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원위원회에는 전체 인권위원 중 6명만 참석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용원·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이 내부 최고 의사기구인 전원위원회와 주요 정책 안건을 심의하는 상임위원회를 ‘보이콧’했다. 소위원회 개최 거부와 혐오발언으로 그동안 인권위의 파행을 주도해온 두 사람이 이제 국가인권기구를 마비 상태로 몰고 가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은 18일 오후 인권위 전원위원회(전원위)가 열리기 한 시간 전 입장문을 내고 “위원장의 좌편향 및 불법적 위원회 운영에 대해 비판하고 시정을 촉구했으나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며 “당분간 상임위와 전원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과 뜻을 함께 해온 한석훈·김종민·이한별 위원도 전원위에 불참해, 이날 전체 위원 11명 중 6명만 참석했다.
김용원·이충상 위원은 입장문에서 “인권위 사무처는 위원장 개인의 사적 편익을 위한 사조직이 아닌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위원회의 공식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위원장 송두환은 사무처를 철저히 사유화하여 상임위원들의 비판과 시정촉구에 대한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고, 사무처 업무수행의 좌편향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으며, 사무총장 박진은 송두환 위원장의 불법적인 위원회 운영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위원장이 어떻게 사무처를 사유화했는지, 무엇이 좌편향이고 위원회 불법적 운영인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사무처의 사유화 등은 송두환 위원장이 최근 위원장 명의로 노란봉투법 국회본회의 통과 환영 성명을 발표한 일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6년 이후 중대이슈가 있을 때 위원회 기존 결정과 국제인권규약을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해 왔다는 게 인권위 사무처 관계자의 설명이다. 두 상임위원이 위원장을 무력화시키고 인권위를 장악하려고 시도하나 뜻대로 되지 않자 ‘억지 명분’을 만들어 위원회 활동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두 상임위원은 지난 14일 열린 상임위에서 향후 전원위 불참에 대한 운을 뗀 바 있다. 박진 사무총장을 상임위와 전원위에 입장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앞으로 상임위와 전원위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상임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박 사무총장의 퇴장을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장에서 스스로 퇴장했다. 위원장의 독선과 사무처 사유화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그 핵심에 박 사무총장을 놓고 책임을 씌우는 모양새다.
특히 상임위원 4명이 정책 안건을 다루는 상임위에 2명이나 불참한다고 선언한 것은, 인권위가 정책 권고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상임위의 안건 의결 최소 인원은 3명이다. 소위원회와 상임위에서 의결하지 못한 안건 전체를 다루는 전원위는 상임위원 4명과 비상임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돼, 상임위처럼 파행 수준에 치닫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 상임위원은 지난 8월에도 본인이 침해구제제1위원장(침해1소위)으로서 기각 선언을 한 수요집회 보호진정 건과 관련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간부들을 위원장이 인사 조치를 않는다며 소위가 넉달 동안 열지 않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김용원 상임위원은 늘 본인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어떤 조건을 걸고 방기해왔다”며 “그동안 인권위에 있었던 그 어떤 상임위원도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충상 상임위원은 “기저귀 찬 게이”등 성소수자 혐오 발언, 단수 조치로 고통 받는 농성노동자들에게 “집에서 씻고 오면 된다” 등의 발언으로 인권위원으로서 최소한의 소양과 자격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각각 올해 2월과 지난해 10월 김용원 이충상 상임위원이 인권위에 온 뒤 인권위 직원들은 “20여년간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상임위와 전원위는 고성과 막말, 인신공격으로 험악해졌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은 회의 도중 박진 사무총장에게 “무식하다” “나가라”라는 막말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도 우려를 표할 정도다. 한 인권위원은 “대거리를 하다보면 내 몸과 마음에 폭력이 묻는 느낌”이라면서 “회의 도중 마음을 다잡기 위해 손에 염주를 들고 있을 정도”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불참했던 위원들이 발의해 전원위 통과 여부가 관심을 모았던 ‘소위원회에서 의견불일치일 때의 처리’(소위에서 3명 중 1명만 반대해도 진정 자동기각) 안건은 발의 당사자들이 없어 다음 전원위에 상정하기로 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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