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전 금융정책국장 전격체포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가 12일 금품수수 혐의로 전격 체포됨에 따라 관료사회와 금융계가 앞으로 이어질 파장을 염려하며 충격에 휩싸였다.
변 대표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맡아 최근 외환은행 매각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집중조사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 검찰 체포는 엉뚱하게도 외환은행이 아닌, 현대자동차 비자금과 관련됐다. 이에 따라 변 대표와 현대자동차-외환은행 매각 등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또 이와 관련해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고위관료와 금융권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 로비 실체가 드러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변 전 국장의 체포는) 론스타와 직접 관련은 없다”며 외환은행 매각 의혹 수사와 거리를 두었지만, 검찰이 일단 현대차 비자금 수사로 변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뒤 론스타 수사의 압박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변 대표는 2001~2002년께 현대차 쪽 브로커로 활동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현대차 계열사인 아주금속공업과 ㈜위아의 채무탕감 로비 명목으로 35억여원을 10여곳의 금융기관 및 유관기관 임직원 등에게 건넨 혐의로 구속됐는데, 이 중 일부가 변 대표에게도 전달됐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재경부는 변 대표의 체포 소식에 당혹감을 떨치지 못했다. 변 대표는 재경부 안에서도 엘리트로 촉망받았을 뿐 아니라, 부하직원들에게도 강직하고 청렴한 인상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혐의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재경부의 한 간부는 “내가 아는 한, 변 국장이 돈을 받았다고 믿기 힘들다”며 “현직에 있을 때, 대가성 돈을 받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특히 이번 사건이 재경부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혀 추진 중인 중요한 경제정책의 신뢰성마저 훼손당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극히 우려하고 있다.
변 대표는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됐다. 그는 이헌재 전 부총리 재직 당시 금융정책국장을 지냈고, 그가 참여한 사모펀드투자회사인 보고펀드도 ‘제2의 이헌재 펀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금융계는 변 대표에 이어 이헌재 사단의 또다른 인물이 비리에 연루돼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고펀드도 변 공동대표의 체포와 사무소 압수수색 등으로 진로가 불투명해졌다. 권태호 박현 황상철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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