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21일 촬영된 울진 원전6호기 복수기 모습. 해수가 빠져나가는 복수기 뒷면이 군데군데 심각하게 부식돼 있다.
한수원, 13개월 은폐·방치…건설중 4곳도 안전성 의문
국내 원자력발전소 건설·관리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울진 원자력발전소 6호기의 복수기(냉각기)가 심각하게 부식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열세달 동안이나 방치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전의 자회사로 화력·원자력발전소 설계를 담당하는 한국전력기술㈜의 간부 2명은 최근 <한겨레> 기자와 만나 “한수원이 지난해 3월2~26일 간이점검 때 6호기 복수기 관판과 튜브 연결 부위가 심각하게 부식된 사실을 발견했으나 이를 은폐했다”고 증언했다.
간이점검 기간인 지난해 3월21일 촬영된 복수기를 보면, 해수가 빠져나가는 6호기 복수기의 뒷면이 군데군데 심각하게 부식돼 있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간이점검 당시 6호기는 시운전 기간이었으며, 복수기 부식 사실이 알려지면 그해 8월로 예정됐던 준공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한수원 쪽이 그냥 덮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수원 사업기술처의 임훈택 부장은 “지난해 3월 간이점검 때 울진 원전 6호기의 복수기에 엷은 녹이 끼어 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부식된 것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올해 3월25일~5월11일 정기점검 때 처음으로 부식된 것을 발견해 녹을 제거하고 코팅했다”고 해명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6~8월 정기점검 때 울진 원전 5호기의 복수기도 부식된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다가 한 언론에 보도된 뒤 뒤늦게 인정하기도 했다.
복수기의 부식은 원전에 치명적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수원도 홈페이지에서 “(복수기의 부식은) 원전의 주요 설비인 증기발생기의 세관에 부식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어 심지어 발전소를 불시 정지시켜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중공업(현재 두산중공업)은 1996년 12월18일 한전에 보낸 공문에서 “복수기 내부로 해수가 유입되면 시스템의 수명 및 운전에 막대한 손상을 가져올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한수원은 울진 원전에 이어 현재 건설중인 신고리 원전 1·2호기와 신월성 원전 1·2호기의 복수기를 만들면서도 울진 5·6호기와 비슷한 형태의 실험적인 방법을 적용하고 있어 원전 안전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수원 쪽은 “복수기의 관판 겉 재질을 슈퍼 스테인리스 스틸과 티타늄 등 2개로 나눠 따로 만든 뒤 나중에 용접을 하고 그 위에 코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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