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기 제작업체 반대 묵살…납품업체 사장은 개발자 부인
납품업체 사장은 개발자 부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현재 건설중인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원전 복수기 제작에 “국내 신기술”이라며 적용을 고집해온 금속제품이 지난 2002년 대법원에서 특허취소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한겨레〉 7월24일치 1·9면 참조)
또 이 제품을 이용해 복수기(냉각기)를 제작할 것을 한수원으로부터 요구받은 업체 쪽은 “전례가 없어 제작이 어렵고 사실상 특정회사와 수의계약을 해야 해 분쟁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했으나, 한수원은 이를 묵살한 채 제품 개발자인 ㅂ아무개 교수의 부인이 설립한 회사로부터 해당 금속제품을 납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한수원과 한전기술, 두산중공업 등 원전 관련 회사와 전문가들을 취재한 결과, 한수원은 지난 1994년 영광 원전 5·6호기 건설 때부터 울진 5·6호기, 현재 건설중인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에 이르기까지 설계사와 제작사 등의 거듭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복수기 튜브와 관판 재료로 슈퍼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한 제품인 SR-50A 적용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제품은 1984년 국내의 한 대학 ㅂ교수가 개발해 특허를 받았으나, 2002년 대법원에서 “기존 제품과 비교할 때 진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소 판결을 받은 뒤 특허심판원에 항소했다가 결국 2004년 8월11일 20년의 특허기간이 만료됐다.
또 이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ㅂ교수의 부인이 경영하는 ㅁ사인데, 이 회사는 2004년 10월 신고리 원전 1·2호기 복수기 튜브 재료가 SR-50A로 결정되기 직전인 그해 8월에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이와 관련해 신고리 1·2호기 원전의 복수기 제작사인 두산중공업은 복수기 튜브 재료 선정 1년 전인 2003년 9월9일 한수원에 보낸 공문(사진)에서 “(한수원의 방침에 따를 경우) 특정 제작사와 수의계약으로 자재를 구매할 가능성이 커져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한수원 쪽이 제시한 요건에 맞는 재질은 SR-50A밖에 없었다. 두산중공업은 또 “SR-50A는 복수기 설계 규격(HEI)에 등재돼 있지 않아 이 규격에서 규정하는 설계 데이터 적용 및 성능 보증의 어려움이 있다”며 제작상의 어려움도 밝혔다.
또 신월성 1·2호기 복수기 제작사인 현대중공업도 2002년 11월19일 한수원에 보낸 공문에서 SR-50A보다는 미국 알레게니루드럼사의 AL6XN 제품을 쓰는 게 낫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결국 두산·현대 중공업은 2004년 10월과 2005년 3월 각각 한수원의 요구에 부합하는 유일한 제품인 SR-50A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의 임훈택 부장은 “슈퍼스테인리스스틸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왕이면 국산 제품을 쓰려고 했던 것”이라며 “의사결정 과정도 나름의 규칙을 준수했다”고 말했다. 이 재질을 개발한 ㅂ교수는 “이 제품이 우수성을 인정받아 선정되고 납품하게 된 것”이라며 “로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그러나 결국 두산·현대 중공업은 2004년 10월과 2005년 3월 각각 한수원의 요구에 부합하는 유일한 제품인 SR-50A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의 임훈택 부장은 “슈퍼스테인리스스틸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왕이면 국산 제품을 쓰려고 했던 것”이라며 “의사결정 과정도 나름의 규칙을 준수했다”고 말했다. 이 재질을 개발한 ㅂ교수는 “이 제품이 우수성을 인정받아 선정되고 납품하게 된 것”이라며 “로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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