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학교급식 제보 잇따라…부실한 학교급식 그 원인은?

등록 2006-03-30 10:12수정 2006-03-30 11:09

문제가 된 광주 동아여고 3월21일 저녁 학교급식 사진.
문제가 된 광주 동아여고 3월21일 저녁 학교급식 사진.

광주광역시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급식으로 제공된 ‘계란탕’을 소개한 <한겨레> 28일 기사에 대한 독자들 반응은 뜨거웠다. 기자의 메일함에는 학교 급식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독자들의 제보가 빗발쳤다. ‘부실한 급식’ 제보는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경기 광명과 이천, 강원 춘천, 경북 안동, 경기 이천 등 전국에 걸쳐서 제보가 쏟아졌다.

<다음>, <네이버> 등의 포털에도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나 사진이 올라왔고, <한겨레> 기사엔 수천건의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의 제보가 발단이었지만, 부실한 급식으로 ‘속앓이’하고 있던 학생이 한 둘이 아니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학교급식은 700여만명에 이르는 성장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음에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식중독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고, 영양 균형과 위생에 대한 문제제기도 잦았다. 지난 6일과 7일 전북 완주와 대구의 고등학교에서 식중독이 발생하는 등 학교급식은 맛과 영양을 떠나서 ‘식중독’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부실한 급식은 성장기의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에서 ‘식사의 즐거움’을 맛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재정이 부족하다, 급식 대상 인원이 많다는 게 되풀이되는 변명이었다.

“반찬 최악이고요. 맛도 이상해요. 돈가스 줄 때는 한 개도 안되는 사이즈를 반 잘라서 줍니다. 김치는 빠지는 날이 없고, 왜 반찬이가 국에서 무는 하루도 빠지지 않는 건지. 감자는 제대로 깎지 않고 밥에서는 양파망이나 나사 같은 것도 나와요.”(경북 구미의 ㄱ중·고등학교)

“식판과 숟·젓가락이 제대로 닦이지 않는 날이 많아요. 하루 급식비가 2200원꼴인데, 24일 저녁 메뉴가 잔지국수, 밀쌀밥, 참치김치볶음, 고구마맛탕인데 참치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오죽하면 선생님들도 밖에서 밥을 먹겠습니까.”(인천광역시 ㅇ고등학교)

<한겨레>에 접수된 학교급식 제보를 종합해 보면 허술한 식단과 식자재 관리말고도 인스턴트·반조리식품이 거의 매일 메뉴에 오르고 있었다. 2000원 안팎의 급식비를 받지만 학생들 다수는 ‘1천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실한 식단’이라는 불만을 쏟아냈다. 단무지, 카레라이스, 라면과 떡볶이, 무국이나 파국 등 급식메뉴는 대동소이했다.


중소 급식회사 중간관리자라고 밝힌 이는 ‘계란탕’ 급식원가를 따지면서, 국산 포기김치가 Kg당 1400~1800원임을 감안하면 배식된 양이 100g 남짓이어서 140~180원, 만두처럼 보이는 냉동식품 150원, 오이무침인지 무말랭이 100원, 밥은 정부미를 쓰기 때문에 200원, 계란탕 140원(계란 90원, 국물 50원)으로 최대 800원을 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 제보자는 “98년 학교급식을 추진하는 초기부터 지켜봤는데, 문제는 예산부족을 빌미로 위탁급식이라는 정책을 만든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 학교급식 ‘불만’ 끊이지 않는 배경엔?

수백~수천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급식은 “모든 학생의 입맛에 메뉴나 맛을 맞추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급식 관계자의 설명처럼 힘든 일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위생·청결’, ‘식재료·음식의 종류’가 도마에 오르는 것은 문제다.

문제가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현행 ‘학교급식법’ 시행규칙은 △조리실·식품보관실 면적과 시설·설비 기준 △조리 및 급식설비·기구의 기준 외에 학교급식공급업자에게 △식품의 조리·가공, 포장·운반등 급식을 위한 전과정이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이루어지도록 할 것 △식품재료는 다양한 종류의 자연식품(안전성 확보된 가공식품 일부 사용 가능)을 사용할 것 △염분·유지류 또는 식품첨가물 등을 과다하게 사용하지 말 것 등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감시하고 개선을 유도할 만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미흡한 실정이다.

시행규칙은 급식 과정에서의 불만과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7인 이상 15인 이하의 학교급식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지만, 위원 구성을 학교장이 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급식위원회가 학교장의 재량권 안에 있는 까닭에 효율적 감시와 비판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학교급식제정및조례제정운동본부,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 제정운동’ 진행

학교급식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 이원영 보좌관은 이번 일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학교급식비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저질 식재료가 납품이 되고, 인스턴트·반조리식품이 식단에 오르는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인들이 부실급식이나 식중독 문제가 터져 나오면 말로만 해결하겠다고 했지 실질적 개선책을 내놓지 못해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학교급식소위원회가 참여업체 선정이나 식재료 구입과정에 참여해야 하지만 학교장이 자기 사람을 심으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라며 “업체를 선정할 때도 단순히 금액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유통과정이나 검증이 된 식자재를 납품할 수 있도록 수의계약 등의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우리농산물 사용, △직영급식 전환, △무상급식 확대 등이다. 이는 지난 2003년 발족한 학교급식법개정과조례제정을위한국민운동본부(운동본부)가 급식문제 해결을 위해 내건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 운동본부는 그동안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전락시켜온 잘못된 급식정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과 함께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현재 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1년 가까이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 사이 ‘알탕 같은 계란탕’ 메뉴가 급식의 이름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한겨레>에 제보된 부실급식 실태 일부를 소개합니다. 제보자는 익명으로 처리합니다.

대구 S고등학교의 2005년 1월21일 급식 메뉴는 김치, 샐러드, 돈까스, 밥, 콩나물국이었으나, 돈까스가 떨어지자 유통기한이 지난 김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사례1]
대구 S고등학교의 2005년 1월21일 급식 메뉴는 김치, 샐러드, 돈까스, 밥, 콩나물국이었으나, 돈까스가 떨어지자 유통기한이 지난 김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사례1]

[사례1] 저는 올해 2월 대구 S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입니다. 저희 고등학교 급식, 입에 담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쓰레기’였습니다. 국에서는 탄 냄새가 나는 게 일쑤이고, 간은 맞지 않으며, 밥은 고두밥 아니면 백설기였습니다. 반찬은 주메뉴가 부족하기 일쑤였고, 반찬은 하나같이 먹으면 아플 것들이었습니다. 학교 급식비는 한끼당 2300~2400원이었지만 받은 급식은 1천원짜리였습니다. 영양사의 부적합한 식단표 작성,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개념없는 조리, 거기에 이런 실태를 고발해도 묵인해 버리는 학교 행정이 삼위일체가 되어 횡포를 부렸습니다.

그 절정은 2005년 1월21일 중식 시간이었습니다. 그날 메뉴는 김치, 샐러드, 돈까스, 밥, 콩나물국이었습니다. 배식이 중간쯤 끝났을 때쯤 돈까스는 동이 났고 결국 김을 나눠줬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가 짜증내며 먹던 김을 뱉으며 ‘김 맛이 왜 이래?’ 이러는 것이었습니다. 다급히 찾아본 유통기한은 어이없게도 2004년 12월13일이었습니다.(사진참조)

그 김 봉지를 가지고 교무실로 가져가 학생과로 넘겼습니다. 그리고 이렇다 해명 없이 그 영양사는 몇개월 더 있다 사라졌지만 그 뒤에도 쓰레기 같은 급식은 계속됐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그 사건을 크게 제보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전교생이 알게 해서 학교나 영양사의 사과를 받아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지금에서야 급식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전국의 고등학생들을 생각해 도움을 주고자 제 경험담을 몇줄 적어 보내드립니다.(ㄱ씨)

경북 안동 A.I남고 어느날 저녁 급식 메뉴. 라면, 떡볶이 등 탄수화물 위주의 인스턴트 음식 위주로 이외에 삶은 계란과 김치가 보인다. [사례2]
경북 안동 A.I남고 어느날 저녁 급식 메뉴. 라면, 떡볶이 등 탄수화물 위주의 인스턴트 음식 위주로 이외에 삶은 계란과 김치가 보인다. [사례2]

[사례2] 경북 안동 한 남고 저녁 급식 메뉴(사진)입니다. 사진에서 보듯 라면, 떡볶이, 삶은계란, 김치였습니다. 2000원 이상의 돈을 내면서 부모님은 자식들이 밥을 제대로 얻어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떡볶이와 라면에 삶은 계란이라니요? 학교 앞 분식점이랑 1:1 맞짱 뜹니까? 이럴 거면 차라리 친구들이랑 돈 모아서 다른 것 사먹죠. 그날 급식소 여기저기에서 ‘이게 뭐야!’, ‘이게 밥이야?’라는 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작년에는 김치에서 벌레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ㄴ군)

중학교 졸업하기 바로 전 마지막 급식. 반찬은 김치와 깍두기뿐이다. [사례3]
중학교 졸업하기 바로 전 마지막 급식. 반찬은 김치와 깍두기뿐이다. [사례3]

[사례3] 이 사진(사진 참조)은 중학교 졸업하기 바로 전 마지막 급식이었는데, 정말 허무하고 맛도 없었어요. ㅠ_ㅠ (ㄷ양)

[사례4] ㅈ고등학교인데요. 2년 전 위탁급식일 때 위생문제로 인해 학생들의 80~90%가 식중독을 앓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뒤 교내에 급식소를 만들었는데, 그런데도 위생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끔은 닭요리에서 탄 냄새가 납니다. 전에는 찐 밥에 벌레가 함께 나와 충격을 받았는데요. 그때 급식소 아줌마는 우리가 찍어놓은 사진을 지워버리고 오히려 우리를 불러서 혼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일 커지게 하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했었고요.

강원도 춘천 S고등학교의 2500원짜리 급식 메뉴는 연근, 미역, 깍두기, 밥, 김칫국이었다. [사례5]
강원도 춘천 S고등학교의 2500원짜리 급식 메뉴는 연근, 미역, 깍두기, 밥, 김칫국이었다. [사례5]

[사례5] 강원도 춘천 ㅅ고등학교의 급식비는 한끼에 2500원이다. 그러나 반찬은 연근, 미역, 깍두기, 밥, 김칫국… 이것이 진정 2500원짜리 급식인가. (ㄹ군)

[제보 기다립니다] 부실한 학교급식

<한겨레>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실시 중인 학교급식의 총체적 문제(부실한 영양관리 및 식단, 청결하지 못한 식당 및 식기, 위생불량)를 뿌리뽑기 위해 지속적인 보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학교 급식의 문제점을 직접 체험하고 계신 독자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제보(경험담, 사진, 동영상 등)를 기다립니다.

제보 보내실 이메일: kim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검찰, 윤석열 ‘조사 없이’ 내란죄 수사 일단락…앞당겨진 재판 시계 1.

검찰, 윤석열 ‘조사 없이’ 내란죄 수사 일단락…앞당겨진 재판 시계

법원, 윤석열 구속 연장 재신청 ‘불허’…26일 구속기소 전망 2.

법원, 윤석열 구속 연장 재신청 ‘불허’…26일 구속기소 전망

[영상] 폭동에 맞서 각양각색 깃발 쥔 시민들 “윤석열 퇴진하라” 3.

[영상] 폭동에 맞서 각양각색 깃발 쥔 시민들 “윤석열 퇴진하라”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4.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구속 연장 재차 불허에…윤 변호인단 “즉시 석방하라” 5.

구속 연장 재차 불허에…윤 변호인단 “즉시 석방하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