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 26일 영국 노리치의 캐로우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시티와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와의 경기에서 노리치시티 소속 황의조가 전반 21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노리치시티 유튜브 채널 갈무리
‘불법촬영’ 혐의로 입건된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씨가 한국시각인 26일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 노리치시티 경기에 출전해 결승골을 터뜨리며 현지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같은날 국내에서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가 나서 대한축구협회에 황씨를 출전 금지시키라고 촉구하는 등 국내외 분위기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황씨는 이날 영국 노리치의 캐로우 로드에서 열린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와의 홈경기에 출전해 전반 21분 결승골을 넣었다. 이날 유일한 골로, 노리치시티는 1-0으로 승리했다. 황씨는 골을 넣자마자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더니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검지를 입에 대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내 동료 선수들이 황씨에게 달려와 황씨의 등을 두드리며 함께 축하했다. 다만, 황씨의 이른바 ‘쉿 세리머니’는 황씨를 포함해 축구 선수들이 자주 하는 세리머니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빗댄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한국시각 26일 영국 노리치의 캐로우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시티와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와의 경기에서 노리치시티 소속 황의조가 뛰고 있다. 노리치시티 트위터 갈무리
경기에 앞서 한국에서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경기력으로만 기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던 다비트 바그너 감독은 이날 황씨를 선발 출전시켰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도 바그너 감독은 “황의조는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축구 선수 인지를 증명했다”며 “그는 기술이 좋고 직업정신도 뛰어나며 경기 이해력도 높다”며 칭찬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황씨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 출전 금지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한축구협회는 황의조에 대해 출전 금지 등 엄중한 징계조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최근 경찰이 또 다른 피해자를 불러 조사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를 함께 첨부하면서 “황 선수는 사회적 공인으로서 도덕적 물의를 넘어서, 동의받지 않은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도록 했다면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황씨의 불법촬영 혐의를 제기한 피해자 ㄱ씨 쪽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23일 기자회견에서 황씨 영상을 처음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황씨의 형수가 직접 법정에서 ‘황씨가 촬영물을 지인들과 공유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한국시각 26일 영국 노리치의 캐로우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시티와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던 황의조. 노리치시티 트위터 갈무리
시민단체인 체육시민연대도 24일 성명서를 내고 “불법 촬영으로 피의자가 된 축구 선수가 대한민국을 대표해 경기에 뛸 자격이 있는가”라며 “마땅히 자숙하고 스스로 출전을 포기하거나 국가대표 자격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축구협회에 즉각 공개사과와 황씨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촉구하기도 했다.
황씨는 18일 서울경찰청에서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이어 21일 오전 황씨의 전 연인이자 불법촬영 피해자인 ㄱ씨가 “황씨의 촬영에 동의한 바 없다”며 황씨를 경찰에 고소한 사실을 공개했는데도 태극마크를 달고 21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 출전해 논란이 일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어 황씨를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대한축구협회 역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