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입시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4년여 만에 피고인 신문에 나서 “수형 생활하면서 ‘내가 세상 물정을 모르고 남에 대한 배려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반성한다고 말했다. 정 전 교수는 아들 조아무개씨가 실제로 동양대 방학 프로그램에 참여했기 때문에 수료증이나 상장이 ‘위조’는 아니라고 밝혔다.
아들 입시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는 18일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김우수)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휠체어를 탄 채 증인석에 나와 피고인 신문에 응했다. 정 전 교수가 재판에서 직접 피고인 신문에 응한 것은 2019년 9월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처음 기소된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이다. 정 전 교수는 “뭔가를 회복시키려 한다기보다는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겠다는 생각으로 정직하고 진실하게 이야기해보려 피고인 신문을 자청했다”며 “우리 가족은 다 잃었고 다 내려놨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 전 교수는 학창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던 아들이 “늘 마음속에 아픈 손가락”이라며 “제가 영어영문학 박사 학위자라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서 공부를 시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아들을 실제로 동양대 방학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격려 차원에서 수료증과 상장, 봉사활동 확인서 등을 발급했던 것일 뿐 문제가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정 전 교수는 “지금 생각하면 내가 이런 일을 왜 해서 재판받고 가족 모두 고생시키나 반성을 많이 한다”며 “수형 생활 중에 ‘셀프 상장으로 보일 수 있구나,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오만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며 남에 대한 배려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입시 서류에 아들 출결을 허위로 기재한 의혹에 대해서는 “아들이 꿇어도(유급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출석에 대해 크게 생각을 안 했다”며 “학교도 사정이 있으면 인정해 주는 너그러운 학교였고 미국 대학은 생활기록부상 출결을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학교에서 인정한 출결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1심에서 허위로 인정된 아들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활동 예정 증명서에 대해선 “내가 담당 교수에게 발급 요청을 해 직접 받아왔으며 남편은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남편인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한국 남자 중에서도 가장 아이들 교육에 관심 없는 아빠”라며 “원칙주의자로, 제가 거의 협박을 해야지 도와달라는 것을 도와주는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정 전 교수는 딸의 입시비리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아들 입시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추가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허리디스크 파열 및 하지마비 수술 등 건강문제를 호소하며 여러 차례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던 정 전 교수는 지난 9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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