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된 28일 밤 현대차 직원들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다.
“해외실적 하락” 주장에 “환율 탓” 반박
금융계선 “경영활동 영향 없을 것” 전망
금융계선 “경영활동 영향 없을 것” 전망
정몽구 회장의 구속이 정말 현대차를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지게 할까?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이후 현대차의 경영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위기론의 발설지는 대부분 현대차다. ‘주요 사업일정 추진 중단’, ‘기업의 이미지 실추에 따른 판매위축’ 등이 모두 정 회장 구속사태와 관련이 있다고 현대차쪽은 연일 강조하고 있다. 검찰 수사 이후 현대·기아차의 국외 생산기지 확충 계획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대차의 예병태 마케팅전략담당 상무는 “외국의 정·재계와 투자가들에게 정몽구 회장만큼의 신인도를 갖출 수 있는 경영진이 없어 주요 행사를 미룰 수밖에 없다”면서 기아차 미국 조지아주공장이나 현대차 체코공장의 기공식을 정 회장이 풀려날 때까지 연기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현지딜러들이 동요해 판매실적이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미국 수출실적이 1만668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나 줄었다. 하지만 일부 시장에서 나타나는 판매위축 현상을 정 회장의 구속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올들어 현대차 수출은 가파른 환율하락과 함께 계속 하락세이다. 검찰 수사의 영향과 무관한 지난 3월말까지도 전체 수출이 4.1% 줄었다. 대신 내수판매는 19.1%나 증가했으며, 현대차 앨러배마공장의 가동률 증가 등에 힘입어 국외 현지 생산·판매는 53.6%나 늘었다. 내수판매는 이달 들어서도 25일 현재까지 3만1831대를 기록해 12.3%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하락의 속도를 감안할 때 지금까지 판매실적은 그럭저럭 선방한 수준이라는 게 대체적인 내부평가”라면서 “다만 회장의 구속으로 대외 이미지가 추락하고 마케팅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푸어스(S&P)는 이런 우려를 기우로 본다는 보고서를 최근 냈다. 보고서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매출은 두 회사 제품의 상대적 품질과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정 회장의 사법처리 문제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해외시장의 경우 정 회장 문제가 소비자 의사결정에 미칠 영향은 더욱 작다”고 평가했다. 우리투자증권도 28일 낸 현대자동차 주가전망에 대한 분석보고서에서 “그룹 최고경영자의 구속 이후 글로벌 생산기지 확충 지연과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 따른 마케팅 활동 제약, 국세청 세무조사 등에 따른 벌금 부과 등 부정적 영향이 이어질 전망이나 생산과 판매 등 경영활동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1인 경영체제의 부작용 해소와 전문경영인 중심의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 구축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현대차 주식을 매수하라고 권유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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