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광주 동아여고 3월21일 저녁 학교급식 사진.
광주광역시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급식으로 제공된 ‘계란탕’을 소개한 <한겨레> 28일 기사에 대한 독자들 반응은 뜨거웠다. 기자의 메일함에는 학교 급식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독자들의 제보가 빗발쳤다. ‘부실한 급식’ 제보는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경기 광명과 이천, 강원 춘천, 경북 안동, 경기 이천 등 전국에 걸쳐서 제보가 쏟아졌다. <다음>, <네이버> 등의 포털에도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나 사진이 올라왔고, <한겨레> 기사엔 수천건의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의 제보가 발단이었지만, 부실한 급식으로 ‘속앓이’하고 있던 학생이 한 둘이 아니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학교급식은 700여만명에 이르는 성장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음에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식중독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고, 영양 균형과 위생에 대한 문제제기도 잦았다. 지난 6일과 7일 전북 완주와 대구의 고등학교에서 식중독이 발생하는 등 학교급식은 맛과 영양을 떠나서 ‘식중독’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부실한 급식은 성장기의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에서 ‘식사의 즐거움’을 맛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재정이 부족하다, 급식 대상 인원이 많다는 게 되풀이되는 변명이었다. “반찬 최악이고요. 맛도 이상해요. 돈가스 줄 때는 한 개도 안되는 사이즈를 반 잘라서 줍니다. 김치는 빠지는 날이 없고, 왜 반찬이가 국에서 무는 하루도 빠지지 않는 건지. 감자는 제대로 깎지 않고 밥에서는 양파망이나 나사 같은 것도 나와요.”(경북 구미의 ㄱ중·고등학교) “식판과 숟·젓가락이 제대로 닦이지 않는 날이 많아요. 하루 급식비가 2200원꼴인데, 24일 저녁 메뉴가 잔지국수, 밀쌀밥, 참치김치볶음, 고구마맛탕인데 참치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오죽하면 선생님들도 밖에서 밥을 먹겠습니까.”(인천광역시 ㅇ고등학교) <한겨레>에 접수된 학교급식 제보를 종합해 보면 허술한 식단과 식자재 관리말고도 인스턴트·반조리식품이 거의 매일 메뉴에 오르고 있었다. 2000원 안팎의 급식비를 받지만 학생들 다수는 ‘1천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실한 식단’이라는 불만을 쏟아냈다. 단무지, 카레라이스, 라면과 떡볶이, 무국이나 파국 등 급식메뉴는 대동소이했다.
중소 급식회사 중간관리자라고 밝힌 이는 ‘계란탕’ 급식원가를 따지면서, 국산 포기김치가 Kg당 1400~1800원임을 감안하면 배식된 양이 100g 남짓이어서 140~180원, 만두처럼 보이는 냉동식품 150원, 오이무침인지 무말랭이 100원, 밥은 정부미를 쓰기 때문에 200원, 계란탕 140원(계란 90원, 국물 50원)으로 최대 800원을 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 제보자는 “98년 학교급식을 추진하는 초기부터 지켜봤는데, 문제는 예산부족을 빌미로 위탁급식이라는 정책을 만든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 학교급식 ‘불만’ 끊이지 않는 배경엔? 수백~수천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급식은 “모든 학생의 입맛에 메뉴나 맛을 맞추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급식 관계자의 설명처럼 힘든 일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위생·청결’, ‘식재료·음식의 종류’가 도마에 오르는 것은 문제다. 문제가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현행 ‘학교급식법’ 시행규칙은 △조리실·식품보관실 면적과 시설·설비 기준 △조리 및 급식설비·기구의 기준 외에 학교급식공급업자에게 △식품의 조리·가공, 포장·운반등 급식을 위한 전과정이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이루어지도록 할 것 △식품재료는 다양한 종류의 자연식품(안전성 확보된 가공식품 일부 사용 가능)을 사용할 것 △염분·유지류 또는 식품첨가물 등을 과다하게 사용하지 말 것 등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감시하고 개선을 유도할 만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미흡한 실정이다. 시행규칙은 급식 과정에서의 불만과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7인 이상 15인 이하의 학교급식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지만, 위원 구성을 학교장이 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급식위원회가 학교장의 재량권 안에 있는 까닭에 효율적 감시와 비판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학교급식제정및조례제정운동본부,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 제정운동’ 진행 학교급식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 이원영 보좌관은 이번 일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학교급식비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저질 식재료가 납품이 되고, 인스턴트·반조리식품이 식단에 오르는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인들이 부실급식이나 식중독 문제가 터져 나오면 말로만 해결하겠다고 했지 실질적 개선책을 내놓지 못해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학교급식소위원회가 참여업체 선정이나 식재료 구입과정에 참여해야 하지만 학교장이 자기 사람을 심으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라며 “업체를 선정할 때도 단순히 금액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유통과정이나 검증이 된 식자재를 납품할 수 있도록 수의계약 등의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우리농산물 사용, △직영급식 전환, △무상급식 확대 등이다. 이는 지난 2003년 발족한 학교급식법개정과조례제정을위한국민운동본부(운동본부)가 급식문제 해결을 위해 내건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 운동본부는 그동안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전락시켜온 잘못된 급식정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과 함께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현재 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1년 가까이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 사이 ‘알탕 같은 계란탕’ 메뉴가 급식의 이름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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