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해병대 군사경찰병과장 보직해임심의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의 상관명예훼손 혐의 등을 수사 중인 군검찰이 박 대령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관련자 진술을 왜곡하거나 유리한 내용만 취사선택해 담은 정황이 4일 드러났다.
군검찰은 박 대령이 지난 8월11일 한국방송(KBS) 인터뷰에서 “(지난 7월30일 조사결과 보고 당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임성근 해병대1사단장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고 질문했다”고 허위사실을 말했다며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8월3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은 기각됐고, 이후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군검찰은 박 대령의 발언이, 이 전 장관이 임 전 사단장 처벌에 의문을 갖고 혐의자에서 제외하려는 의도를 가진 거로 오해받도록 하는 취지였다고 봤다.
군검찰은 7월30일 보고 당시 ‘사단장’이라는 언급은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에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군검찰은 박 대령의 구속영장에 “보고 당시 ‘사단장’이라는 내용의 발언은, 보고 종료 시점에 국방부장관이 ‘조사결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국방부 대변인이 ‘사단장까지 포함해서 조사한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적어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고, 국민적 의혹이나 의심 등이 많지 않을 것 같다’라는 취지의 발언만 있었던 것”이라고 적었다. 박 대령 주장과 같은 문답 자체가 없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겨레 확인 결과 당시 보고에 참석한 해병대 공보정훈실장은 8월21일 군검찰 조사에서 “(7월30일 보고 때) 현장에서 누군가가 ‘사단장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느냐?’라는 말을 했는데 그에 대해 피의자(박 대령) 또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님이 ‘사단장도 혐의점이 있고 경찰에 이첩해서 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말했다. 관련 문답 자체가 없었다는 군검찰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국방부 대변인 언급에서만 ‘사단장’이 등장한다는 주장과도 부딪힌다.
군검찰은 7월30일 보고 당시 참석자들의 수사 평가에 대해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취사선택해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군검찰은 박 대령이 방송에서 “보고 당시 대변인도 ‘수사가 잘 되었다’고 언급하였으며 정책실장도 ‘수사결과가 잘 되었다’고 말했다”라고 발언한 내용도 허위사실이라고 문제 삼았다.
당시 전 대변인은 ‘국민들이 군이 엄정하게 수사했다고 생각할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허 정책실장도 8월17일 군검찰 조사에서 “(전 대변인이) 국민들이 군이 엄정하게 수사했다고 생각하실 것 같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해 자신도) 동의를 표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군검찰은 수사에 대한 긍정 평가로 볼 수 있는 전 대변인의 발언이 있었음에도 “수사가 잘 됐다”라고 정확히 발언한 건 아니라며 박 대령의 발언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박 대령의 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처럼 수사기록에서 드러난 진술을 바탕으로 이날 군사법원에 박 대령의 상관명예훼손 혐의 무죄를 주장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구속영장청구서는 관련자들 진술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서, 증거내용에 대한 평가는 재판을 통해 밝혀질 문제다”라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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