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 구조와 복수기 부식 개념도
울진 원전 6호기 냉각기 부식 ‘쉬쉬’
한수원, 새 재질 적용기술 부족한데 밀어붙여
한수원, 새 재질 적용기술 부족한데 밀어붙여
울진 원자력발전소 5·6호기 복수기 설계사인 한전기술과 제작사인 두산중공업(당시 한국중공업)은 지난 1996년 튜브 재질을 티타늄에서 슈퍼스테인리스스틸로 설계 변경할 때부터 여러 차례 부식 위험성을 경고했으나, 발주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제작을 강행했다.
복수기 부식 왜?=복수기의 관판과 튜브가 연결된 곳은 냉각수인 바닷물과 끊임없이 맞닿는 부분이라 바닷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밀봉 용접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울진 원전 5·6호기 복수기의 윗부분 30%는 관판은 티타늄, 튜브는 슈퍼스테인리스스틸로 서로 다른 금속이어서 용접을 할 수 없었다. 두산중공업은 튜브를 관판에 끼운 뒤 튜브를 넓혀 틈새를 메우는 ‘확관’을 수행했다. 그럼에도 튜브와 관판 사이로 바닷물이 침투해 안쪽 탄소강에 부식이 일어났다. 40년 수명의 복수기에 1년만에 녹이 슨 것이다.
예고된 부식=1996년 한수원은 영광 5·6호기 설계 막판에 원래 100% 티타늄으로 된 튜브 가운데 상부 30%를 슈퍼스테인리스스틸로 바꾸라고 설계·제작사에 요구했다. 그 해 12월 복수기 제작사인 두산중공업은 한수원에 보낸 공문에서 “슈퍼스테인리스스틸(튜브)은 티타늄 관판과 용접이 안돼 설계상, 제작상, 운전 및 보수 유지상 문제점 때문에 적용이 불가능하다”며 “슈퍼스테인리스스틸 튜브의 적용은 해수 유입 위험성을 더 높일 뿐 아니라…발전소 운전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결국 한수원은 설계 변경을 포기하고 티타늄 100%로 만들도록 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비슷한 시기에 설계 초기였던 울진 5·6호기에 대해서는 복수기의 일부 재질을 바꾸라고 설계사인 한전기술에 요구했다. 이에 한전기술은 공문을 보내 “튜브를 슈퍼스테인리스스틸로 교체하는 것이 기술성 및 경제성에서 불리한 것으로 판단돼 울진 5, 6호기 사업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수원은 1997년 2월 한전기술에 복수기 위쪽 30%의 튜브 재질을 변경하라고 지시했다. 그 해 8월엔 기술적 이유를 들어 설계변경에 반대하던 삼성중공업이 입찰 도중 탈락했다.
발주사·제작사는 ‘나몰라라’=그럼에도 한수원은 “울진 5·6호기 복수기 부식은 예상하지 못한 문제”라고 주장한다. 임훈택 한수원 부장은 “설계변경을 반대한 공문은 원전의 긴 제작 과정에서 제작·설계사와 오간 여러 공문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제작사인 두산중공업이 확관 뒤 코팅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해 화를 키웠다”고 말했다. 이에 두산중공업 박석빈 상무는 “98년엔 확관만 해도 밀봉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판단했고, 안쪽으로 부식이 파급되지 않는다는 실험결과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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