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외환은행 헐값 매각' 관련 수사단서 포착된듯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아온 이헌재(62) 전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가 전격적으로 취해졌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대검 중수부의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16일 오후 "론스타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부총리를 조사할 필요성이 있어 오늘자로 출금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보고펀드 대표인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외환은행 매각 당시 외환은행장이던 이강원 현 한국투자공사 사장, 론스타와 외자유치 협상 때 핵심 인물이었던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 등은 금년 4월 감사원의 요청으로 출금됐다.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연루된 주요 인사들의 출국을 봉쇄한 마당에 이들의 `보스' 격인 이 전 부총리마저 출금한 것은 모종의 수사 단서를 포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총리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론스타의 법률자문회사인 김&장 고문으로 재직했고, 김&장은 론스타가 은행법상 대주주 자격요건이 있는지 등에 대한 법률적 문제를 검토하고 해법 등을 조언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외환은행 헐값매각이 변 전 국장 등 `이헌재 사단'의 작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조만간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론스타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해 이헌재 전 부총리와 이강원 사장, 이달용 전 부행장 등 핵심 인물을 잇따라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전날 외환은행 서울 한남동 지점에서 이 전 부총리의 금융거래 내역 자료를 확보하는 등 금융권 인사들의 계좌추적에 나섰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론스타 수사 방향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면 하나하나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자금의 흐름이 이상하면 계좌를 추적해 본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 매각자문을 맡았던 엘리어트홀딩스 대표 박순풍씨와 외환은행 매각실무 태스크포스 팀장이었던 전용준씨도 매일 소환 조사하고 있다.
박씨와 전씨는 외환은행 매각자문사 선정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올해 4월 구속됐다.
심규석 기자 k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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