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장쪽, 현대우주항공 관련 배임죄 불만
검찰이 정몽구 회장의 구속영장에서 밝힌 횡령액은 모두 1300억여원이다.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위아, 현대캐피탈 등 현대차 계열사가 조성한 비자금이 1200억여원이고 조세 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계열사 비자금으로 운용하던 엔시아이 펀드를 청산하고 남은 돈을 횡령한 액수가 69만달러(약 6억5천만원)다. 또 정 회장은 해외펀드 운용에 따른 차익 1760만달러(약 167억원)로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 현대강관을 부당지원했다가 입은 손실을 보전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회장은 현대우주항공에 대한 연대보증 책임을 피하기 위해 1999년과 2000년에 현대차, 현대정공, 현대중공업을 동원해 유상증자에 참여시켜 이 회사들에 3584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검찰은 본텍이 현대차 계열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도 정 회장의 배임 혐의를 잡았다. 2001년, 본텍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정 회장과 정의선 사장이 대주주인 한국로지텍(글로비스의 전신)에 본텍의 신주 30만주를 실제 1주당 가치(254만원)에 훨씬 못미치는 5천원에 배정해 기아차에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현대강관의 유상증자 과정에서도 정 회장은 1999년,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한 유령법인인 오데마치 펀드를 통해 현대강관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대차에 3900만달러(약 370억원), 현대중공업에 1100만달러(약 104억원)의 손실을 끼쳤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정 회장 변호인단은 정 회장에 대한 배임죄 적용에 불만을 나타냈다. “대선자금 수사 때 이미 단서가 잡혔으나 수사 협조를 조건으로 선처를 약속해놓고 이제 와서 문제삼은 것은 지나치다”는 게 변호인단 주장의 요지다.
이에 대해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 회장 혐의는 이번에 첩보와 제보, 압수수색에서 단서가 나와 입증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선자금 수사팀 관계자도 “당시 배임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상황은 아니었고, 현대차가 수사에 협조하면서 그 부분 수사가 중단됐다”며 “대선자금 수사 뒤, 세무조사와 관련 투서가 수사의 계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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