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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종사자들이 말하는 “급식 이렇게 바뀌어야”

등록 2006-04-06 11:11수정 2006-04-14 17:22

문제가 된 광주 ‘ㄷ’여고 3월21일 저녁 학교급식 사진.
문제가 된 광주 ‘ㄷ’여고 3월21일 저녁 학교급식 사진.
‘계란탕’ 이후 급식개선책 ‘현장의 목소리’
“학교급식을 정상화하려면 무조건 직영 급식을 해야 합니다. 직영 급식을 하면 학교에서 근무하는 영양사의 급여가 교육청에서 지급되고, 급식비를 전량 식자재 구입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급식관리도 학교 운영위원회가 아니라 학생을 상대로 한 주기적인 설문조사와 외부 감시기관이 해야 합니다. 식자재의 공급은 한 업체에서 책임지고 공급해야 하며, 농민과의 직거래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영양사뿐 아니라 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도 학교가 직접 고용하고,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줘야 합니다.”(급식업체 종사했던 ㅂ씨)

‘계란탕 급식’ 이후 학교급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겨레>에는 지난달 28일부터 급식관련 제보가 100여건 넘게 이어졌다. 급식에 대한 학생들이 불만이 팽배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학교급식법은 1968년부터 시행됐지만, 문제점은 1997년 이후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학교급식의 확대를 추진하면서 재정지원보다 학교급식장의 시설 확충과 위탁급식업체 양산에만 초점을 맞췄다. 영양사나 조리사의 처우나 학교급식의 관리, 재정지원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급식시설의 확장에 치중하다 보니 결국 ‘맛있고 균형잡힌 학교급식’은 ‘멀고 먼 일’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학교급식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전문가들은 현행 위탁 위주의 급식제도를 직영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초등학교는 대부분 직영체제로 전환돼 식중독이나 부실한 식단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중·고등학교의 경우 90%가 위탁급식이다.

위탁급식은 급식비의 60% 가량만 식자재 구입에 사용하고 영양사나 조리사, 조리원 등의 인건비 등을 별도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급식의 영양이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끼 2500원의 급식비가 배정돼 있다면, 재료 구입비로는 1500원 정도만 쓰이는 형편이다. 외부업체가 위탁받은 학교 급식은 식단의 내용보다 ‘이윤 추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신을 갖고 식단을 짜야 할 영양사나 조리사 또한 학교가 아닌 위탁업체에 속해 있어 영양가나 음식의 맛보다는 ‘값싸고 조리하기 쉬운 식단’을 요구받는 사례가 많다. 영양사·조리사가 개선을 요구하고 싶어도 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신분이어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양사는 “영양가나 내용 면에서 충실한 식단을 제공하고 싶지만, 싼 값의 식자재를 사용한 메뉴를 내놓지 않으면 잘리는 분위기이고, 영양사의 능력을 ‘값싼 재료 구입’으로 평가하는 상황에서 소신을 갖고 급식에만 신경쓰는 일이 쉽지 않다”고 취재진에 털어놓았다.

또다른 영양사도 “계약직으로 신분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1000~2000명의 급식관리를 하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초등학교의 경우 직영이고, 인건비가 교육청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식품비 운영이 여유가 있지만 중·고등학교 영양사는 신분보장도 못 받고 월 70만~80만원 받으며 고되게 일하고 있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 학교가 위탁급식을 고집하는 까닭은?

경북 안동  ‘ㅇ’고 어느날 저녁 급식 메뉴. 라면, 떡볶이 등 탄수화물 위주의 인스턴트 음식 위주로 이외에 삶은 계란과 김치가 보인다. [사례2]
경북 안동 ‘ㅇ’고 어느날 저녁 급식 메뉴. 라면, 떡볶이 등 탄수화물 위주의 인스턴트 음식 위주로 이외에 삶은 계란과 김치가 보인다. [사례2]
‘위탁급식’의 문제는 ‘직영’으로 전환하면 쉽게 해소될 수 있다. 방법도 어렵지 않아 학기별로 희망학교가 교육청에 신청하면 된다. 경제적 이점도 있다. 학교들이 위탁에서 직영으로 바꾸면 해당 교육청으로부터 1억원 이내에서 시설개선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영양사나 조리사 등의 인건비도 지원받는다. 영양사나 조리사의 신분이 보장되고 처우가 보장되면 이들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으며, 급식비 전액을 식자재 구입비로 쓸 수 있어 저질 식자재가 급식에 오를 가능성도 크게 준다. 학교도 손해볼 게 없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직영 전환에 소극적이다.

배옥병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대표는 “직영으로 전환하는 일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고, 학교로서도 여러가지 면에서 지원을 받아 유리한 점이 많은데도 위탁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식중독 등 급식사고 문제에 있어 학교장이나 학교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최순영 의원실 이원영 보좌관도 “급식업체는 영리 목적으로 학교에 들어와 장사를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학교급식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에 학교급식의 목적이 있다면 위탁업체를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직영 전환’을 명시한 학교급식법 개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직영급식의 또다른 이점은 식중독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안전성이다. 지난 2월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식중독 발생 건수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초등학교에 비해 고등학교의 식중독 발생율이 5배나 높고, 직영급식보다 위탁급식의 식중독 발생율이 3.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배 대표는 “한 업체가 여러 학교와 계약을 맺어 동일한 식자재와 식단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업체에서 식중독이 발생할 경우 사건이 대형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 중학교의 교사도 “인근의 중학교와 초등학교 전담 영양사가 순회하며 급식관리해 메뉴가 같은 형편”이라며 ‘도미노성 식중독 사고’ 가능성을 제기했다.

◇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재정지원 뒤따라야

‘위탁’의 ‘직영’ 전환뿐 아니라 중요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다. 학교급식 운동을 해왔던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내걸었던 6% 교육재정만 확보해도 전국의 초·중·고교 급식을 직영으로 바꾸는 동시에 전량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우수하고 안전한 우리 농산물이 식단에 오르게 돼 전국 700만 학생들에게 균형잡힌 식단과 영양, 올바른 식습관 교육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정작 정책 입안자들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4년간 학교급식 개선을 요구해온 학교급식운동본부가 초안을 낸 최순영 의원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1년 가까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이고, 전국 170만 주민들이 서명 발의한 지자체의 급식조례안 제정에 일부 지자체가 외면하고 있다. 학교급식운동본부의 노력으로 서울·경기 등 16개 광역자치단체와 105개 기초자치단체가 조례안을 제정했음에도 행정자치부는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만 사용토록 명기’한 것이 WTO 규정에 어긋난다며 오히려 대법원에 제소하는 등 발목을 잡고 늘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일본, EU 등이 이미 학교급식에 자국산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행자부의 이런 처사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배 대표는 “기초자치단체는 아니지만 광역자치단체 조례안의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어 해당 내용을 고쳐 수정안을 냈다”며 “서울 은평구나 구로구가 WTO 위반을 이유로 조례 제정에 ‘각하’ 또는 ‘부결’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배 대표는 “아토피, 소아 당뇨, 비만 등 학생들의 건강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학교급식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당장 학교급식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10년 뒤 우리나라는 이러한 질병 치료를 위해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범이 학교급식운동본부 집행위원장도 “각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학교급식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며 “각 지자체별로 학교급식심의위원회와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만들어 수요와 공급량을 책정, 국내 생산자와 직거래를 유도하는 한편 식단의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영 보좌관도 “우수한 식재료가 급식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가 예산지원을 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초·중·고교 급식을 무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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