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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는 헌재 안에서 ‘보수의 허브’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후보자는 다른 보수 성향의 헌법재판관들과 두루 의견이 일치했는데, 이는 이 후보자가 뚜렷한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2일 한겨레가 법률 인공지능 스타트업 엘박스에 법률 통계 분석을 의뢰해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기 시작(2018년 10월) 이후인 2019년 1월1일부터 현재(2023년 10월25일)까지 공개된 전원합의체 결정(1728건) 가운데 소수의견이 있었던 결정문(226건)을 모두 분석한 결과, 이 후보자는 강한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조용호 전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과 의견 일치율이 높았다. 엘박스는 소수의견(반대의견, 별개의견 등)이 있는 사건에서의 의견 일치율을 따져 재판관들 간 결정 유사도를 살폈다.
의견 일치율이 65% 이상인 재판관 사이에 선을 그은 그래프를 보면, 이종석 후보자는 조용호·서기석·이영진·이은애 등 보수 성향의 전·현직 재판관 4명 가운데 놓였다. 이들 각각과 의견 일치가 잦았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이종석 후보자가 보수 그룹 재판관들과 의견 일치도가 높았다는 것은 결정의 방향성이 일관적이라는 뜻”이라며 “(같은 시기의 재판관 중에서) 가장 보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이종석 후보자는 진보 재판관들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는데, 소장으로서 통합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래프를 보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유남석 소장을 가운데 두고 문형배 재판관을 중심으로 한 ‘진보 그룹’과 이종석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보수 그룹’으로 명확하게 양분되어 있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재판관 ‘코드 인사’ 때문에 중도적인 사람들은 헌법재판소에 설 자리가 없었고 자유한국당에 의해 지명된 유일한 재판관인 이종석 재판관이 보수를 대표할 수밖에 없었다”며 “갈수록 임명 주체가 여당인지 야당인지에 따라 결정 성향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종석 후보자와 의견 일치율이 가장 높았던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천했던 조용호 전 재판관(86.7%)이었다. 두 사람은 재임 기간이 겹쳤던 6개월 동안 소수의견이 있는 전원합의체 결정 15건에 함께 참여했고, 이 중 13건에서 같은 소수의견을 냈다.
예를 들면 두 사람은 2019년 4월 낙태죄 위헌 결정에서 ‘유이’하게 합헌 의견을 냈다. 두 사람은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라며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보다 중시한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다음으로 이영진(67.1%·바른미래당 추천), 서기석(퇴임·66.7%·박근혜 전 대통령 지명), 이은애(65.2%·김명수 전 대법원장 지명) 재판관 순으로 일치율이 높았다. 현직 중에서는 이영진 재판관과 가장 유사한 셈이다. 올해 3월 이종석·이영진·이은애·이선애(퇴임) 재판관은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통과를 무효로 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이 사건 법률 개정은 헌법상 검사의 소추권 및 수사권의 입법 형성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강제퇴거 외국인을 보호시설에서 수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기간 상한을 정하지 않은 출입국관리법 헌법불합치 결정 때도 이종석·이영진·이은애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5년 전 같은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이 있었는데, 선례 판단에 법리상 잘못이나 사정 변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종석 후보자와 일치율이 가장 낮은 재판관은 이석태(퇴임·43.1%·김명수 전 대법원장 지명), 김기영(48%·더불어민주당 추천), 이미선(52.9%·문재인 전 대통령 지명), 문형배(57.6%·문재인 전 대통령 지명) 순이었다.
이종석 후보자의 재판관 재임 기간 판결문 중 현재(2023년 10월25일) 공개된 2018년 10월18일~2023년 7월25일까지의 판결 중 재판관별 소수의견 수는 이종석 65건, 이은애 85건, 이미선 65건, 이영진 83건, 이석태 88건, 문형배 46건, 유남석 37건, 김기영 86건, 이선애 98건, 조용호 4건, 서기석 5건이었다. 올해 3·4월 취임한 김형두·정정미 재판관도 분석 대상이었지만 결정 건수가 적은 탓에 유의미한 값을 얻지 못했다.
정혜민 오연서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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