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예결산특별위원(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이형석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진실화해위는 부역자를 가릴 권한과 능력 밖에 있어요. 그런데 왜 또 10월31일에는 영천 6명에 관해 보류 처리한 겁니까?”
“여성, 노령자, 16세 이하는 대부분 희생자 처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찰 기록에도 나오고 있고, 남성이면서 16세 이상 40세 이하에 대해 보다 면밀히 보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과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 사이에 오고간 대화다.
이날 이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영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사건(영천 사건) 희생자 21명 중 6명에 대한 진실규명 보류 건을 물었다.
한겨레가 보도한 ‘9살 정립분’에 대한 예를 들며 6명 보류의 근거가 됐던 경찰 기록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경찰 기록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은 채 “잘못 확인된 경우 희생자 처리를 해준다”면서 엉뚱한 말을 덧붙였다. “남성이면서 16살 이상 40살 이하에 대해 면밀히 보고 있다.”
대상자들이 부역자가 아닌지 면밀히 보겠다는 것이다. 진실화해위 안팎에서는 “진실화해위 위원장이라면 처형의 불법성부터 면밀히 보겠다고 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국회에 나와 부역자 심사를 하겠다는 의지부터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도 되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나온 답변에 관해서도 “국가폭력 수준의 뇌피셜(검증되지 않은 혼자만의 생각)을 드러낸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영천 희생자 진실규명 과정에서 6명을 보류한 이유에 대해 “당시 사망사건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사망사건인지 법 절차에 따른 당시 상황의 불가피한 사망사건인지 판단하도록 돼 있다. 6명은 상당한 정도의 적대세력 행위에 가담했다는 경찰 기록이 있기 때문에 그걸 부정할 만한 다른 기록을 찾고는 있으나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사망사건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이미 1기 진실화해위에서 “현지 군경이 민간인을 법적 절차 없이 임의로 살해했다”고 진실규명한 바 있다. 영천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경북 영천의 국민보도연맹원과 예비검속자 600여명이 국민보도연맹원 또는 전선 접경지역 거주민으로 인민군에게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군경에게 살해됐음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법 절차에 따른 당시 상황의 불가피한 사망사건일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상당한 정도의 적대세력 행위에 가담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답변도 사실이 아니다. 영천경찰서가 1979년 작성한 대공인적위해자조사표(1979)의 처형자 명부에 실린 한 줄 기록과 일부 신청인의 진술이 있으나, 구체적인 근거와 적법성에 대한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역사사회학)는 “김광동 위원장의 인식과 태도가 전시 상황에서 가해를 자의적으로 판단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남성만 특정한 것도 어이없고, 16살에서 40살까지라는 기준은 어떤 근거로 세운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에서 15세와 16세, 40세와 41세가 달라질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성별·나이까지 특정한 것을 보면 진실규명이 아닌 ‘부역자 색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강 교수는 “이 정도면 국가폭력 수준의 뇌피셜”이라고 덧붙였다.
이형석 의원은 7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진실화해위에 주어진 권한 밖의 일 하려고 하지 말라. 보류된 6명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유와 경찰 기록, 진실화해위 판단기록을 보고하라”고 김광동 위원장을 다그쳤다. 김 위원장은 “종합 검토 뒤 전달해 드리겠다”고 답했다.
같은 날 오전 진실화해위에서는 한국전쟁을 다루는 제1소위가 열렸으나 영천 사건 희생자 6명에 대한 보완조사 계획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황인수 조사2국장은 “신청인 진술의 진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현재 영천 사건을 담당하는 조사3과장이나 해당 조사관은 “더 이상 추가로 나올 경찰 기록이나 진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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