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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대 못미쳐” “과거 머물러” 마음 못 정한채 표류

등록 2006-05-11 19:09수정 2006-05-12 09:46

[선택5·31민심읽기]
“정신못차려” “좌충우돌” 열린우리당에 실망감
민주당 애정 여전하지만 “지역한계 넘을까” 회의
광주 30대 남성 표적집단 심층좌담

‘광주의 선택’에 또다시 예사롭지 않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돌풍’의 진원지가 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광주의 표심이 5·31 지방선거 전체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민주당에 쏠렸던 여론이 지방선거를 20일 앞둔 최근 다시 열린우리당 쪽으로 기우는 듯한 징후가 감지되자, 두 당은 광주 승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광주여 다시 한번”을 외치고 있고, 민주당은 “무등산을 넘보지 말라”며 사수를 다짐하고 있다.

<한겨레>는 광주의 기류를 짚어보고자 9일 밤 광주의 한 호텔에서 30대 남성 6명을 상대로 ‘표적집단 좌담회’(FGD)를 열었다. 정서적으로 민주당에 가까운 40대와 열린우리당 지지 성향이 뚜렷한 20대 사이에서 번민하는 30대가 광주의 민심을 탐색하기에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좌담의 공정성을 위해 참석자 표집과 진행 및 기록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가 맡았다.

광주는 출발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참석자들은 좌담 첫머리에 “정당에 대해 공격적으로 얘기해도 되겠느냐”며 속에 맺힌 말을 죄다 풀어내려는 기세였다. 2시간30분 동안 이어진 좌담에서 이들은 속마음을 훌훌 털어냈다.

열린우리당도, 민주당도 성에 안차= “답답하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뭔가 꼬여 있다.” 정치에 대한 느낌을 물었더니 대뜸 이런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도대체, 뭐가 답답하고 꼬여 있다는 것일까?

조경사인 박상일씨가 먼저 입을 뗐다. “민주노동당은 외골수지만 한길로 줄기차게 간다. 한나라당도 여당에 확실히 반대하는 소신은 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사람만 많지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아직 정신을 못차린다. 민주당도 비슷하다.” 강주영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합당을 하든지, 하여튼 뭔가 정리해야 할 시기인데 계속 꼬여 있다”고 말했다. 오랜 인연이 있는 민주당도, 한때 새로운 대안으로 정을 줬던 열린우리당도 모두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당돼 서로 갈려 있는 정치판에 대한 불만도 배어 있다.


그러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가운데 광주와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이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참석자들은 “심정적으로 민주당이 대표한다고 본다”고 입을 모았다.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어봐도 민주당이 호남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하고, 지역색도 더 강하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대표성을 인정하는 것과 현실적인 지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였다. ‘민주당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분명하게 ‘그렇다’라고 답한 이는 송봉선씨가 유일했다. 송씨는 “민주당이 별 장점이 없지만 중앙에 가서 캐스팅 보트를 할 것으로 기대돼 지지한다”고 이유를 댔다.

반면, 주대용씨는 “반반”이라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고, 최윤섭씨는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은 민주당이지만, 마음으론 민주당이 대표 정당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민주당에 대해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최씨는 “열린우리당은 선무당이고 좌충우돌하지만 계속 변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안타깝게도 디제이(김대중 전 대통령) 시대의 가신 인맥 중심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며 “민주당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한테 이곳을 맡겼을 때 우리가 얼마나 발전을 하겠느냐는 의문이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주씨 역시 “정치는 스포츠가 아니다. 홈팀인 해태 타이거즈 응원하듯 민주당을 밀어줄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강주영씨도 “민주당을 지지했을 때 과연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전국적인 정당으로 정책을 이끌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민주당의 ‘호남 대표성’이 적극적 지지 표출을 가로막는 역설적 환경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대선을 생각하자니…=그렇다고 선뜻 열린우리당 손을 들어주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최윤섭씨는 열린우리당의 무능을 탓했다. “열린우리당이 국정운영엔 초보운전자여서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결과를 빚었다. 결국 박정희 대통령 때가 더 살기 좋았다고 말하는 국민까지 나오는 지경이 된 것 아니냐.”

박상일씨는 “개혁도 못하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도 아니어서 열린우리당에도 실망했다”며 “다들 식상하니,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번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자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열린우리당 역시 개혁성, 지역발전 공헌도 등에서 성에 차지 않아 지지하기가 마뜩잖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면 과연 어느 쪽을 꼽겠느냐고 되물었다. 송봉선씨는 “정책적으로 확연하게 크게 끌리는 면은 없지만, 다음 대선까지 생각할 때는 열린우리당이 좀 더 기반을 다지도록 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그런 취지로 말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를 본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과거 민주당은 지역기반, 자기 색깔, 이념적 개혁성 등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됐는데, 분당 이후 민주당은 호남 지역당으로 축소되고 그 대안으로 삼았던 열린우리당에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광주는 열심히 대안을 찾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광주시장은 누가 될까?=좌담회 참석자들은 처음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박상일), “별 관심 없다”(송봉선)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좀 더 따져묻자 역시 민주당 후보인 박광태 현 광주시장과 열린우리당 예비후보인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 사이에서 고뇌하는 심리를 드러냈다.

대다수 참석자가 “인물은 조영택이 낫다”고 말했다. 박씨와 송씨는 5·31 지방선거에서 박광태 현 시장을, 나머지 4명은 조영택씨를 찍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가 시장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박광태 시장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다수가 동의했다. “박 시장에 대한 어르신들의 지지가 아주 짱짱하고 조직력도 강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광주/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대선 전망 들어보니
“열린우리-민주당 합당이 살 길” 이구동성

마음 줄 정당이나 후보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광주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애타게 바라고 있었다. 좌담에 참석한 광주의 30대 남성들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합당해야 하고, 합당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박상일씨는 “지방선거가 끝난 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할 확률은 90% 이상”이라고 공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금실처럼 똑똑한 사람을 내세워도 밀리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낄 것이고, 2007년 대선을 생각하면 합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윤섭씨는 좀 더 적나라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합당 얘기가 시작되면 지역구도 부활이라고 욕을 먹을 것이다. 하지만 개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주대용씨도 “두 당이 다시 합치는 게 좀 추잡스럽기는 하지만 과정보다는 대선 결과가 중요하다”며 “합당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합당 명분이 좀 구차해도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줄 수는 없다는 정서의 반영이다.

합당 방식에 대한 생각은 아직 ‘백지 상태’였다. 6명의 참석자 가운데 5명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고, 최윤섭씨만 “고건 전 총리를 내세워 합당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2007년 대선에 대해선 한나라당 승리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6명 가운데 4명이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을 점쳤고, 이 중에서 3명은 이명박 서울시장이, 나머지 1명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당의 재집권을 점친 2명 가운데 1명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또다른 1명은 고건 전 총리를 꼽았다. 광주/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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