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번째 공판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중 순직한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고를 조사하다 항명 등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첫 재판에서 “(순직 사건)의 수사 결과를 축소·왜곡하라는 불법적인 명령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며, 외압의 실체가 함께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는 항명·상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대령의 첫 재판이 열렸다. 박 대령은 이날 아침 10시께 시작된 재판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군사 재판을 믿고 성실히 저의 무고함을 잘 규명하고, 나아가서 우리나라의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엔 수십명의 해병대 예비역들이 참관하는 등 80여석 규모의 방청석이 가득 들어찼다.
이날 재판장의 “할 말이 있냐”는 물음에 자리에서 일어선 박 대령은 “스무살 해병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너무나 어이없게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경찰은 혐의자 입건조차 못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 대령은 이어 “(해병대) 사령관은 분명히 제게 말했다. 7월31일 (아침) 11시께 대통령 주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망사건 보고받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 대통령은 (국방부)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냐’고 질책했다고 한다”며 “이번 재판은 한평생 국가와 나라를 위해 헌신한 한 국민의 명예뿐 아니라 군사법 체계의 신뢰가 달린 중차대한 재판인 점을 고려해 사안의 본질을 살펴봐주시기를 (재판장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령은 채상병 순직사고 조사 뒤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8월2일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이후 박 대령은 보직 해임됐고, 군검찰은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전달한 사건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며 박 대령을 항명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군 검찰은 박 대령이 방송에 출연해 허위사실을 얘기했다며 이종섭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상관 명예훼손)도 적용했다.
박 대령 쪽은 이날 재판에서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항명죄는 군사상의 필요에 의한 작전 또는 교육훈련 및 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병력통솔 사항 명령을 어겨야 성립하는데, 이번 일은 채상병 사건 조사 사후 행정처리 중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박 대령 쪽 하주희 변호사는 “이 전 장관의 정무적 판단에 이견을 제시한다는 이유로 (국방부가 보직해임 등) 불이익을 준 것”고 밝혔다.
박 전 수사단장이 첫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조서들은 모두 빼고 증거를 제출했던 군검찰은 이날 박 대령 쪽의 관련 수사기록 열람·복사 신청을 받아들였다.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진술서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의 진술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김아무개 해병대 대령의 진술서 등이 포함됐다.
다음 재판엔 핵심 관련자들의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박 대령에게 전화해 ‘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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