문제를 해결할 자체 기술을 갖고 있고, 현대중공업은 캐나다 업체에 의뢰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두산중공업의 박석빈 상무는 “영업기밀이라 공개할 순 없지만, 우리만의 노하우를 적용해서 나중에 원전에서 오차는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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