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집회를 하고 있다. 김채운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가 새해 1월2일부터 재개된다. 전날 국회가 2024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가운데, 전장연이 그간 요구해온 장애인 콜택시 유지를 위한 예산 증액이 수용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전장연은 22일 보도자료를 내어 “비장애인 시민권과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할 장애인 시민권 쟁취를 위해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지하철 탑승 시위)를 멈추지 않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예산 271억원 증액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조처다.
전장연이 요구한 예산 271억원 규모는 장애인 콜택시 유류비 및 차량 정비비 등 유지를 위한 최소 비용에 가깝다. 앞서 전장연은 장애인 콜택시가 하루 18시간 이상 운행되기 위해서는 운전기사 인건비를 포함해 총 335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한발 물러서 유지비만이라도 예산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국토교통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 사정에 따라 장애인 콜택시를 쓰려면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하는 곳도 발생하는 등 운영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전장연은 지난 1일 이후 지하철 탑승 시위를 유보하는 대신 침묵시위를 해왔고, 지난 13일부터는 지하철 승강장이 아닌 개찰구 밖 대합실로 시위 장소를 변경했다. 전장연은 전날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에 반발하며 다시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어제까지 제발 271억원이라도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271억원은 윤 대통령 내년도 해외순방비와 같다”며 “271억원이 보장되면 (지하철 탑승시위를) 멈추겠다고 했으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형숙 공동대표는 “최소한의 특별교통수단 유지를 위한 비용이 271억원이다. 장애인의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한 것”이라며 “그것마저도 국가는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저희의 기본적 권리마저 앗아가는 국가를 상대로 저희는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관련 예산이 9억7500만원이 증액되는 데 그쳤다고 했다.
이날 승강장에서 전장연 관계자들의 발언이 시작되자 서울교통공사 쪽은 퇴거를 요구하며 경고 방송을 시작했다. 활동가들이 강제 퇴거된 가운데 박경석·이형숙 대표 등은 발언을 마무리한 뒤 자진 퇴거했다. 별도의 경찰 연행은 없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채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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