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로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한 임아무개(17)군이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임군에게 낙서를 지시한 배후를 추적 중이다.
22일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300만원을 준다’는 글을 보고 연락한 임군에게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사람은 텔레그램에서 “경복궁 등에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공짜’ 문구와 불법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를 함께 알려줬다.
임군은 착수금 명목으로 10만원을 받은 뒤, 김아무개(16)양과 함께 16일 새벽 1시42분께부터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에 지시받은 대로 낙서를 하고 텔레그램으로 실시간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팀장은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하라”고 했고, 임군은 실제 인근까지 이동했지만 경찰이 있자 “무섭다”며 낙서를 하진 않았다고 한다.
이후 이 팀장은 서울경찰청에 낙서를 지시했고, 이를 이행하자 임군의 집이 있는 경기 수원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이 팀장은 범행 후 “수원 모처에 550만원을 숨겨놓겠다”고도 했지만, 실제로 돈을 주진 않았다. 경찰은 텔레그램 대화 기록과 임군에게 10만원을 건넨 계좌 등을 특정해 배후를 추적 중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임군과 낙서 모방범인 설아무개(28)씨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각각 열린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임군과 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히 임군은 미성년자인데다 증거 인멸 우려 등도 적은데 영장 신청까지 한 것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문화재보호법 형량이 높다는 점을 주요하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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