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새해 업무를 시작하며 구속과 압수수색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해 사법부가 나아갈 구체적인 방향을 밝히는 자리에서 ‘영장제도 개선’을 첫 번째 과제로 꼽으면서 수사기관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를 예고한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2일 오전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헌법상 신체의 자유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언급하면서 “헌법 정신에 따라 인신 구속과 압수수색 제도를 개선하고 적정하게 운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실체적 진실 발견을 조화롭게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증거의 구조적 불균형이 불공정한 재판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증거 수집 제도를 개선해 반칙과 거짓이 용납되지 않는 법정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영장제도 개선’을 평소 최우선과제로 강조해왔던 재판 지연 해소보다 앞세워 언급했다. 검찰 반발이 예정된 사법개혁 과제에 대해 새해부터 강한 추진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미 조 대법원장이 인사청문 과정부터 수차례 영장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판사가 거주 제한이나 전자장치 부착 등 일정한 조건을 달아 석방한 뒤 이를 어길 때만 구속하는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나 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심사할 때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불러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가 대표적이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장기화를 해소하겠다는 다짐도 재차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법원장이 중심이 되어 장기 미제 사건 처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각급 법원 실정에 맞는 사무 분담 장기화를 통해 심리의 단절과 중복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첫 재판 기일을 지정하고 변론 종결일로부터 판결 선고가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사건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며, 간이 판결문과 조정의 활성화도 주문했다.
아울러 조 대법원장은 전문법관 제도 확대, 가정법원·회생법원 등 전문법원 설치 확대, 차세대전자소송·형사전자소송 시스템 구축과 영상재판 확대 등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