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담벼락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프레이 낙서로 경복궁 담장을 훼손한 20대 남성이 자신의 블로그에 “안 죄송하다. 전 예술을 한 것뿐”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ㄱ씨는 20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그냥 다들 너무 심각하게 상황을 보시는 것 같다. 그저 낙서일 뿐”이라며 “미스치프의 말처럼,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궃(궂)은 장난을 좀 치고 싶었다”고 적었다. 미스치프는 지난 2019년 미국에서 결성된 4인조 작가집단이다.
ㄱ씨는 “죄송합니다, 아니 안 죄송합니다. 전 예술을 한 것뿐”이라며 “암튼 전 평소엔 그래비티?(그래피티)도 안 하고 도벽도 없고 그렇다”고 했다. 이어 “숭례문 불태운 사건 언급하시면서 (저를) 끔찍한 사람으로 보시더라”며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앞으로도”라고 덧붙였다.
ㄱ씨는 지난 17일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장에 길이 3m, 높이 1.8m 크기로 붉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특정 가수와 앨범 이름을 썼다. 경찰은 ㄱ씨가 전날(16일) 있었던 첫번째 낙서 범행을 모방했다고 보고 있다. ㄱ씨는 지난 18일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ㄱ씨는 자신의 낙서에 대해 “스펠링을 틀린 건 조금 창피하다. 하트를 검은색으로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미스치프의 이름을 적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적기도 했다.
ㄱ씨는 지난 17일 범행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인증 사진’과 함께 “제 전시회에 오세요. 곧 천막치고 마감될 것”이라며 “입장료는 공짜곤 눈으로만 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로 저희가 글을 못 쓰게 강제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며 “블로그 존재와 게시 활동 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만 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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