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남태현 씨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기소된 가수 남태현(29)씨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마약 중독자 재활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마약 예방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남씨는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마약 중독 치료 관련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남씨는 “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정신과 약물을 복용했고 (이후) 대마초를 시작으로 필로폰까지 접하게 됐다. 현재는 인천 다르크(DARC)라는 재활센터에 입소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르크는 약물 중독 치료공동체로,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모여 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재활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마약 중독자들이 모여 서로를 응원하고 전문가들로부터 날마다 체계적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어 남씨는 “약물 중독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고 24시간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재활시설이 정말 중요하다”며 “약물 중독자들이 너무 많이 늘고 있지만 (재활시설은) 센터장의 사비로 운영되는 등 정부의 지원이 솔직히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남씨는 “약물 중독 때문에 매일 같이 센터장에게 ‘도와달라, 살려달라’는 연락이 오지만 수용할 공간이 없고 너무 힘든 상태”며 “정부의 지원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후 남씨는 같은 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려 못다한 말을 이어갔다. 남씨는 “국정감사라는 분위기상 현재 마약 재활과 치료에 관한 예산과 현 실태에 대해 현실적인 해결 방안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현장에서 느끼는 시스템적 열악함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한 것 같다”며 “그 전에 이야기를 좀 더 덧붙이자면 저처럼 스스로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들은 처벌을 받아야 하고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남씨는 국정감사에서 재활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저 역시 중독을 이겨낸 회복자분들로부터 회복되고 있고 회복자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며 “회복자들이 많아지려면 재활센터의 역할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남씨는 “마약은 전염병 같은 바이러스이고, 치료재활은 백신이다. 중독자 한 명이 중독자 천 명을 만들지만 회복자 한 명이 많은 중독자들을 회복시킨다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남씨는 “조금이나마 사람답게 살고자 발버둥 치고 있다”며 “처벌도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성실히 재판에 임할 것이다. 감히 제가 그럴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마약 예방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남씨는 지난해 8월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8월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남씨가 혐의를 인정하고 스스로 재활시설에 입소했으며 방송에 출연해 마약 위험성을 홍보하는 등 마약을 끊으려는 의지가 강한 점 등을 참작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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