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신임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셋째부터 김형두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 신임 재판소장, 이영진 재판관, 이미선 재판관, 정정미 재판관.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사회 합의의 토대를 마련하기보다 진영 갈등을 재연하는 쪽으로 운영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장의 적극적인 역할 외에도 재판관 구성 방식부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모범적인 헌법재판소로 꼽히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경우 재판관 전원을 국회에서 지명하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요건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재판관 9명 중에서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을 지명해 임명한다.
재판관 독립성 정도도 차이가 난다. 독일의 경우 재판관 임기는 한국(6년)의 2배인 단임 12년이다. 한국에서도 연임을 하면 12년 임기가 가능하지만, 임명 주체 중 누군가가 다시 임명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 35년 동안 연임 사례는 2건뿐이다.
한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재판관 선임 방식은 단순 다수에 의한 나눠 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며 “(독일처럼) 국회에서 모두 선출하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건으로 한다면 극단적인 양극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들어 재판관 임명 주체들이 ‘자격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확실한 우리 편’을 지명하는 추세”라며 “이런 임명이 지속되면 수준 높은 합의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재판관 구성 방식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어 변화가 쉽지는 않다.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불거질 때면 헌법재판관 구성 방식 변화에 대한 논의도 함께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발의했던 개헌안에는 대법원장 대신 대법관회의가 재판관 3명을 지명하도록 하고 헌재 소장을 재판관 중에서 호선하는 방안이 담겼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합의한 개헌안은 재판관을 모두 추천위원회가 제청해 국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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