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아무개(28)씨가 8월18일 오전 서울강남경찰서에서 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서울 압구정역 인근에서 마약류에 취한 운전자가 몰던 롤스로이스 차량에 치여 중태에 빠져 115일 만에 숨을 거둔 피해자 유족이 “재판에 나온 가해자의 당당한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며 분노했다.
피해자 배아무개(27)씨의 오빠 배진환씨는 7일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가해자 신아무개(28)씨가 전날 재판에서 보인 당당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배씨는 “할 말을 잃고 어이가 없었다”며 “이제껏 가해자는 개인적으로 연락이 온 적이 없고 변호사 통해 합의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지, 사과를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신씨는 8월2일 한 성형외과에서 피부 시술 명목으로 미다졸람·다이제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2차례 투약받고 운전을 하다가 피해자를 들이받고 구호조처 없이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9월6일 신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등의 혐의로 신씨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사고로 중상을 입고 뇌사 상태에 빠졌던 피해자가 지난달 25일 끝내 숨지면서 신씨의 죄명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에서 도주치사로 변경됐다. 마약류 불법 투약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대구가 고향인 피해자는 대구의 한 영화관에서 일을 하다가 영화 관련 쪽에 관심이 생겨 서울로 올라와 새 회사에 취직을 했다. 사고 3~4개월 전의 일이다. 배씨는 “동생은 사원증이 나왔다며 자랑을 하고 일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했었다”며 “사고 이후 수술을 받은 동생은 한 번도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그래서 부모님 얼굴도 못 보고 목소리도 못 듣고 (숨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배씨는 “부모님은 아직까지 많이 힘들어 하신다. 동생 사진을 보면서 울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동생은 이미 죽었지만 가해자가 형량을 많이 받아 혹시나 마약을 하고 있거나 할 의향이 있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이 생겼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